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할머니 - 그래, 사는 게 지겨워질 리가 없어 아무튼 시리즈 50
신승은 지음 / 제철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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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아무튼, ㅇㅇ’ 시리즈를 발견했다. 얇고 다양한 주제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중 내가 고른 책은 『아무튼, 할머니』였다. 전부터 할머니를 주제로 한 이야기에 끌렸고, 나만의 ‘3쪽 읽기 규칙’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책을 빌리든 사든 반드시 3쪽을 읽고 나서 계속 읽을지를 결정하는 습관이다.

책 속 ‘할머니’는 참 다양하다. 작가 자신의 할머니, 이제 할머니가 된 엄마,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 같은 예술가 할머니, 낯선 이에게도 쉽게 말을 거는 할머니 등, 한 주제로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나에게도 두 분의 할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무한한 사랑을 주셨지만, 친가 할머니(나는 이 표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늘 차가우셨다. 그래서 ‘할머니’라는 단어 속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두 감정이 함께 자리한다. 모든 할머니가 다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는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처음 본 이를 도와주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워하는 사람을 돕다가 시간을 다 써버릴 때도 있다. 어쩌면 이런 모습들이 쌓여 내가 어떤 ‘미래의 할머니’가 될지가 정해질지도 모른다.

예전에 짧은 에세이에서 “다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하루하루 나를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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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보리 어린이 고전 2
서정오 지음, 홍영우 외 그림 / 보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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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나 지금이나 외모에 대한 평판은 여전히 매섭다.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고, 잘한 일조차 깎아내리는 모습은 참 안타깝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남편과 시어머니, 가족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게까지 미움을 받던 박씨는 결국 집 뒤편에 작은 집을 짓고 따로 살게 된다. 그는 그곳에 ‘피화당’이라는 현판을 걸고, 오방색에 맞춰 나무와 풀, 흙을 배치해 아름다운 정원을 꾸민다. 몸종과 단둘이 지내면서도 집안에 닥칠 일을 미리 알아 대처하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방식이 기이하고 신비롭다.

금강산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설정은 박씨의 신비로움을 한층 더해준다. 하룻밤에 조복을 지어내고, 그 옷에 자신의 처지를 담아 수를 놓자 임금님이 칭찬하며 쌀 서 말과 땔감나무 석 짐을 보내준다. 박씨는 그중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점차 사람들의 평판을 바꾸어 나간다.

세 해가 지나, 박씨는 마침내 못생긴 얼굴을 벗고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는다. 이를 본 남편과 시어머니는 기쁘게 박씨를 맞이하고, 다시 함께 살게 된다.

못생겼지만 지혜롭고 바르게 살아간 박씨의 모습은,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사람의 본질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또한 눈앞의 일만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시야로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역시 고전은 보리의 옛이야기가 가장 깔끔하다. 과하거나 억지스러움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해 주어 읽는 맛이 좋다. 고전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망설인다면, 보리 옛이야기부터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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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최후의 날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5
박상기 지음, 송효정 그림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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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입안에 쓴맛이 감돌았다. 갑갑한 현실에 마음이 저릿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보며 나 역시 숨이 막혔다.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떠밀려가는 상황이 서글펐고, 그럼에도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한 아이의 결정은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아이 곁에는 좋은 어른이 없었다. 모두가 제 한 몸 건사하기조차 어려운 시대였다. 어른들은 자신이 살아갈 길 하나 찾기도 급급했고, 사람들은 나무뿌리를 캐어 묽은 죽을 끓여야 겨우 끼니를 잇는 참혹한 현실 속에 살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을까. 당나라는 무자비했고, 내부고발자는 악랄했으며, 왕은 나약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끝내 무너져버린 백제.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과 함께 사라져간 수많은 백제인들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승자의 기록으로만 남은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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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3
더글라스 케네디.조안 스파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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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3권을 읽을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오르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매번 오르르에게 감탄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너무나 위험한 상황들이 이어져 읽는 내내 걱정이 멈추질 않았다. 오르르에게 이렇게 무섭고 슬픈 일이 생기다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새로운 가정교사 다이안과 함께 뉴욕에 가게 된 오르르는 처음 자신을 데려다주었던 살이라는 아저씨와 다시 만나 친분을 쌓는다. 뉴욕에서는 비행기 이착륙 시 태블릿을 사용하거나 검사받는 일로 오르르가 특혜를 누린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안내견을 반려동물이라며 아무 데나 데리고 다닌다고 힐난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단지 도움이 필요해서 갖고 있는 것뿐인데,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여기고 분노하는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마음이 무거웠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오르르는 영어를 아직 배우지 않아 뉴욕에서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줄 알았지만, 태블릿에 번역 앱이 있어서 다행히 큰 불편 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엔 오르르가 태블릿에 적은 글을 음성으로 들리게 해줘서 대화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덕분에 오르르가 덜 불편해 보여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언젠가 오르르가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르르의 이야기에는 항상 깊은 질문이 남는다. 이번엔 “우리는 자신이 결정한 선택들의 결과물”이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모든 상황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고, 행복을 선택하면 행복해지고 불행을 선택하면 불행해진다는 말. 삶의 모든 순간에 내린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나를 만든다는 당연하면서도 무거운 진실을 이 책은 담담히 말하고 있다. 오르르는 이 책임을 정확히 알고 있고,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른 결과를 묵묵히 감당한다. 나는 이런 오르르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오르르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다. 이번 책은 특히나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생겼다. 아직은 책이 두껍다고 망설이고 있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작가의 말에 다음권을 기대하며 힘을 얻었다. 우리의 오르르가 다음에는 어떤 모험을 떠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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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이야기 2
최연주 지음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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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벗어나고 싶던 모는 엄마의 심부름을 하겠다며 할아버지 댁에 별 모양 나사를 전해주러 나선다. 처음 가보는 길, 엄마가 정성껏 그려준 지도를 손에 들고 주위를 살피며 걷던 모는 잠시 물놀이에 빠져들고 만다. 그만 물에 젖은 지도는 잉크가 번져 더는 길을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모는 포기하지 않는다. 친구 곰의 도움을 받고, 새로운 용기를 내어 다시 길을 나선다. 우연히 닿은 섬에서 원숭이 친구를 만나고, 다양한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펜으로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그려진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모의 팬이 되어 책을 덮게 만든다. 사랑스러운 성격, 배려심 깊은 행동, 따스한 마음을 가진 모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도 데워주는 고양이다.
‘모 이야기2’ 발간 기념 전시회를 다녀온 후에 읽으니, 이야기 속 장면 하나하나와 그림이 얼마나 세심하게 고민되었는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정하고,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다정함이 하나의 재능으로 여겨지는 요즘, 모는 아마 가장 다정한 고양이일 것이다. 모가 만나는 동물들 역시 모두 다정해서, 그들의 따뜻한 관계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할아버지가 고친 선풍기를 이웃에게 나눠 모두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장면처럼, 불편함을 함께 이겨내고 나누는 이 작은 동물들의 모습은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든다.

『모 이야기2』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정함과 용기, 배려와 성장의 메시지가 담긴 이 따뜻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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