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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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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민음사
도스토옙스키
이 이름을 쓸 때마다 너무 설렌다. 너무 좋아서 되지도 않는 러시아 나라 단어로 꼭꼭 눌러써본다. 글씨가 아닌 그림 같은 느낌으로 ㅎㅎ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인물들, 특히 악인으로 묘사되는 인물에 몰입하게 된다. 독자들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악인에 대해 욕하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지인 중 한 명 같고 마침내 결국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악인에게서도 내 모습이 보이고 선한 인물에게도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자기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스타브로긴, 지역 유지 바르바라의 귀한 아들, 너무나 멋진 외모로 언급된 내연녀만 4명, 그 외에도 많은 여자들이 스타브로긴에게 빠져든다. 말이 빠져든다지 (이 쉑히는 자기가 누구랑 잤는지 기억을 못 할 만큼 많은 )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인물에 대해 빛나는 두 눈, 부드럽고 새하얀 얼굴빛, 진주알 같은 입술 어쩐지 절세미남 같으면서도 동시에 혐오스러운 구석이 있었다고 거의 두 페이지를 할애하여 길게 묘사한다. 실제 사람이라면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얼마나 잘생겼는지 헐~~~
이전에 읽었던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3형제의 아버지 표도르가 오히려 선하게 느껴질 만큼 이 스타브로긴이라는 인물은 악인으로 묘사된다. 또 하나 악의 축은 혁명가인 표트르다. 자신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스타브로긴을 리더로 내세우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과업을 완수하고 싶은 다소 비틀어진 욕망의 소유자.
이 외에도 많은 인물이 기억에 남지만 샤토프를 언급하고 싶다. 책 초반에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을 사랑할 수 있겠냐며 흐느껴 울던 샤토프....
나도 샤토프와 함께 우는 기분이었다. 때로 사람은 잘 모르는 존재를 사랑하기도 하는데 그건 극히 드문 일이긴 하겠다....
1권 후반에 정말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악인도 최대한 희화화하는 도스토옙스키 온갖 야망과 이해관계가 뒤얽힌 인물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소설 구성 방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건 마치 비극적인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
이 어이없는 짓을 저지른 스타브로긴이 나타나자 귀싸대기를 날려주는 샤토프!! 정말 속이 시원했다. 더 세게 날려주길!!
그러나 스타브로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인간이라 그야말로 악령 그 자체!!
근데 아직 1권이라 그런지 대부분 악인은 그 존재의 이유가 분명하다. 부모의 엇나간 사랑이나, 파탄 난 가정 등 원인이 될만한 이유가 있는데 스타브로긴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바르바라가 사교계 거물로 아들에 대한 욕심이 있긴 하지만 스타브로긴이 이 정도로 삐뚤어질 일은 아닌 것 같아서 ㅎㅎㅎ
덧.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함께 읽어주는 그분 감사하다.
존경하는 석영중 교수님 강의까지 직접 듣고 와서 (부럽다)
"왜 네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지 알겠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진짜 내 사람 아닐까...
나 수많은 책, 의무적인 리뷰 남겨두고 왜 계속 #악령 에 집착하는지 ㅠㅠ
매일 조금씩 읽고 쓰기 혼자 챌린지 중인데 초반 몰입 힘든 어지간한 책도 다 읽어낼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작가님 내가 한 1000번쯤 좋아한다고 말했지 싶은데 그럼에도 또 1001만큼 사랑합니다.
내가 사랑한 것은 늘 이미 죽어있는 존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