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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할머니 - 그래, 사는 게 지겨워질 리가 없어 ㅣ 아무튼 시리즈 50
신승은 지음 / 제철소 / 2022년 5월
평점 :
도서관에서 ‘아무튼, ㅇㅇ’ 시리즈를 발견했다. 얇고 다양한 주제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중 내가 고른 책은 『아무튼, 할머니』였다. 전부터 할머니를 주제로 한 이야기에 끌렸고, 나만의 ‘3쪽 읽기 규칙’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책을 빌리든 사든 반드시 3쪽을 읽고 나서 계속 읽을지를 결정하는 습관이다.
책 속 ‘할머니’는 참 다양하다. 작가 자신의 할머니, 이제 할머니가 된 엄마,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 같은 예술가 할머니, 낯선 이에게도 쉽게 말을 거는 할머니 등, 한 주제로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나에게도 두 분의 할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무한한 사랑을 주셨지만, 친가 할머니(나는 이 표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늘 차가우셨다. 그래서 ‘할머니’라는 단어 속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두 감정이 함께 자리한다. 모든 할머니가 다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는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처음 본 이를 도와주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워하는 사람을 돕다가 시간을 다 써버릴 때도 있다. 어쩌면 이런 모습들이 쌓여 내가 어떤 ‘미래의 할머니’가 될지가 정해질지도 모른다.
예전에 짧은 에세이에서 “다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하루하루 나를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