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그문트 바우만(지음)/ 21세기문화원(펴냄)







내게 바우만은 평전으로 먼저 접하게 된 분.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사회학자라 불리는 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독일이 세계를 향해 그 광기를 부리던 시기 교수직을 잃고 국적마자 박탈당한 분, 당대 최고의 사회학자 바우만과 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인 리카르도 마체오 두 분의 편지로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sns 시대 발 빠른 단톡이나 메신저가 아닌 서신을 통해 주고받은 깊은 사유. 문학과 예술은 사회학을 포함해서 우리 문화를 이루는 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문학과 사회학이 마치 샴쌍둥이라는 문장은 놀라웠다. 최근의 철학에서 반출생주의자들이 하는 말, 철학은 이미 소멸의 시대이므로 그 스스로 무덤을 찾는 중이니 더 이상 철학에 기댈 것이 없다. 따라사 자신만의 취미나 관심사를 향한 글쓰기를 해보라는 학자들. 글쎄, 학자들의 논쟁은 끝이 없으나 100% 틀린 말도 100% 맞는 말도 없는 것이다.


문학 예찬으로 책의 제목이 정해지는 과정, 학문 간의 경계선을 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평소 바우만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학, 홀로코스트에 대한 분석 액체 근대 사회론자로서의 깊이 있는 통찰. 기존에 바우만의 저서와 함께 읽으면 더 의미 있을 책이다. 시간은 선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다. 마치 진자처럼 움직이면서 기존에 있었던 것이 사라졌음을 한참 후에 알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오늘날 사회현상을 닮아있기도 하다. 인문학의 축소 현상이다. 수많은 지방대학들은 가장 먼저 철학, 사회학 등 인문계열의 학과를 없애거나 통합하고 그 자리에 과학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심지어 먼 나라의 학생들을 데려와 그들의 등록금으로 부족한 수입을 채워 넣었다.


인문학이 사라지는 시대, 과연 우리는 과학의 부정적인 면모, 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까? 이런 담론이 없다면 아이들은 챗 gpt를 통해 인문학이나 철학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






모성의 시대에 아버지 사회를 언급한 부분 가장 눈에 띄었다. 아버지 사회는 힘의 사회이자 독재의 향수라는. 라캉과 니체를 빗대어 묘사한 부분, 그들은 중개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지만 그들 스스로가 중개자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었다. 고전문학 수탈 시대, 책 안 읽는 시대에 이 책에 언급되는 수많은 작가들, 위대한 서술, 저서들 꼭 찾아보고 싶다






많은 학자들이 문학과 사회학을 때로는 철학을 서로 다른 것으로 규정했다. 현대철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방법이 다소 다르더라고 그 종착지가 다르더라도 요소들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에 동의한다. 참된 인간으로서의 조건은 그 모든 장치들이 하나 될 때 그 과정에서 찾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바우만과 리카르도 마체오의 서신 교환은 철학을 닮았다.


문학 예찬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너무 좋지 아니한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슨 매컬러스(지음)/ 열림원 (펴냄)









열림원 세계문학 여섯 번째 책은 카슨 매컬러스의 『 슬픈 카페의 노래 』다. 이미 잘 알려진 소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작가의 삶을 먼저 살펴보면 어릴 때 열병을 앓았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른 살에는 걷는 것도 힘든 상태, 육체의 고통을 정신으로 승화한 작가라고 하면 너무 빈약한 소개가 될까? 역자이신 장영희 교수님의 삶도 마찬가지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유방암과 척수암 이후 강단에 다시 복귀하셨으나 간암으로 전이되어 끝내 세상을 떠나신 분. 문학이 주는 힘을 넘어 어떤 장엄한 느낌이 전해지는 기분이다.


