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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개정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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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이 책은 먼저 벽돌 책 합본으로 지난 두 달간 읽은 적이 있다. 신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한다. 왜냐면,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낯선 이름들 그리고 지역적 거리감, 서양 중심 세계관 더 나아가 미국 중심주의가 어쩐지 불편했다. 200년 역사의 초강대국 미국이 자신들의 없는 뿌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디즈니나 할리우드 영화로 그리스 로마신화를 수없이 차용해서 썼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유명한 어지간한 신들은 다 콘텐츠화되었고 이제 더 재해석할 것이 없는지 최근 몇 년간은 북유럽 신화까지 갖고 와서 쓰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점은 배울만하다^^
우리 신화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작은 관심이라도^^
우리 신화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는 것, 일제 강점기에 말살되고 왜곡되고 폄하된 우리 신화, 이후에도 무속신앙을 배척함으로써 채록할 수 있는 자료는 많이 사라졌다. 고인이 되신 우리의 선조들, 어른들, 할머니들 무속인들 설화나 신령, 신화를 말로 옮겨주실 분이 없다는 것 안타깝다. 동양의 신화는 상대적으로 그리스 로마신화보다 의미 축소 내지는 폄하되어 왔다. 아무튼 이 시리즈 나오기 전에 내가 읽은 벽돌 책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도 이윤기 저자님은 동양 신화와 아름다운 면을 강조하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해박한 분이 아니다. 한 학문을 오래 연구하면 의외로 막힌 사고를 하게 되는데, 이윤기 저자의 혜안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바다처럼 넓다. 동서양 신화뿐 아니라 문화에 두루 해박하신 분이라 마음 깊이 존경한다. 이 분 책 그리스 로마 신화 합본 1200페이지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총 5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제1권은 본격 신화에 들어가기 앞서 좀 더 신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을 만드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신화의 들어가는 말은 다이달로스로 시작된다. 책의 저자가 앞으로 펼쳐질 총 5개 테마 1920페이지 분량을 서술하기 앞서 영웅 테세우스,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 괴물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를 맨 앞에 위치시켜놓은 이유는 뭘까?
신화는 미궁 같아서 실타래가 필요하다. 독자 각각 쥐고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즉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
그리스인들에게 신발의 의미란? 할머니로 변장한 헤라 여신을 업고 강을 건너느라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이아손, 섬돌 밑의 칼과 가죽신이라는 신표를 쥔 테세우스. 이 이야기의 원형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도 적용된다. 우리 이야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콩쥐의 잃어버린 꽃신을 손에 쥔 원님. 모든 이야기에는 그 원형이 있다. 우리 신화에도 해당된다 ㅎㅎ
카오스 (혼돈) VS 코스모스 (질서) 이런 비교를 좋아하는데, 이는 소설을 쓸 때나 창작물을 만들 때도 적용된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티탄 열두 남매, 제우스가 태어남으로써 신들의 전쟁까지 수많은 신들이 태어난다. 제우스의 심부름을 하느라 유일하게 이승과 저승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헤르메스, 육체적인 사랑의 상징 아프로디테, 이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의 아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진 모습이다. 프쉬케와 에로스 이야기, 서풍의 신 제퓌로스, 페르세포네와 저승의 신 하데스, 호라이 세 자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천벌의 여신 네메시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 불에 타고 마는 세멜레,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우리가 사랑한 수많은 신들과 신과 결혼한 인간들의 운명이 서술된다.
사랑의 그릇은 무엇을 넣음으로써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냄으로써 채우는 것이라는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나는 그대의 언니들이 그대 사랑의 그릇을 줄여놓는 것을 바라지 않을 뿐이에요 P169 ( 내게 울림을 주는 문장이라 기록해둔다)
각 챕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란 정말 무한하다. 저자가 단지 신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화 읽기의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동양의 비슷한 신화와 비교하기도 하고, 다른 유명 작가가 쓴 글에 언급된 부분을 가져오기도 하며 독자들의 사고가 좀 더 확장될 수 있게 아낌없이 배려하는 책이다. 통곡의 강, 망각의 강, 무한 지옥 타르타로스, 세상 처음인 황금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철의 시대, 수많은 신전과 궁전 등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들도 흥미롭다.
신화는 몸 바꾸기의 천재 프로테우스 이야기에서 끝난다. 2권 기대된다.
과거와 미래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는 프로테우스의 지혜처럼 우리는 상상력으로 신화를 해석하고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마침내 글이 되고 책이 된 신화, 이제 첨단과학 대우주 시대에 신화는 또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신화 안에서 신화가 주는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