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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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갖춘마디가 주는 매력이 있다. 불완전하게 시작해 처음엔 어딘가 불안하지만, 마지막 마디에서 비어 있던 부분이 채워지며 완성되는 곡의 묘미. 음악에 한창 빠져 있던 중학교 합창부 시절, 악보를 보는 즐거움 속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이 바로 이 못갖춘마디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이야기는 우연한 사고로 시작되고, 그 안에는 세 번의 죽음이 등장한다. 모두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이고, 이야기는 그들이 아닌 남겨진 사람들의 몫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를 위해 위험을 감수했던 용기와, 그 선택 뒤에 남겨진 가족들의 깊은 상처가 함께 담겨 있다.

아빠를 잃은 소이는 남을 구하느라 가족을 떠난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우제는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내가 더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그는 자책에 갇힌 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렇게 마음의 벽을 쌓아가던 아이들은 조금씩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 그 벽을 허물 준비를 해 나간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슬픔의 균형’이었다. 슬픔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안고 가야 하는 것에 가깝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밝은 쪽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또 하나 마음에 남는 건 ‘남겨진 사람의 삶’에 대한 시선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내가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 몫까지 짊어지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나의 속도로 삶을 이어가면 된다. 누구의 삶이 더 낫거나 덜한 것은 없으니까.

결국 이 책은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뒤에야 출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런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못갖춘마디처럼, 부족한 채로 시작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완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우리 아이 같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시작을 두려워하고,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만 한 걸음 내딛는 아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일단 시작해도 괜찮아. 그걸로도 이미 잘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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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3 : 껌딱지 친구를 찾아라! 아무거나 문방구 3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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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할머니로 시작하는 <아무거나 문방구 3 껌딱지 친구를 찾아라!>는 마지막에 결국 나를 오열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분명 이야기 자체가 눈물을 쏟게 만드는 전개는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울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

고양이 유령 ‘어서옵쇼’와 도깨비 ‘아무거나’는 아무거나 문방구에서 함께 살아간다. 그곳에는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아이들이 찾아오고, 필요한 물건을 얻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 발표가 두려워 늘 주눅 들어 있는 아이, 친구들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아이, 바쁜 일상 속에서 친구와 마음을 나눌 틈조차 없었던 사람, 그리고 소중한 기억을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까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모두 놓치기 아까울 만큼 따뜻하게 다가온다.

시리즈가 3권까지 이어지는 동안 대부분의 이야기를 참 좋아했지만, 이번 책은 유독 오래 마음에 남는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이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더 깊이 스며든다. 특히 마지막 희야와 아무거나의 이야기장부는 내 이야기이기도, 어쩌면 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처럼 느껴져 더욱 크게 와닿았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참 신비하고 소중한 일이다. 함께 웃고, 때로는 다투고, 오해를 풀어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이 쌓이면 어느새 그 사람은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렇게 진심을 주고받으며 오래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껌딱지 친구’가 된다.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까운 껌딱지 친구는 바로 아이이다. 가장 소중하고, 가장 친한 내 친구. 네 마음도 나와 같기를, 그래서 우리도 오래도록 서로의 껌딱지 친구로 남기를 바란다.

도서관에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골라오면 대부분 잘 읽지만, 이 책만큼은 꼭 엄마가 읽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가장 재미있고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던 그 말이, 읽고 나니 비로소 이해된다. 아이가 읽어도 좋지만, 이 책은 엄마가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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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눈이 사무소 : 반짝 마을의 비밀 이야기친구
황지영 지음, 조영글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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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눈이 하나뿐이지만, 누구보다 ‘잘 보는 눈’을 가진 큰눈이. 그는 잃어버린 물건의 가루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주는 일을 한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따뜻한 마음과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태도다.

큰눈이는 다양한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한다. 잃어버린 똥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코끼리의 안경을 찾기 위해 무서워하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기도 한다. 고양이의 인형을 찾아주고, 너구리의 나무를 베어버린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단순히 ‘물건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의 겉모습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를 이해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다.

비록 똥을 끝내 찾지 못했지만, 다시 황금똥을 누게 해주기 위해 귀한 사과를 구하러 위험한 숲으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책임감과 진심이 느껴진다. 또 두려움을 이겨내며 롤러코스터를 여러 번 타는 모습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드러난다. 친구를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 서로의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 역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큰눈이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쉽게 내뱉기보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겉모습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진심은 결국 전해진다. 큰눈이는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준다. 오래 쌓인 오해도 진심 어린 사과와 마음이 닿으면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준다.

<큰눈이 사무소>는 단순한 사건 해결 이야기를 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이 사무소에 또 어떤 의뢰가 들어올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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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문
잉빌 H. 리스회이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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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문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삽화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 읽는 내내 마음이 시릴 만큼 아팠고, 이야기 전반에 스며든 슬픔이 오래 남는다. 곳곳에 등장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결말을 짐작하게 하며, 그 예감은 점점 무거운 감정으로 이어진다.

로냐와 멜리사 자매는 그저 아빠가 술을 끊고 다시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예전처럼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간절한 바람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크리스마스트리를 갖고 싶었던 아이들은 커미션을 받기 위해 판매에 매달리고, 가난하고 어린 자신들의 처지를 드러내며 실적을 올린다. 들키면 쫓겨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필요로 여겨지는 기쁨을 처음 느낀 아이들은 멈출 수 없다.

학교 행사에 오지 않은 아빠 대신 이웃집 할아버지가 자리를 채워주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을 비웃는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소외된 이웃의 단면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따뜻함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정작 가장 필요했던 부모의 역할은 부재한다. 술에 취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채 아이들 곁에 무너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차라리 아동보호기관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곳에서도 아빠를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가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마주하니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아무리 상처를 주는 존재일지라도, 그럼에도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도 연약하고 흔들리는 불빛처럼 느껴져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비슷한 하루를 견디고 있을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이 외로움 속에서 사라지듯 별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닿기를 조용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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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슈크림빵 웅진 모두의 그림책 34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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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슈크림빵 이후로 쭉 애정하는 빵 시리즈! 슈크림빵은 여전히 속을 찾아 헤매면서 여러 물건과 재료를 가득 담아 만물버스를 차린다. 그곳에 찾아오는 여러 빵들은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얻으러 오는데 모두가 고민해봤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매끈한 피부가 얻고 싶고, 재미가 있기를 바라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수줍어하는 마음이 큰 빵들은 내면에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슈크림빵과 함께 발견하게 된다. 겉모습이, 꼭 정해진 무언가가 있어야만, 드러내놓은 모습이 당당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모습이 있고 그 있는 그대로의 내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 마음가짐을 잘 품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든지 말이다.
여전히 따스한 그림체와 말로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 용기를 낼 힘을 주는 김지안작가의 슈크림빵 시리즈가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곁에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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