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혼자 남아있다. 4일여만에 출근한 회사에 오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그냥 주위에 쌓여있는 서류더미들이 참 보기가 싫었고, 도대체 어떻게 된 게 서류를 책상에 늘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잭슨 브라운의 노래를 듣다보니, 뭐 당연하지만, 일이 하기 싫어져 조금은 눈에 긴장을 풀고, 하나하나 글자가 늘어나는 광경을 모니터로 보고 있다. 노래는 상당히 좋다. 물론 가사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노래가 좋다는 뜻이다. 그러고보면 정해진 위치에 손가락을 두고 조금만 힘을 주는 일을 반복하면 글자가 늘어나다니. 아무리 원리는 0과 1이라고는 해도, 항상 신기하다. 왜 0과 1이 이렇게 다양한 걸 만들 수 있는지. 아직도 궁금할 뿐이다. 하긴, 그걸 알 때면 아마 천지를 창조할 준비를 갖췄다고 착각하고 바벨탑을 쌓다가 그분이 진노하실 때 쯤 그만 짓고 비슷한 크기의 바벨탑 2차를 분양하려 하고 있겠지.  

이야.. 참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대개 이상한 유머를 하면 집의 여동생은 침대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예비군 유머 구사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지만, 핀잔은 핀잔이고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통하게 되어있다. 뭐 그건 TV의 일정시간대에 항상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다. 차이점은 그들은 상당히 재미있고, 나는 상당히 그저그렇고.  

손가락이 좀 시렵다. 난방을 끄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득 집에 가면 채식주의자 이야기와 일본 이야기와 그냥 그럭저럭한 이야기를 쓰고프지만, 아마 분명 호언장담으로 장을 지질 수 있을만큼 단언컨대, 졸릴 것이고 잠든 채로 꿈을 꿀테지. 어떤 때 처럼 아 꿈을 꾸는 구나 하면서 휙 잠들테고. 의식이 무의식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괜히 문지방을 밟고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지. 

어쨌거나 좋은 노래는 같이 듣는 게 좋다. 내가 아이팟을 장만한 18.447번째 이유기도 하다. 

http://dpoleon.blog.me/120117629571 

잭슨의 Running on Empty의 전 곡을 올려두었는데, 아마 The Load-out/Stay를 제일 좋아하는 모냥이다. 그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Running on Empty는 그 다음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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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1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여덟살의 굿바이가 듣던 노래는, 또 이렇게 전염되는 게로군요 :)
선물해주신 라디오(보다는 스피커용도로 쓰고 있는 녀석)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running on empty

風流男兒 2010-11-16 15:55   좋아요 0 | URL
사실 그녀석 그런 용도도 좀 생각해봤었는데, 어찌되었든 그리 잘 쓰이니 아주 다행!!! ㅋㅋㅋ 이따 노래 다시 또 들어야지

굿바이 2010-11-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여덟살의 굿바이는 애늙은이 같았는데, 서른일곱의 굿바이는 철부지가 되었으니
여전히, running on empty!

風流男兒 2010-11-16 15:56   좋아요 0 | URL
철부지가 되었다면 결국 굿바이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건가효.
그래도 애늙은이와 철부지 중에 고르라면 전 철부지할래요.
2시간만 참으면 노래 들을 수 있지요 호호홋

sslmo 2010-11-1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시절 방송국이었어요.
누가 이 곡을 추천해서 처음 틀었던 그날을 잊을 수 없어요.
끊길락 말락 타고넘는 절묘함 때문에요~^^

제 애간장이 끊길락 말락 했었어요.
그 후 20년 제가 젤 애정하는 한 곡이에요~
저도 The Load-out/Stay가 시작이예요.^^

근데,태그엔 추천할 수 없나요?^^

風流男兒 2010-11-18 10:4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이글 적고 나무꾼님 서재갔다가 어라 여기에도 이 앨범을 소개하고 있길래 깜짝 놀랐어요. 태그에 추천은 여기에 남겨주신 감사한 댓글로 충분하고 충분하지 않을까요 ^^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좀 풀린 것 같아 다행이에요!! ㅎㅎ

도란도란 2010-11-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풍류남아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풍류남아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風流男兒 2010-11-19 12:27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블로그는 방문하고 돌아왔어요!! ^^ 아쉽지만 서평단은 신청하지 않으려 해요. 좋은 책 많이 파셔서 더더욱 좋은 책 들여오신다면 좋겠어요. 사고픈 책 생기면 바로바로 구입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