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육필로 나눈 문단 교우록
박이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박이도 지음/ 스타북스(펴냄)
1930년대 생이신 저자. 책은 문익환, 박화, 이어령, 이해인 등 문단의 거장들 97명의 육필과 77명의 자필 서명으로 쓰였다.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 작가, 화가, 평론가분들의 친필이라니!!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기록물을 어떻게 소장하고 계셨는지와 그날의 기억을 빠짐없이 기록해놓으신 부분이었다. 마치 어제 일인가 싶을 만큼 상세했다는 점이다.
시인이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첨되었을 때, 전국에서 온 축하의 편지 그중 김광균 시인의 소포가 인상적이다. 봉하지 않은 봉투에서 만년필로 쓴 손글씨가!! 주고받은 서신을 통해 시인의 맑은 시정신, 시인다운 절개를 느낄 수 있었다.
시담과 편지, 엽서와 메모.... 손글씨의 감동이 이어졌다.
시의 말에는 연령이 깃들어 있다는 문장, 말속에 숨어있는 혼령을 불러내어 청중의 가슴속에 새로운 전율, 생명의 불꽃을 일게 하자면, 시인 자신이 전력을 기울여서 시를 육성으로 낭독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를 향한 혹은 후배들을 향해 1930년생 노시인의 간곡한 부탁인 것 같았다. 천하디 천한 자본주의와 결탁한 문단, 글쎄 그들을 나쁘다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과연 예술이 현실과 손잡았을 때 진정한 감동이 있을 수 있을까는 늘 의문이다. 나도 자본 속에서 자본과 손잡고 자본에 의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
마광수 교수와의 인연, 상징시인 황석우와의 인연, 미래지향적 비전을 조망한 작가 조태일과의 인연, 이해인 수녀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편지...
편지와 엽서가 마치 시 같았다..... 이런 상징성으로 주고받은 손 편지가 도대체 얼마 만인가? 정말 오랜만에 나도 손 편지나 엽서를 쓰고 싶은 마음이다^^
피를 토하며 시를 쓴 천상병 시인이나 이상 시인처럼....
오늘날 과연 어느 시인이 영혼을 불어넣은 시를 쓰는지, 대중에게 외면당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지는 의문이다. 요즘의 시인들은 혹은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보다는 sns 활동이 더 바쁜 것 같다. 책 한 권 내면 인터뷰와 광고, 유튜브 하는 게 더 급선무가 아닌지!!
과거 영과 육을 예술에 쏟아부었던 진정한 예술가들, 얼굴 없는 작가들이 그립다. 요즘도 간혹 있기는 하다. 일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글로 승부하려는 분들이 종종 있다.
남의 편지, 남의 일기가 가장 재밌는 거 아닐까?^^ 가장 사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사적인 우리 시대 진정한 어른이 아니신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