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론 은재로, 우영으로, 형수로, 또 반장 지유로 감정이 이입되어 책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 그러다 결국 아이에게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가 미안해. 화났다고 너에게 날선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해. 더 좋은 엄마가 될게.” 하고 폭풍처럼 울며 말했던 그 순간은, 이 책이 나에게 준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 역시 우영이나 은재처럼 자란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감정의 화살을 돌려도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간적인 분노 속에서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뱉었던 말들이 마음에 오래 남아 미안함으로 쌓여 있었다. 언젠가 아이가 “나도 참고 있어!”라고 울분을 터트리던 장면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마음을 찔렀던 것도 떠올랐다. 사과한다고 해서 모든 게 온전히 회복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화자가 누구인지 몰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책의 1/3쯤에서야 ‘행운’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꽃님 작가님의 힘 있는 글에 빠져들었다. 다 읽고 나니 사람들이 왜 이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행운의 시선은 아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비춘다. 그 속에는 도와주고 싶어도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력함과, 그럼에도 외면할 수 없는 간절함이 녹아 있다. 그 시선은 너무나 투명해서 마음에 콕콕 박혔다. 읽는 내내 나는 은재이기도 하고 우영이기도 했으며, 문을 닫고 모른 척하던 이웃이기도 했다. 은재처럼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붙잡으려 했던 마음만큼은 닮아 있었다.

은재, 우영, 지유, 형수, 진아… 모든 인물들의 마음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아직 이꽃님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오랜만에 울고 웃으며 완전히 빠져들어 읽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 쓰고, 가르치고, 분투하며 길어올린 사랑이라는 전문성
최현희 지음 / 위고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교사가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학교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했던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막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기 시작한 초임 교사이자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로서, 책 속의 장면들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책에는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태도, 끊임없이 침해되는 교권, 그리고 어려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어느 하나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럴수록 학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는 ‘어떤 어른을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다.

저자의 생각 중 특히 공감이 컸던 부분은 아이가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어른이 먼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성차별적인 언어, 무심코 던지는 말, 그리고 사회적 이슈들 속에서 아이가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학교나 기관에서 배우는 내용과 가정에서의 생각이 다를 때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다시 방향을 잡는 일은 늘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여학생들이 공을 찰 기회가 적어서 축구를 잘하지 못했다’는 대목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단순히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기회의 차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대할 때 더 세심하게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오늘도 힘든 아이를 대하며 “이 아이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를 스스로 묻는다.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을 읽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의 실마리가 보인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초심을 다시 다잡았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일을 조금씩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과정을 함께 걸어주는 것이 교사의 가장 큰 역할임을 다시금 느꼈다.

책 속 이야기는 아이에게서 들었던 학교 생활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존재감이 희미한 아이, 늘 주목받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결국 교사는 이런 다양한 아이들을 잘 다듬어 한 교실의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너져가는 교권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웃고, 배움을 이어가는 모든 교사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예약주문


누구에게나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게 달라질 것 같은 순간. 이 책 속 ‘그때목욕탕’은 바로 그런 순간에 나타난다. 초대권을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원하는 동물 수건을 선택하면 그 동물로 변해 목욕탕에 들어가게 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아이씨탕’, 오래된 후회를 씻어내는 ‘그맘때탕’이 있다. 후회가 많을수록 물 위에는 때가 떠다니는데 직원은 계속 긴 채를 사용해 그 때를 떠낸다. 나 역시 그 탕에 들어간다면 물이 금방 탁해질 것 같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후회하는 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단 세 번만 주어진다. 예전엔 무제한이었지만, 후회에만 매달리다 아이에 갇혀 성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제한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무슨일을 할 때 대부분 실수할 수밖에 없다. 처음 해보는 일들 투성이고, 서툼이 쌓이며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의 실수를 너무 빨리 단정하거나 조급하게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은하, 하진, 민지, 소별이도 각자의 후회를 품고 있었다. 자극적인 영상만을 업로드하던 아이도, 잘못된 정보로 키우던 고양이를 유기해야했던 아이도, 아빠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악플에 상처받던 아이도 아직은 모두 미숙하고 어리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마주하고 해결하려 노력했다. 후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더 깊게 생각하고 한 걸음 성장하는 계기였다.

후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건 그 후회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이다. 후회가 나를 눌러앉히게 둘 것인지,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인지. 선택은 결국 나에게 있다.

나도 언젠가 그때목욕탕에 들러 오래 묵은 마음의 때를 씻고, ‘먹고가게’에서 행운 한 개와 ‘머리좀식혜’를 바꿔 쉬어가고 싶다. 하지만 후회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선택을 한 나도 결국 나니까. 이미 지나간 일이라도 잘 마주하고 해결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 성장하는 방식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호 2 - 수상한 손님 초고리 창비아동문고 348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호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전작에서 느꼈던 루호의 깊은 마음결과 상처가 다시 떠올랐다. 앞으로 루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자연스레 걱정도 앞섰다.
이번 편에서는 새로운 존재 ‘창귀’가 등장한다. 창귀는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원한이 서린 귀신이며, 그 창귀를 제압한 호랑이는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 흑단은 이미 그 힘을 가진 호랑이였고, 루호는 우연히 노란 빛을 머금은 창귀 ‘초고리’를 만나 함께하게 된다.

