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기억 젤리 개나리문고 14
이향지 지음, 이은주 그림 / 봄마중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소는 경북 구미에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부모님의 직장 때문이었는데 갑작스런 이사에 친구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새로운 동네는 적응이 안되고 그저 원래 살던 구미로 돌아가고 싶다. 심지어 구미자만 들어가도 좋아서 편의점에서 구미 젤리만 사먹곤 했다. 그런 이소 앞에 갑자기 산신이라는 아이가 나타나 젤리를 먹으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젤리를 몇 번 먹었더니 이소에게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과연 이소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갈까?

누구에게나 갑작스런 이별과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이소처럼 이사로 인해 멀리 전학을 가거나,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야 하거나, 학원을 바꾸어서 새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는 무척 낯설고 어려운 일들이다. 물론 친근하고 편안했던 옛 친구들과 장소는 아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잘 적응해야 다시 잘 지낼 수 있다. 이소처럼 과거에만 머물면 앞으로 나가갈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전학가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역시 다른 도로 이사를 가야해서 익숙한 아이들이 다 멀어지고 갑자기 사투리를 쓰는 친구들 속에서 외로이 있어야 했다. 적응하느라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모른다.
아이도 지금 집으로 이사오면서 완전히 새로운 친구들과 학교를 다녀야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걸 보고 한시름 놓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새학기가 되고 낯선 교실에 친한 친구와는 떨어진 새로운 반으로 배정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아이가 또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아이에게는 그런 힘이 있을거라고. 나는 믿고 지지해 줄 것이고, 아이는 또 잘 지내줄거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래 꼬리 잡으면 이야기가 시작돼!
곽미영 지음, 남주현 그림 / 만만한책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에게 익숙한 <씨앗>, <도토리>, <반달>, <아기 나무 작은 열매>, <여름 냇가> 동요의 내용을 이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 이 내용 아는 내용인데 뒷 이야기가 궁금했어! 내가 생각한건 이게 아니였어 라든지 아이와 다양한 이야기를하며 책을 읽는 즐거움이 한가득이었다.

무엇보다 동화를 읽으며 새롭게 알게되는 사실들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도토리가 한 종류가 아니고 여러 나무의 열매를 모두 도토리로 부른다는 사실도 알게되고 계수나무는 달콤한 향이 난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계수나무의 향이 솜사탕 향인건 예전에 숲해설에서 알게되어 우리가족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에서 나오니 새삼 반가웠다.

귀엽고 따뜻한 동요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이어서 동화 내용도 무척 따뜻하다. 읽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던 즐거운 ‘노래 꼬리 잡으면 이야기가 시작돼!‘를 아이와 함께 읽으며 즐겁게 동요도 부르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과 죽음,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가장 찬란한 순간에 삶을 던져버리거나 치열하게 병과 싸우다 결국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대로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뒤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들. 가장 친한 친구, 사랑한 연인, 어린 나이에 목격해버린 가족의 죽음 등 여러가지 죽음이 나오는데 그 뒤에 남은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그 상황을 견디어간다.

책을 읽으며 내가 겪어온 여러가지 죽음들을 떠올렸다. 가장 사랑한 외할머니의 죽음에서는 정신을 놓고 오열했던 나와는 달리 누군가는 호상이라기에 어떻게 죽음이 좋은 일일 수 있는지 혼자 숨죽여 분노했던 기억까지 온전히 내게 남아있다.

책 속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그저 바라는거 없이 기다려 달라는 그녀를 꾸준히 기다린다. 그러면서도 그저 온기를 찾아 여러 여자들과 정사를 하는데 아마도 그게 살아있는 자의 특권 같은걸 표현한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사랑하는 이가 있는데 그렇게 생활하는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제 갓 20살이라 가능한건가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각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명을 놓아버리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아팠다. 그렇게 목숨이 가벼운 것이 아닌데…

연초에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책이 이 책인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생각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래방 테이블에 놓여 있던 주인 모를 연두색 다이어리. 사람들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고민에 답을 해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각자의 말 못할 사연에 함께 고민하고 답을 적어주고 그 답에 위로 받는 이야기들이 많이 와 닿았다. 나는 지금 나의
말 못할 고민들을 누구에게 내 놓고 있을 까. 머리 속에서 수 많은 고민과 이야기들이 넘쳐나는데 어떨 때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인스타 스토리에 그렇게 털어 놓을 때도 있지만 정말 깊은 이야기는 마음에 남겨둔다. 차마 꺼내지 못한 채. 그런 이야기들을 마음 편하게 꺼내고 나의 고민을 같이 나누는 사람이 있다는건 얼마나 따스한 일인지 모른다. 빨래방에 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마도 빨래가 깨끗해지는 것 처럼 내 머리 속도 깨끗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연남동 빙글빙글 빨래방만의 시그니처 향을 나도 맡아보고 싶다. 그곳에서 내 고민도 깨끗히 빨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마스 돌아오다 소원저학년책 2
박선화 지음, 국민지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처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한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줄도 놓치지 않고 모두 읽은 첫 문고책이다! 역사적인 책이라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 크리스마스 추천 책으로 있길래 슬쩍 읽어볼래 하고 제안 했을 뿐인데 읽겠다고 선택하고 아이가 단숨에 읽던 책이라 더 신기하다.

.

모두가 크리스마스가 오기만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를 믿지 않거나, 크리스마스는 딱히 상관 없을 지도, 그냥 보너스 두둑한 알바하는 날일 수도,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과 사연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이가 왜 손에서 이 책을 놓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꾸만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이브 12월 24일, 과연 누가 왜 어째서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기를 바라기에 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크리스마스 이브가 반복되는 일에 휘말리게된 정민이는 원인을 찾다가 한가지씩 문제를 해결해가며 주위의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어쩌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행복하기만한 크리스마스는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는 매년 가족끼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선물을 뜯고, 맛있는 거을 먹는 즐거운 시간들이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모두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멋쟁이 낸시’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게되고는 눈시울을 붉히던 것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는 남들의 행복이 불행으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그래서 누군가는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산타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보면 어쩌면 누군가에게 내가 산타가 되어 줄 수도 있다. 그 선물이 엄청나게 고가가 아닐지라도 그 사람에게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의미 깊은 책이라 더욱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