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바라본 세상 -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반 고흐의 아포리즘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석필 편역 / 창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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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지음)/ 창해 (펴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생전에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했던 그의 사후에 비로소 조금씩 빛나기 시작한 그의 예술 세계를 대할 때면 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실물로 고흐의 작품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책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에 관하여 그리고 2부에서 반 고흐의 아포리즘이 언급된다. 둘 다 평소 너무나 궁금했던 내용이다.

평생 정신병 증세와 망상에 시달렸던 고흐, 육체 건강에 소홀하여 먹지도 않으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 고갱과의 다툼 이후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

그를 괴롭히는 우울증은 끝내 세상을 향한 원망을 자신의 가슴을 향하게 했고 끝내 삶을 버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동생 테오의 미망인이 아니었으면 고흐의 서신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소중하게 보관한 서신들, 1906년부터 1913년 각각 몇 편의 편지가 세상에 알려졌다.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600통, 여동생 벌에게 22통, 화가 안톤에게 58통, 에밀 베르나르에게 22통 등 전 생애에 걸쳐 편지를 썼다. 오늘날 손안에 버튼만 누르면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 고흐가 살던 세상은 일일이 손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세계다. 가끔 손 편지가 그립다.






2부에서 고흐의 빛나는 문장들, 서신을 통해 고흐를 만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문장을 따로 만나보기는 처음이다^^ 스스로 보잘것없는 인간이라고 말했지만 신을 탓하지는 않았던 고흐. 폭풍 속에도 평화가 있다는 간절함, 고통은 때로 행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고흐는 잘 알고 있었다.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배울 수 있다는 고흐, 그의 문장은 아프면서도 그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 깊은 진실을 표현하고 캔버스에 옮겨보고 싶었다는 고흐.....




고흐의 생애와 함께 그가 시기별로 그린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글만 읽거나, 따로 고흐의 작품집을 감상한 적은 여러 번이지만 이렇게 생애에 걸쳐 고흐 작품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사교활동은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사색을 즐긴 고흐의 모습,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분들의 마음이 아픈 요즘이다. 고흐의 생애와 글을 담은 이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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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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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밝은세상 (펴냄)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아마도 책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한 4년전 가장 먼저 접하게 된 외국 작가가 아닐까? 나는 그의 작품 중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껴 읽는 느낌으로 천천히 읽었는데, 아! 아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런 이야기에 무척 흥미를 느끼는 구나에서 바로 '이런' 소설이다^^


지금 현재를 비춰주는 사회 이슈 서사를 담고 있을 것.

절망 속에서도 결국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이 잘 녹아 있을 것.

여러 가지 출구를 열어둔 결말


이 세 가지가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다 ㅋ 나는 스스로 취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기준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더글라스 케네디를 통해 깨달았다 ^^


소설에서 언급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국익에 반대한다고 사람을 공개 화형 하는 세상이라니 충격! 육식을 할 수 있는 분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계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육식을 섭취할 수 있다는 설정도 가치 충! 격! 적!!!!!!


원더풀 랜드는 정말 원더풀 한가??

공화국 연맹과 연방공화국 두 나라로 분리된 2036 미국의 근미래 모습. 근미래라고 하지만 사실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듯 한 부분이 많다. 소설이 주는 시의성, 사회 이슈적인 서사가 매력적이다! 소설의 주인공 샘 스텐글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데 그 임무란 무엇인가? 과연 주인공은 자신의 개인 삶과 전체의 삶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지도 궁금하다. 책에서 만나보시길~~!!


소설을 읽기 전에 많은 추측을 했는데, 역시 내 상상을 뛰어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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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기술 - 명화의 구조를 읽는 법
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 까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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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마사코 (지음)/ 까치 (펴냄)







한 달에 한 번은 꼭 미술관에 가서 감상하기!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림을 본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미술을 전공한 지인이나 미술관 도슨트 선생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예술을 감상할 때 지식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라고 하시는데 대체 뭘 알아야 감정도 생기는 게 아닐까? 이왕이면 작품을 감상할 때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명화가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얼까? 그림에서 균형감이 좋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목차만 봐도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던 책이다.


한 작품만 뚫어지게 관찰하고 그 소감을 적어보라는 미술사 교수님의 방법도 좋은 것 같다^^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도 없이 그 본연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감상법. 책에 언급된 수많은 명화들, 기존에 미술 감상법 관련된 책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자세한 그림 소개는 처음이다. 그것도 수많은 명화들을 일일이 만나는 느낌은 마치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공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람의 주인공, 초점을 찾는 법, 사람의 눈은 선을 쫓는 성질에 있다는데 선은 도대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가? 선의 입구나 출구는 없을까? 감상에 있어서 이렇게 많은 선들, 균형에 대한 중요성 찰나의 이상적인 순간을 그림 속에 조직화하려는 시도, 화가들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 색의 비밀 물감의 재료가 되는 것들 그 역사까지!! 그리고 그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그림 보는 법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 그 니즈를 잘 반영한 책이다. 전시회 가기 전, 명화를 감상하기 전 꼭 읽어볼 책!!