초고리는 다른 창귀들과 달리 따뜻하고 투명한 마음을 지닌 존재였다. 반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자연스럽게 루호를 친구들 속으로 안내한다. 이제는 더 이상 기척을 숨기기 어려워진 루호는 초고리를 통해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작은 온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루호는 다른 호랑이들과 달랐다.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던 인간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고, 그들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반 친구들에게 전하는 루호의 위로는 지나치게 꾸며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루호에게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가까울수록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는 일은 더 어려운 법이다. 서로를 아끼기에 말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오해가 쌓이고 마음의 거리가 벌어지기도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나였다면 어떻게 말을 꺼낼 수 있었을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결국 루호는 친구들을 믿기로 하고 마음을 열어 보인다. 그리고 그 진심은 친구들에게 닿아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루호가 위험에 처했을 때 아이들이 모두 나서서 그를 지키려는 장면에서는, 이것이 가족과 우정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방패가 되어 루호를 감싸주는 순간이었다.

또 한편으로, 이번 이야기에서는 ‘복수’에 대한 질문이 깊이 다가온다. 아무 죄 없는 호랑이들을 죽인 유복에게 복수했던 어멍은 이후 행복하지 못했다. 후회 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고, 늘 무언가를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간다. 복수는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되갚음이 반드시 정의는 아니며,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담담하게 전한다.

이번 편을 통해 초고리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눈썹’ 이야기의 뒤이야기가 밝혀지면서 1권에서 궁금했던 여백들이 채워졌다. 루호의 세계가 한층 더 깊고 넓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3권에서는 흑단이 어떤 시련을 안고 올지 쉽게 예상할 수 없지만, 이제 루호와 친구들은 서로를 믿고 지켜낼 만큼 단단해졌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리을 이야기 달콤한 숲 2
신소영 지음 / 씨드북(주)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율과 을오, K-POP의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한 줄의 노랫말과 오율의 상황들은 절묘했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아가는 오율의 모습은 읽는 내내 내가 오율이 된 듯 몰입하게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자주 가던 움도서관에서 아르튀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 시집을 ‘861-ㄹ326지’의 위치에서 찾게 되고 거기서 ‘나의 리을’을 만나 공중부양이라는 능력이 생긴다. 시를 읊으면 바닥에서 15cm 정도 떠오르는데 그 미세한 차이는 다들 눈치채지 못한다.
오율의 엄마는 철거예정 부지에서 설렁탕집을 하고 반지하에 살며 엄마는 언제나 오율을 낳은 것을 후회한다. 은오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청록센터에 산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마음이 통했고, 서로 좋아하게 되고 함께하며 사랑이 켜켜이 쌓여갔다. 그 사랑은 불같은 것이 아니라 은은하게 스며들어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되어 주었다. 어른의 부재로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이 서로에게 기대서 온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음이 너무 짠하고 안타까움이 더 컸다. 왜 그들의 주위에는 좋은 어른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엇나가지 않고 그들만의 방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그 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 - 아이유, <Love wins all>’
‘걔는 홀씨가 됐다구 - 아이유, <홀씨>’
‘바다를 상상하면 라일락이 펴, 파도와 라일락이 펴 - 오오, <로맨스>’

각 제목에 붙는 노랫말들은 아이들의 상황에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나도 이 음악을 들으며 함께하는 기분에 휩싸였다. 살다보면 노래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스쳐가는 노랫말에 문득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한 줄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 노래를 하염없이 듣기도 한다. 한 줄에 푹 빠져드는 것은 ‘시’와 같다. 노래가사는 시 같아서 곱씹어 생각하게 되고 그 숨은 의미를 고뇌이기도 한다. 또는 직설적으로 그대로 훅 마음에 들어와 오래오래 머물기도 하는 것이다. 언젠가 오율이 그런 노랫말을 쓸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널 생각만 해도 강해져‘
‘내가 같이 발버둥칠게’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오율과 은오는 서로에게 기대어 버티며 살아간다. 그리고 잠시 힘들었던 시기에 접혀있던 꿈도 되찾아서 그들의 길을 간다. 어른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가난’이라는 굴레를 덧씌워서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버린다. 하지만 언제나 가난뿐이었던 아이들은 그에 꺾이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나아갈 뿐이다.

’나의 리을, 꿈이다.‘
어디에나 있는 리을. 그 리을이 오율의 한 줄을 창작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줄이 나오는 그 날을 나는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