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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ㅣ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평점 :
『 십자가의 괴이 』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비채 (펴냄)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여섯 작가의 앤솔러지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났다. 내가 작가라면 어떤 순서가 좋을까? 가장 앞에 실리는 것은 어쩐지 부담스럽고 마지막에 실리면 너무 끝이라 독자 손길이 가장 늦게 닿을 것 같아서, 아마도 두 번째나 세 번째 때쯤 수록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십자가를 소재로 한 앤솔러지 모음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인친이신 김세화 작가님 작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가장 먼저 읽었고 그다음으로 전건우 작가님 순으로 읽었다. 거꾸로 첫 장에 실린 조영주 작가님 작품을 가장 마지막에 읽었는데 결국 이 책은 두 번 읽게 되었다. 이름만 알고 처음 접하는 작가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분들의 단편을 다른 책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특히! 조영주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는 최근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하! 그 조영주 작가님이셨구나! 무진 십자가 사건이라는 미제 사건을 소재로 여섯 작가가 협의하는 과정,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술한 작품 《영감》 이 분의 청소년 소설도 그렇지만, 스토리 전개 방식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님이다. 두 번째 이야기로 바통을 연결하는 부분도 인상적!!
박상민 작가님 《그날 밤 나는》의 첫 문장!! "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그리고 주인공의 개인사가 서술되는데.. 딸을 읽은 아버지의 마음이라니 참 가늠하기 힘든 슬픔이다. 장르소설은 문학성이 없다고 가끔 사람들은 말한다. 숨겨진 트릭을 보느라 좋은 문장을 발견하지 못하는 독자의 실수가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예수의 희생을 변주 삼아 자신을 희생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주기를 원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내가 미스터리를 읽는 이유?
스스로 삶을 끝낸다는 것은 보통 힘든 게 아닐 텐데,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대부분 미스터리의 결말에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답 없는 답을 찾으며 그 과정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섯 작품은 가장 해답 가까운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차무진 작가님 《파츠》 민통선 안, 십자가를 세우고 담배를 빨고, 스스로 대못을 박아 죽음을 준비하는 해병, 그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면서 숨죽이듯 읽을 수밖에 없는! 아마도 여섯 작품 중 마치 실제 사건을 재현한 듯한 느낌. 해병을 지켜보는 중위의 행동도 충격+ 충격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건우 작가님 작품 《도적들의 십자가》
스릴러를 쓰려면 이렇게 써야지라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듯한!! 전작 《앨리게이터》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주원규 작가님 《십자가의 길》 인생을 지배해 온 절대의 교리가 규칙이었다는 주인공 규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내 모습이 보였다. 주원규 작가의 후기에서 눈물이 흘렀는데,
호기심을 가지고 비정상을 지켜보는 마음, 혐오와 두려움을 품고 보지 않으려 하는 마음, 나는 어느 쪽인가?!
완독 후, 다시 십자가 사건을 검색해 보았다. 2011년 문경의 버려진 채석장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 결국 자살로 판결이 난 워낙 엽기적인 모습이라 세계적으로도 도무지 비슷한 사건을 찾을 수 없는! 다양한 각도로 재해석 될 수밖에 없는 의문의 죽음, 오직 스릴러, 장르문학만이 죽은 자가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할 수 있다고 했던가.... 처연한 슬픔이 공포와 더해지니 그 색깔이 너무 뚜렷해진다.
덧. 여섯 작품이 막 무섭다거나 극도의 공포감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한 달 전 그리고 어젯밤까지 두 번 읽으며
누를 수 없는 한기에 몸을 덜덜 떨었다. 원인 모를 이런 공포감을 좋아한다 ㅋ
인간이 언제 선한 적이 있었나....? p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