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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자기소개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평점 :
“안녕, 내 이름은—”으로 시작되는 자기소개. 새 학기가 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든 자기소개는 늘 따라온다. 그런데 정작 ‘나를 소개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는 곳, 가족 구성, 장단점만으로 내가 온전히 드러날까? 막상 자기소개를 하라 하면 어른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막연함을 덜어주며 자기소개가 어떤 방향을 가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책은 내가 즐기는 운동, 좋아하는 노래, 아끼는 물건, 단골 가게, 좋아하는 영상, 더 잘해보고 싶은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로 자기소개를 풀어낸다.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은 특별한 스펙보다도,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바꾸고 싶은 부분·최근 고민·마음에 남는 말 같은 것들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더 오래 기억되는 소개가 된다.
특히 책의 말미에 전하는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누군가에게 먼저 던지지 않는 것”, “같이 있고 싶고, 함께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문장은 자기소개를 넘어 관계에 대한 다정한 안내처럼 느껴진다. 매 주제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편지는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자기소개란 ‘나는 이런 사람이야, 잘 지내보자’ 하고 건네는 첫 인사이자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다. ‘열두 살 자기소개’는 열두 살의 세계를 넘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더 넓은 관계의 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기소개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