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때목욕탕 ㅣ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누구에게나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게 달라질 것 같은 순간. 이 책 속 ‘그때목욕탕’은 바로 그런 순간에 나타난다. 초대권을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원하는 동물 수건을 선택하면 그 동물로 변해 목욕탕에 들어가게 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아이씨탕’, 오래된 후회를 씻어내는 ‘그맘때탕’이 있다. 후회가 많을수록 물 위에는 때가 떠다니는데 직원은 계속 긴 채를 사용해 그 때를 떠낸다. 나 역시 그 탕에 들어간다면 물이 금방 탁해질 것 같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후회하는 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단 세 번만 주어진다. 예전엔 무제한이었지만, 후회에만 매달리다 아이에 갇혀 성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제한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무슨일을 할 때 대부분 실수할 수밖에 없다. 처음 해보는 일들 투성이고, 서툼이 쌓이며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의 실수를 너무 빨리 단정하거나 조급하게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은하, 하진, 민지, 소별이도 각자의 후회를 품고 있었다. 자극적인 영상만을 업로드하던 아이도, 잘못된 정보로 키우던 고양이를 유기해야했던 아이도, 아빠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악플에 상처받던 아이도 아직은 모두 미숙하고 어리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마주하고 해결하려 노력했다. 후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더 깊게 생각하고 한 걸음 성장하는 계기였다.
후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건 그 후회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이다. 후회가 나를 눌러앉히게 둘 것인지,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인지. 선택은 결국 나에게 있다.
나도 언젠가 그때목욕탕에 들러 오래 묵은 마음의 때를 씻고, ‘먹고가게’에서 행운 한 개와 ‘머리좀식혜’를 바꿔 쉬어가고 싶다. 하지만 후회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선택을 한 나도 결국 나니까. 이미 지나간 일이라도 잘 마주하고 해결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 성장하는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