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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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해록과 그의 여자친구 해주의 이야기에서 처음 나는 해주가 데이트폭력, 그중에서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주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진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채로 교묘하게 뒤섞여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타인의 마음을 이용해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협박으로 점점 옥죄어 가기도 한다. 그 관계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통제력을 잃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똑똑하고 모범생인 해주의 말은 누구나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범한 해록의 말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해록을 더 깊은 올가미로 끌어들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은 아끼고, 보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해주는 자신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국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멈추지 못했다. “당연히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이토록 섬뜩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청소년소설에서.

해주의 서술은 그를 철저한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독자인 나 역시 그 말에 흔들리며 어느 순간 믿어버린다. 언어와 이야기의 힘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런 사람을 만나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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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자기소개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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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으로 시작되는 자기소개. 새 학기가 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든 자기소개는 늘 따라온다. 그런데 정작 ‘나를 소개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는 곳, 가족 구성, 장단점만으로 내가 온전히 드러날까? 막상 자기소개를 하라 하면 어른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막연함을 덜어주며 자기소개가 어떤 방향을 가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책은 내가 즐기는 운동, 좋아하는 노래, 아끼는 물건, 단골 가게, 좋아하는 영상, 더 잘해보고 싶은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로 자기소개를 풀어낸다.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은 특별한 스펙보다도,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바꾸고 싶은 부분·최근 고민·마음에 남는 말 같은 것들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더 오래 기억되는 소개가 된다.

특히 책의 말미에 전하는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누군가에게 먼저 던지지 않는 것”, “같이 있고 싶고, 함께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문장은 자기소개를 넘어 관계에 대한 다정한 안내처럼 느껴진다. 매 주제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편지는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자기소개란 ‘나는 이런 사람이야, 잘 지내보자’ 하고 건네는 첫 인사이자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다. ‘열두 살 자기소개’는 열두 살의 세계를 넘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더 넓은 관계의 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기소개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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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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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은재로, 우영으로, 형수로, 또 반장 지유로 감정이 이입되어 책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 그러다 결국 아이에게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가 미안해. 화났다고 너에게 날선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해. 더 좋은 엄마가 될게.” 하고 폭풍처럼 울며 말했던 그 순간은, 이 책이 나에게 준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 역시 우영이나 은재처럼 자란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감정의 화살을 돌려도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간적인 분노 속에서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뱉었던 말들이 마음에 오래 남아 미안함으로 쌓여 있었다. 언젠가 아이가 “나도 참고 있어!”라고 울분을 터트리던 장면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마음을 찔렀던 것도 떠올랐다. 사과한다고 해서 모든 게 온전히 회복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화자가 누구인지 몰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책의 1/3쯤에서야 ‘행운’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꽃님 작가님의 힘 있는 글에 빠져들었다. 다 읽고 나니 사람들이 왜 이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행운의 시선은 아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비춘다. 그 속에는 도와주고 싶어도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력함과, 그럼에도 외면할 수 없는 간절함이 녹아 있다. 그 시선은 너무나 투명해서 마음에 콕콕 박혔다. 읽는 내내 나는 은재이기도 하고 우영이기도 했으며, 문을 닫고 모른 척하던 이웃이기도 했다. 은재처럼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붙잡으려 했던 마음만큼은 닮아 있었다.

은재, 우영, 지유, 형수, 진아… 모든 인물들의 마음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아직 이꽃님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오랜만에 울고 웃으며 완전히 빠져들어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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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 쓰고, 가르치고, 분투하며 길어올린 사랑이라는 전문성
최현희 지음 / 위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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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가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학교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했던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막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기 시작한 초임 교사이자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로서, 책 속의 장면들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책에는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태도, 끊임없이 침해되는 교권, 그리고 어려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어느 하나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럴수록 학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는 ‘어떤 어른을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다.

저자의 생각 중 특히 공감이 컸던 부분은 아이가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어른이 먼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성차별적인 언어, 무심코 던지는 말, 그리고 사회적 이슈들 속에서 아이가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학교나 기관에서 배우는 내용과 가정에서의 생각이 다를 때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다시 방향을 잡는 일은 늘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여학생들이 공을 찰 기회가 적어서 축구를 잘하지 못했다’는 대목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단순히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기회의 차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대할 때 더 세심하게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오늘도 힘든 아이를 대하며 “이 아이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를 스스로 묻는다.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을 읽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의 실마리가 보인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초심을 다시 다잡았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일을 조금씩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과정을 함께 걸어주는 것이 교사의 가장 큰 역할임을 다시금 느꼈다.

책 속 이야기는 아이에게서 들었던 학교 생활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존재감이 희미한 아이, 늘 주목받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결국 교사는 이런 다양한 아이들을 잘 다듬어 한 교실의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너져가는 교권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웃고, 배움을 이어가는 모든 교사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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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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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게 달라질 것 같은 순간. 이 책 속 ‘그때목욕탕’은 바로 그런 순간에 나타난다. 초대권을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원하는 동물 수건을 선택하면 그 동물로 변해 목욕탕에 들어가게 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아이씨탕’, 오래된 후회를 씻어내는 ‘그맘때탕’이 있다. 후회가 많을수록 물 위에는 때가 떠다니는데 직원은 계속 긴 채를 사용해 그 때를 떠낸다. 나 역시 그 탕에 들어간다면 물이 금방 탁해질 것 같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후회하는 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단 세 번만 주어진다. 예전엔 무제한이었지만, 후회에만 매달리다 아이에 갇혀 성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제한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무슨일을 할 때 대부분 실수할 수밖에 없다. 처음 해보는 일들 투성이고, 서툼이 쌓이며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의 실수를 너무 빨리 단정하거나 조급하게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은하, 하진, 민지, 소별이도 각자의 후회를 품고 있었다. 자극적인 영상만을 업로드하던 아이도, 잘못된 정보로 키우던 고양이를 유기해야했던 아이도, 아빠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악플에 상처받던 아이도 아직은 모두 미숙하고 어리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마주하고 해결하려 노력했다. 후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더 깊게 생각하고 한 걸음 성장하는 계기였다.

후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건 그 후회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이다. 후회가 나를 눌러앉히게 둘 것인지,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인지. 선택은 결국 나에게 있다.

나도 언젠가 그때목욕탕에 들러 오래 묵은 마음의 때를 씻고, ‘먹고가게’에서 행운 한 개와 ‘머리좀식혜’를 바꿔 쉬어가고 싶다. 하지만 후회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선택을 한 나도 결국 나니까. 이미 지나간 일이라도 잘 마주하고 해결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 성장하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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