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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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해록과 그의 여자친구 해주의 이야기에서 처음 나는 해주가 데이트폭력, 그중에서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주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진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채로 교묘하게 뒤섞여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타인의 마음을 이용해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협박으로 점점 옥죄어 가기도 한다. 그 관계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통제력을 잃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똑똑하고 모범생인 해주의 말은 누구나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범한 해록의 말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해록을 더 깊은 올가미로 끌어들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은 아끼고, 보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해주는 자신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국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멈추지 못했다. “당연히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이토록 섬뜩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청소년소설에서.

해주의 서술은 그를 철저한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독자인 나 역시 그 말에 흔들리며 어느 순간 믿어버린다. 언어와 이야기의 힘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런 사람을 만나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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