소설은 초반부터 잘 읽혔다. 배경의 서사가 낭만적이다. 소작농들이 와서 물건이라도 파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마을, 이곳에서 카페가 있었다. 이 마을에서 생필품 파는 가게를 하는 미스 어밀리어, 손재주가 좋아서 인간의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그 무엇이든 다 가능한 여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방식은 어쩜 이리 다양할까. 이 마을에 들이닥친 낯선 외부인 그는 꼽추였다. 관계를 따지자면 꼽추 라이먼 윌리스는 어머니는 미스 어밀리어와 이복자매였다.

마을 사람들의 추측은 미스 어밀리어가 흔히 하듯이 꼽추를 쫓아낼 거라는 예상이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참 신기하다. 요즘도 그렇지 않은가? 유명인들의 가십이나 루머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 잔혹하게 배를 부풀린다. 미스 어밀리어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기묘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흔히 남의 일에 관심이 없거나 과도하게 집착한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에는 무관심한척한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상상과 달랐다. 오빠와 동생으로, 그렇게 살아간다.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전에 결혼한 적이 있는 마빈 메이시의 등장 그리고 기묘한 세 사람의 관계.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 개의 세계에 속한다. p50

사랑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라는 문장 의미 있다. 이런 문장은 작가의 창작이지만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역자의 역량이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 책의 마지막 부분, 역자의 말에 시선이 머문다. 한 번에 한 장 이상 번역하기 힘들 만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작업, 그 결과물을 소설로 만나고 있다. 얼핏 보아서 단순하고 서정적인 문장일수록 번역하기란 더 힘들 것이다.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기묘하고 포악스럽고 애절한 망상, 아름답고 추하고 매번 다른 모습으로 오는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힘 사랑이다. 그것을 정의하려는 소설가의 시도, 다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사랑의 다른 형태를 보여준 점에서 참으로 위대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건우(지음)/ 황금가지 (펴냄)



나는 왜 이런 서사에 끌리는 걸까?

'이런'=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약자들의 이야기, 주류 사회에서 제외된 사람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남들이 읽기조차 꺼려 하는 이야기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몇 권이나 읽었나 생각해 보니 시집까지 합해서 다섯 권, 정독할 수가 없어서 띄엄띄엄 읽었으니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제 문득 #작별하지않는다 를 읽을 때 메모한 노트를 꺼내 보는데 울컥했다. 서사가 주는 고통이 또렷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고통을 즐긴다.



불과 124페이지 남짓한 중편소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전건우의 《앨리게이터》


페이지를 넘기는 게 힘들었다. 라이더로 일하며 용돈을 벌던 주인공은 트럭에 치여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엄마의 연인을 자처한 봉주라는 인간이 나타나면서 전신마비가 주는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는 살인마였다.


과연 주인공은 앨리게이터, 살인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까 싶은 순간 더 깊은 절망이 시작되는 곳.

삶을 끝내고 싶어도 스스로의 삶을 끝낼 수도 없는 그런 곳.

지옥을 본 기분이다. 내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마치고 쓴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말했다. 인간이란 그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는 존재라고.... 극한 절망에서도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내려 한다. 그 안간힘을 담은 소설이다. 출간이 좌절된 중편소설이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런 기획이 멈추지 않았으면!!!



읽는 내내 안간힘을 써서인지 읽고 나서 정말 몸살이 오는 느낌이다. 진통제를 먹고 이젠 정말 누워야겠다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테러리스트 』 마르틴 베크 시리즈 최종 편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엘릭시르(펴냄)








올해는 한 달에 한 권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만나는 기쁨으로 살았다^^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 권 리뷰를 쓰며 무척 아쉬운 마음이다. 이 책을 통해 1960~70년대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제대로 된 모습을 접하게 되었다. 소설을 통해 그 시대를 유추하는 일은 당대 신문기사나 사진을 통해 보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물론 소설은 가공이라는 단계를 거치지만, 소설이 주는 시의성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 중 하나다.


시리즈의 제1권 《로재나》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나는 분명 성장했다.

