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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저스틴 토레스/ 열린책들 (펴냄)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가 있었고 아주 오래~~ 그리고 지금은 어떤가... 크게 다른지 의문이다.
간혹 있다. 실제로 본 적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그런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런 사람... 이것은 소설이라기보다 마치 오래된 아카이브의 먼지를 털어내는 듯한 느낌이다.
잊히고 검열된 욕망들, 기록되지 못한 이름들을 누가 기억해줄까? 말 그대로 역사 바깥에서 스스로를 꾸려야 했던 삶의 파편들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읽는 내내, 불편하고 서걱거리고 어둠을 더듬는 기분으로 읽었다.
블랙아웃 속에서, 나는 기억했다… 그리고 때로는 내 것이 아닌 삶을 다시 살았다 (p.35)
소설 전체의 문을 여는 불안한 문장이다....
폭력의 기억을 폭포처럼 쏟아내는 장면 (p.157) 화자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정체성, 사랑, 관계, 기억, 심지어 물건 하나까지—
모든 것이 손에서 빠져나간 경험이 반복된 사람의 고백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서사다.
세기 초 퀴어들의 실제 인터뷰를 담은 연구서가 있었다. 책은 “성적 변종 연구 위원회”라는 이름 아래 검열되고 지워져, 수많은 페이지가 먹칠된 채 남았다.
소설은 아이러니하게도 검게 칠해진 페이지에서 시작된다.
사막의 작은 공동체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노인 후안 게이는 어느 날 이름 없는 화자에게 이 책을 건넨다.
후안은 이 연구서 속에 자신과 같은 존재들의 삶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존재할 수 없었던 이들,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에 대해....
이름 없는 화자는 후안이 들려주는 이야기 책 속 지워진 기록들 그리고 자신의 기억 속 어둠을 함께 엮어 나간다.
그들은 마치 ‘암전된 무대’ 위에서 삶을 다시 연습해보는 배우처럼 사라진 삶들을 복원하고, 잃어버린 감정을 불러낸다. 살기 위해 자신을 지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소설은 말해준다. 오늘날 퀴어축제에서 이분들을 만난다. 지워진 이름을 복원하려는 사람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혹은 가치관의 이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마구 재단할 수 있는가? 그것에 반대 혹은 찬성할 권리가 우리에게 전적으로 주어질 수 있는지 나는 늘 의문이다.
읽고나니 전미도서상으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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