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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ㅣ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평점 :
카슨 매컬러스(지음)/ 열림원 (펴냄)
열림원 세계문학 여섯 번째 책은 카슨 매컬러스의 『 슬픈 카페의 노래 』다. 이미 잘 알려진 소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작가의 삶을 먼저 살펴보면 어릴 때 열병을 앓았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른 살에는 걷는 것도 힘든 상태, 육체의 고통을 정신으로 승화한 작가라고 하면 너무 빈약한 소개가 될까? 역자이신 장영희 교수님의 삶도 마찬가지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유방암과 척수암 이후 강단에 다시 복귀하셨으나 간암으로 전이되어 끝내 세상을 떠나신 분. 문학이 주는 힘을 넘어 어떤 장엄한 느낌이 전해지는 기분이다.
소설은 초반부터 잘 읽혔다. 배경의 서사가 낭만적이다. 소작농들이 와서 물건이라도 파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마을, 이곳에서 카페가 있었다. 이 마을에서 생필품 파는 가게를 하는 미스 어밀리어, 손재주가 좋아서 인간의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그 무엇이든 다 가능한 여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방식은 어쩜 이리 다양할까. 이 마을에 들이닥친 낯선 외부인 그는 꼽추였다. 관계를 따지자면 꼽추 라이먼 윌리스는 어머니는 미스 어밀리어와 이복자매였다.
마을 사람들의 추측은 미스 어밀리어가 흔히 하듯이 꼽추를 쫓아낼 거라는 예상이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참 신기하다. 요즘도 그렇지 않은가? 유명인들의 가십이나 루머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 잔혹하게 배를 부풀린다. 미스 어밀리어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기묘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흔히 남의 일에 관심이 없거나 과도하게 집착한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에는 무관심한척한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상상과 달랐다. 오빠와 동생으로, 그렇게 살아간다.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전에 결혼한 적이 있는 마빈 메이시의 등장 그리고 기묘한 세 사람의 관계.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 개의 세계에 속한다. p50
사랑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라는 문장 의미 있다. 이런 문장은 작가의 창작이지만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역자의 역량이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 책의 마지막 부분, 역자의 말에 시선이 머문다. 한 번에 한 장 이상 번역하기 힘들 만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작업, 그 결과물을 소설로 만나고 있다. 얼핏 보아서 단순하고 서정적인 문장일수록 번역하기란 더 힘들 것이다.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기묘하고 포악스럽고 애절한 망상, 아름답고 추하고 매번 다른 모습으로 오는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힘 사랑이다. 그것을 정의하려는 소설가의 시도, 다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사랑의 다른 형태를 보여준 점에서 참으로 위대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