누구도 관찰하려고 하지 않는 분명한 것

우리는 보고 있지만 관찰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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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먀콘 프로젝트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허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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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관 장편소설/ 팩토리나인 (펴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우수상 수상작 기후 위기를 다룬 소설, 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하신 저자는 그 누구보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실감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태어났다. 머리로 알지만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는 기후 위기, 소설 초반부에서 피가 뚝뚝 흐리는 살점을 찢어 새끼에게 먹이는 어미 독수리의 모습, 그리고 검독수리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창조주는 저렇게 불완전한 생명체를 만들었을까라는 부분 인상적이다. 인류 자체가 지구에게는 바이러스인 죽음조차도 누군가의 생명으로 이어지는 사슴과 달리, 우리 인간들은 전혀 쓸모없어 보인다. 흙으로 돌아가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이먀콘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다. 영하 50도라니 정말 상상이 안되는 추위다. 남극을 제외하고 인간이 거주하는 곳 중 가장 추운 곳이라고 한다. 사진을 찾아보니 순록과 발이 푹푹 빠지는 흰 눈으로 덮인 시골의 풍경이다. 남극에는 정주민이 없지만 이곳 오이먀콘에는 정주민이 있다는 사실 놀랍다. 인구는 500명 정도. 극한의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어쩌면 기후 위기로 더 이상 인간이 살 곳을 잃어버린 소설의 배경처럼 특정 계층만이 이곳을 배경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것도 비밀리에 가진 자들만의 잔치, 오이먀콘 프로젝트로!!






종말이 오기 전에 이곳에 새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사람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아래에 잠들어 있던 수만 종의 바이러스가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소설 속 문장은 현실이다. 지구를 지키는 여자 엠마 마론, 동료는 죽어가면서 시베리아 오이먀콘에서 탈출하라고 말한다. 곧 다섯 개의 은하계가 태평양에 솟아오르면 대재앙이 온다고...






소설은 긴박하게 진행된다.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운명을 경고라도 하듯이...

소설은 허구이고 기후변화는 현실이라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기후변화, 기상학을 다룬 소설이라 전문 용어들이 종종 언급된다. 앞으로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을 수차례 겪어 된다고 한다. 막상 뉴스에서 기사로 만나는 기후 위기, 기상 현상보다 한 편의 소설을 만날 때 독자들은 더 큰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다.





남은 지구인들의 운명은? 목숨에도 서열이 있는가.....

오히려 기후변화와 같은 사건에서 가지지 못한 사람의 목숨 값은 더욱 차별당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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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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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괴이 』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비채 (펴냄)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여섯 작가의 앤솔러지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났다. 내가 작가라면 어떤 순서가 좋을까? 가장 앞에 실리는 것은 어쩐지 부담스럽고 마지막에 실리면 너무 끝이라 독자 손길이 가장 늦게 닿을 것 같아서, 아마도 두 번째나 세 번째 때쯤 수록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십자가를 소재로 한 앤솔러지 모음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인친이신 김세화 작가님 작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가장 먼저 읽었고 그다음으로 전건우 작가님 순으로 읽었다. 거꾸로 첫 장에 실린 조영주 작가님 작품을 가장 마지막에 읽었는데 결국 이 책은 두 번 읽게 되었다. 이름만 알고 처음 접하는 작가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분들의 단편을 다른 책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특히! 조영주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는 최근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하! 그 조영주 작가님이셨구나! 무진 십자가 사건이라는 미제 사건을 소재로 여섯 작가가 협의하는 과정,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술한 작품 《영감》 이 분의 청소년 소설도 그렇지만, 스토리 전개 방식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님이다. 두 번째 이야기로 바통을 연결하는 부분도 인상적!!






박상민 작가님 《그날 밤 나는》의 첫 문장!! "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그리고 주인공의 개인사가 서술되는데.. 딸을 읽은 아버지의 마음이라니 참 가늠하기 힘든 슬픔이다. 장르소설은 문학성이 없다고 가끔 사람들은 말한다. 숨겨진 트릭을 보느라 좋은 문장을 발견하지 못하는 독자의 실수가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예수의 희생을 변주 삼아 자신을 희생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주기를 원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내가 미스터리를 읽는 이유?

스스로 삶을 끝낸다는 것은 보통 힘든 게 아닐 텐데,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대부분 미스터리의 결말에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답 없는 답을 찾으며 그 과정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섯 작품은 가장 해답 가까운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차무진 작가님 《파츠》 민통선 안, 십자가를 세우고 담배를 빨고, 스스로 대못을 박아 죽음을 준비하는 해병, 그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면서 숨죽이듯 읽을 수밖에 없는! 아마도 여섯 작품 중 마치 실제 사건을 재현한 듯한 느낌. 해병을 지켜보는 중위의 행동도 충격+ 충격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건우 작가님 작품 《도적들의 십자가》

스릴러를 쓰려면 이렇게 써야지라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듯한!! 전작 《앨리게이터》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주원규 작가님 《십자가의 길》 인생을 지배해 온 절대의 교리가 규칙이었다는 주인공 규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내 모습이 보였다. 주원규 작가의 후기에서 눈물이 흘렀는데,

호기심을 가지고 비정상을 지켜보는 마음, 혐오와 두려움을 품고 보지 않으려 하는 마음, 나는 어느 쪽인가?!


완독 후, 다시 십자가 사건을 검색해 보았다. 2011년 문경의 버려진 채석장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 결국 자살로 판결이 난 워낙 엽기적인 모습이라 세계적으로도 도무지 비슷한 사건을 찾을 수 없는! 다양한 각도로 재해석 될 수밖에 없는 의문의 죽음, 오직 스릴러, 장르문학만이 죽은 자가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할 수 있다고 했던가.... 처연한 슬픔이 공포와 더해지니 그 색깔이 너무 뚜렷해진다.





덧. 여섯 작품이 막 무섭다거나 극도의 공포감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한 달 전 그리고 어젯밤까지 두 번 읽으며

누를 수 없는 한기에 몸을 덜덜 떨었다원인 모를 이런 공포감을 좋아한다 ㅋ


인간이 언제 선한 적이 있었나....?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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