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건우(지음)/ 황금가지 (펴냄)
나는 왜 이런 서사에 끌리는 걸까?
'이런'=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약자들의 이야기, 주류 사회에서 제외된 사람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남들이 읽기조차 꺼려 하는 이야기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몇 권이나 읽었나 생각해 보니 시집까지 합해서 다섯 권, 정독할 수가 없어서 띄엄띄엄 읽었으니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제 문득 #작별하지않는다 를 읽을 때 메모한 노트를 꺼내 보는데 울컥했다. 서사가 주는 고통이 또렷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고통을 즐긴다.
불과 124페이지 남짓한 중편소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전건우의 《앨리게이터》
페이지를 넘기는 게 힘들었다. 라이더로 일하며 용돈을 벌던 주인공은 트럭에 치여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엄마의 연인을 자처한 봉주라는 인간이 나타나면서 전신마비가 주는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는 살인마였다.
과연 주인공은 앨리게이터, 살인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까 싶은 순간 더 깊은 절망이 시작되는 곳.
삶을 끝내고 싶어도 스스로의 삶을 끝낼 수도 없는 그런 곳.
지옥을 본 기분이다. 내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마치고 쓴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말했다. 인간이란 그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는 존재라고.... 극한 절망에서도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내려 한다. 그 안간힘을 담은 소설이다. 출간이 좌절된 중편소설이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런 기획이 멈추지 않았으면!!!
읽는 내내 안간힘을 써서인지 읽고 나서 정말 몸살이 오는 느낌이다. 진통제를 먹고 이젠 정말 누워야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