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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 김동리 단편선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7
김동리 지음, 이동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평점 :
문학과지성사(펴냄)
윤흥길 작가님의 《 완장 》을 접한 후, 꾸준히 한국문학을 읽고 있다. 하! 이놈의 완장질ㅠㅠ 며칠 전 공공장소에 누군가 높은 분? 이 등장했다. 속으로 '아하 또 높은 그분이 왔구나' 싶었다. 다들 청소하고 난리인 중에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어! 뭔가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높은 나리가 내 앞에 서있는 게 아닌가? 나는 그저 빤히 그를 쳐다봤다. 그가 먼저 내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길래 내가 답으로 고개만 까딱하자, 옆에 있던 검정 슈트 입은 공무원이 깜짝 놀라며 "청장님이십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말이 겉으로 뛰어나왔고 그들은 황망히 사라져갔다. 뭘 어쩌란 말인가? 뭐 절이라도 하랴?
내가 유일하게 90도 인사를 하는 분은 1년 365일 학교 앞 초소를 지키시는 분, 화장실 청소를 해주시는 여사님뿐이다.
도서관에 이 시리즈를 비치하기 위해 몇 번이나 건의했다. 시리즈 전권을 다 구입하시는 분이 많지는 않을 테니 전국 초, 중, 고 도서관이 이 시리지가 세질 정도씩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수능 문학으로 분류되어 거들떠보지도 않던 한국문학을 매일 조금씩 읽는 중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적인 정서 덕분인지 외국문학을 읽을 때와 그 느낌이 새삼 다르다. 남의 집이 아닌 내 집 마당에서 천진하게 뛰노는 어린아이의 기분이랄까?
근현대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발탄 이다. 1950~1960년대 살아본 적 없는 시대가 너무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근대문학은 읽는 마디마디마다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참느라 목이 따끔한 순간이 자주 온다. 미쳐버린 어머니의 "가자, 가자" 소리가 "죽자 죽자"로 들린다.
학창 시절 나의 선생님 중에는 나라의 힘이 약하니 참아야 한다. 너희가 어른이 되어 강한 나라가 되면 어쩌고.... 했는데,
나는 그 어린 시절에도 이 말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강한 나라가 되면 마음대로 해도 용인되는 것들? 힘이 약한 나라는 빼앗기고 짓밟히고 또 더럽고 아니꼬운 일도 참아야 한다는 논리. 강대국 vs 약소국 논리를 놀이터에 적용해 보면, 아이들이 놀 때 덩치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때리거나 괴롭혀도 작은 아이는 그저 약하니까 참아야 한다. 지금은 힘이 약하니까 나중에 힘을 길러서 복수를 해주면 된다???
소설에 언급되는 의수 대신 쇠갈고리를 한 상이군인들, 불편한 몸으로 일자리도 미래도 없는 가난한 정부의 무대책에 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된다. 같은 군인 출신인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달라진다? 세상은 달라졌는가?
공과과를 가려서 공이 많은지 과가 많은지 보고 판단하라는 나의 지식인 지인들. 글쎄, 그가 통치를 잘 했는지 모르겠고 그 시절 우리 국민들의 업적이 아닐까... 지역에 있는 새마을운동 기념관에 갔는데, 그 위대한 전직 대통령들의 업적보다 우리 국민들의 노력이 더 빨리 심장에 전달된다.
김동리의 《무녀도》 일단, 소설 첫머리에 들어가는 배경 묘사부터 말을 잃게 만든다. " 뒤로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폭이 널따랗게 흐르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내릴 듯한 파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p81
종교가 있지만 무녀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근대소설을 읽다 보면 꼭 마을에 미친 여자 하나쯤 등장한다 ㅠㅠ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당했던 고통을 누가 아는가? 시골마을에서 종종 있었던 근친상간, 강간의 역사, 들키면 마을의 욕이나 쉬쉬하는 문화..... 밀양 여중생 사건이 2004년, n 번 방 사건이 2019년이니 무려 2000년대에도 우리들의 성 의식은 고작 이 수준이다.
무속 vs 기독교, 전통 vs 현대의 대립은 오늘날 첨단과학 대우주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도시의 똑똑한 청년들이 다 떠나버린 그야말로 노쇠해버린 도시 vs 대한민국 4명 중 1명이 산다는 특별시, 혹은 진보 vs 보수를 자칭하는 자들의 대립, 남과 여..... 채 10페이지도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 주는 묵직한 감동이라니! 근대소설만이 갖는 아픔이 있다. '아픔'이라는 단어마저 가볍게 느껴지는 묵직한 고통, 한의 정서가 읽는 독자를 자꾸만 멈추게 한다. 지나간 옛 것에 대한 향수, 그리움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돌 깨는 산울림에 떨던 성북동 비둘기는 이제 어디에 입을 닦는 걸까? 점점 추워지는데...
내게 이런 작가가 또 나올까 싶은 작가들은 거의 근대문학을 쓰신 이미 돌아가신 작가님들이었으니....
계속 읽는 중이다. 전쟁 없는 시대에 살아서 우리는 폐허를 모른다. 이웃나라들이 폐허 당하?는 모습은 기사로 많이 보았다. 심리적 망국 상태라고 했던가? 아직도 빼앗긴 내 조국, 나라를 되찾지 못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지금은 잉여인간 손창섭의 《비 오는 날》 읽는 중인데 최명익의 《비 오는 길》이라는 작품도 있다. 비슷한 제목의 두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다음 리뷰에서... 하! 잉여인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