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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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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 에세이 / 사계절 (펴냄)
JTBC 다큐멘터리 〈취리히 다이어리〉 원작,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남유하 작가, 내가 좋아하는 그 SF 소설 쓰시는 분, 청소년 소설 쓰시는 그 작가가 맞다... 그분의 에세이라니 놀라며 읽었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심정, 담담히 묘사된다. 약간 어지럽다고 말한 뒤 어머니는 5~10분 후 숨을 거두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엄마를 떠올리기 이전에 나는 나의 삶도 이렇게 끝나기를 바란 다 거 생각했다.
그렇다.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의 죽음도 글이 되는가, 안락사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채 서너 페이지도 읽기 전에 눈물부터 나왔다. 어머니의 흑백 사진을 더듬어 보는 장면, 소녀 시절의 엄마, 아버지와 결혼하던 시기의 엄마, 자녀들이 태어난 후의 엄마... 엄마는 늘 엄마였다. 엄마가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다니 자식들은 새삼 놀란다. 2021년 엄마와의 마지막 속초 여행, 작가의 어머니는 말기 유방암 환자였다. 마지막 여행에서 다시 한번 더 오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그리고 어머니의 임종 사진이다.
안락사가 금지된 나라, 여전히 문화적으로 안락사를 받아들일 수 없는 나라들이 많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안락사는 자살이 아니다. 병으로 인한 죽음이며 고통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죽으러 가기 위해 기운을 차리려는 엄마. 이 거대한 모순을 자그마한 엄마가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 P88
죽음을 위한 스위스행이 얼마나 힘든 여행인지 처음 알았다. 너무 환자로 보이면 비행기를 태워주지 않기에 적당히 화장도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죽으러 가는 환자에게 고통의 무게를 더 얹는 일이라고...
혼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작가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ㅠㅠ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사실 에세이의 마지막 몇 부분은 눈물 때문에 읽지를 못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플 만큼 눈물이 나고 울고 또 울었다.
아마 읽는 누군가가 딸이라면 대부분 나처럼 울었을 것이다. 반대로 아들이 동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혹시 자녀가 없으신 분이라면 누구와 동행할까? 호스피스?
책 읽다가 주르르 눈물이 흘러보기 오랜만이라 이 눈물조차 고맙다. 살아기에 흐르는 눈물 ㅠㅠ
용기를 내준 작가님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어딘가 안락사 제정 청원 글에서 작가님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엄마도 가족들 모두 건강한 것에 감사한다. 책의 제목은 죽음을 하루 앞둔 작가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고인 남유하 작가의 어머니 조순복 (1944~2023) 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