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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9 - 암사자 말라이카 ㅣ 창비아동문고 35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5년 11월
평점 :
이번 권은 다른 이야기들보다 유독 여운이 길게 남았다. 암사자 말라이카의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머문 이유는, 어쩌면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성미에 못 이겨 쉽게 말을 내뱉고, 곧바로 후회하고, 사과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해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조금은 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생각보다 입이 빠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왜 굳이 사과할 일을 만들어 스스로를 곤란하게 했는지 곱씹으며 나를 원망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애쓰는 모습까지, 말라이카는 자꾸만 나와 겹쳐 보였다.
이야기는 에우페가 낯선 수사자들을 숨겨 돌보면서 시작된다. 무리를 이룬 사자의 영역에는 다른 수사자가 들어올 수 없다는 규칙을 어긴 선택이었다. 그 일로 와니니는 큰 충격을 받고, 에우페는 결국 무리에서 배척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바로잡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용기를 내어 방법을 찾고, 다시 시도해야만 한다.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해보지 않으면 변화 역시 없다. 에우페도 말라이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썼고, 그 마음은 결국 좋은 방향의 결과로 이어졌다.
어느덧 할머니가 된 와니니와 말라이카는 무리에서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사자가 되었다. 쉽게 움직이지 않고, 충분히 생각한 뒤 상황에 맞게 행동한다. 말을 아끼고, 언제나 무리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도망쳐야 할 때 도망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맞서 싸울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싸우며 와니니 무리를 기다릴 것이다.”
가장 말라이카다운 말이었다. 마지막까지 말라이카는 말라이카로 남았다. 도망쳐야 할 때를 알고 도망치는 용기도, 물러설 수 없을 때 끝까지 맞서는 용기도 모두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는 그 선택들을 응원하고, 네가 네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권을 기다려 달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와니니 시리즈는 이제 긴 여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오래도록 곁에서 지혜를 나누어줄 것만 같았는데, 마지막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진다. 가장 와니니다운 이야기로 마무리될 다음 편을, 조심스레 그리고 간절히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