다 큰 어른에게 성장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양적인 성장이 아닌 질적인 성장, 내면의 깊이를 말할 수 있겠다. 또한 그간 추리물, 경찰 소설을 읽긴 했지만 이렇게 긴 시리즈를 만나는 경험 또한 특별하다. 특히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콜베리가 마무리하는 대사 "마르크스의 엑스"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 긴 여운을 남긴다.






여성 강간 살해. 아동 살해, 총기 살인, 마약과 포르노 산업 등 스웨덴 사회를 고루 비추는 범죄들, 그리고 저자들의 글을 통해 경찰 조직, 관료제 사회가 얼마나 썩어문드러졌는지를! 70여 년 전 이야기임에도 우리 사회를 그대로 비춰주는 듯하다.


매 시리즈마다 만났던 다른 사건들, 범죄소설의 주된 피해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이다. 현대인의 눈으로 무려 70여 년 전 소설을 평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여성에 대한 묘사였다. 소설 작업에 여성 작가가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흔히 예술에 대해서 예술가의 사생활, 즉 도덕적인 가치를 조금 잃었다 하더라도 예술 자체가 훌륭하다면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데, 나는 반대다. 도덕성을 잃은 그러나 세상의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 되는 예술가에 대해 나는 뭔가 거리감을 느낀다. 예를 들면 친일파 문학가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고 작품성 높이 평가되는 것 혹은 성 추문 시인이 문단의 원로 시인으로 존경받는 일련의 사건들. 그들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잘못된 행위도 함께 기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내겐 이 시리즈와 함께 한 올 한 해의 시간들, 한 달에 한 권씩 리뷰를 게시하며 아팠던 날, 좋았던 날, 여러 기억이 교차된다. 소설에 언급된 수많은 인물들이 서서히 나이 들어가는 모습, 주인공의 어린 자녀가 이제 스물두 살의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는 모습까지, 소설과 함께 나도 성숙해지는 느낌이다.






아... 10권까지나 읽고도 이런 아쉬움이라니....

하늘에 계시는 두 분 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오늘의 하루 - 2024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북다 청소년 문학 2
조찬희 외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찬희 외 지음/ 북다(펴냄)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공모전은 1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챙겨봤던 공모전이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평소에도 좋아하던 한국문학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한강 작가님의 수상 이전에 수많은 한국 소설가들, 시인들, 작가들이 깔아놓은 문학의 디딤돌이 오늘의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섯 작가의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송한별의 작품 《별비가 내리는 날》이다. 근미래 소설, 사람들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등 우주쓰레기들 예상했으나 대비하지 못한 죗값으로 별비가 내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꿀벌 배달영업소 직원 온비. 석유 엔진이 불법으로 금지된 시대, 자전거로 배달하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왜 현재보다 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의아스럽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중지된 미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직접 몸을 쓰는 일뿐이다. 오히려 원시에 가까운 생활 ㅠㅠ 수많은 디스토피아를 읽었는데 근미래의 어느 시점은 이렇게들 묘사되곤 한다.


고등학교 입학 전 우연히 시작한 복싱, 뭐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는 주인공 고등학교 복싱부 단원이 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접촉해온 소속사 대표, 길거리 캐스팅 사건 이후 달라진 운명... 조웅연의 《오늘의 경수》





요즘 청소년들에겐 고민이 많다. 학업 스트레스, 친구관계. 이성문제, 외모 등 우리 시대 겪었을 법한 고민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각종 sns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그 정도는 심각하다. 청소년 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sns로 인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오히려 더 싶은 단절감과 고립감,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학교폭력의 그림자는 내 방 침대까지 따라들어온다. 왜냐고? sns가 있기 때문이다. 전학을 가도 소용없다 ㅠㅠ






나를 옥죄어 오는 무기력감, 평범함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박탈감, 장애인, 교우관계, 짝사랑 등 다양한 소재를 무겁게 다룬다. 단편이 주는 임팩트, 디스토피아적인 발상이 긴 여운을 주는 다섯 작품이다. 나도 이렇게 써보고 싶다.

우리 청소년들의 하루가 조금 더 희망적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한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