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탄생 - 량치차오의 국민국가 건설 분투기
정지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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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정지호 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량치차오....내게는 낯선 인물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중국은 ‘천하’였다. 중심과 주변, 문명과 오랑캐를 구분하는 질서의 세계. 하지만 근대는 그 질서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계는 더 이상 문명권의 위계로 움직이지 않았고, 국경과 국민, 세금과 법률로 움직였다. 그런 의미에서 량치차오는 균열의 시대를 살았던 분 단순한 사상가가 아니라, 무너지는 세계관 위에서 새 틀을 짜려 했던 설계자가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역사’를 다시 쓰려 했다는 점이다.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이 바뀌면 국민이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도 바뀐다. 내란을 겪으며 우리 국민들을 봐도 느낄수 있다. 역사는 추억이 아니라 국가를 만드는 도구가 된다. 나는 여기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는 일일까,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과거를 배열하는 일일까. 사상은 이상을 말하지만 국가는 결국 숫자로 굴러간다. 량치차오가 경제와 재정을 고민했다는 대목에서 그의 현실 감각이 느껴졌다. 국민국가는 감정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세금, 제도, 행정이라는 단단한 구조가 필요하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국가란 거대한 신념이 아니라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량치차오는 제국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혁명과 유신 사이에서, 군주정과 공화정 사이에서 그는 늘 ‘중간의 길’을 찾으려 했다. 이 모순은 그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황제가 물러나고 총통이 취임하는 설정 속에는 급진과 연속성을 동시에 붙들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역사는 늘 단절보다 연속을 택하려는 힘과 싸우니까..





후반부에서 다루는 국적, 귀화, 경계의 문제는 이 책을 현재로 끌어온다. 누가 국민인가. 국가는 누구를 품고, 누구를 밀어내는가. 이 질문은 19세기 말의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다. 국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긋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임을 잊지 말자...





#량치차오 #중국전문연구서 #국민국가건설 #중국의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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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 톨스토이의 《참회록》 러시아어 완역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충우 옮김 / 대경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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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대경북스(펴냄)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의 대작 전쟁과 평화 시리즈 전 4권을 읽고 난 뒤에 만난 참회록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톨스토이가 1870년대 후반 겪은 실존적 위기를 기록한 일종의 고백문이다. 그는 정교회 신앙 안에서 자라났지만, 청년기에 접어들며 그 믿음을 잃었다고 한다. 


 그 모든 성취 한가운데서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그를 괴롭혔나 보다. 당대 작가로 꽤 오래 사신 편이고 다작을 하시고 ( 이 부분은 아내이신 소피야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원하는 것을 다 이루신 분인것 같은데도 고민이 많으셨나보다.



톨스토이는 악필이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을 일일이 손으로 옮겨 쓰고 출판사에 보냈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 역시 소피야가 아니었다면 과연 ....? 그녀는 단순한 ‘작가의 배우자’를 넘어 그의 삶과 작품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녀는 톨스토이의 원고 정리, 교정, 출판 관리 담당하고 가계 재정 운영까지 책임졌으니 톨스토이의 대작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헌신이 결정적이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톨스토이가 집필에 힘썼듯이 만약 소피야가 소설을 썼더라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많은데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보면,

어떤 신앙이 누구에게 어떠한 답들을 주었는지 간에, 신앙이 주는 답은 사람이라는 유일한 존재에게 무한의 의미를 부여한다 p96라는 부분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삶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예술조차 더 이상 그를 붙들어주지 못한다. 그의 나이 쉰 살쯤 자살이라는 유혹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이어서 자신을 무한의 일부로 놓았다. 그리고 페이지 123에서 그는 자신이 자살로부터 구원받았다고 썼다. 종교적인 부분에 의지하여 죽음 충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회복되었나보다. 모든 심리학적 병증이 그렇지 않은가...




《참회록》은 종교적인 교리를 설파하는 책이 아니라, 한 인간이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숨을 배우는 기록이다. 위대한 작가의 내면이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흔들렸다는 사실이 독자들에게 오히려 위로가 된다. 기존 내가 만난 러시아 문학이 늘 그래왔듯, 이 책은 인간 존재의 극단을 통과해 끝내 희망의 불씨를 건져 올린다.




20세기 초·중반에 소개된 일부 해외 번역본은 러시아어 원전이 아니라 영어·독일어 중역 과정을 거친 경우가 있었다. 특히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삭제·축약·의역이 이루어진 판본도 존재했다. 이번에 출간된 러시아어 완역판은 검열이나 2차 언어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어 원문을 직접 번역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작을 쓴 거장의 고백은 진실하게 느껴진다. 대작가로 추앙받는 분이지만 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이 주는 위로다.



러시아 문학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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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 개정판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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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나이토 히로후미 저 · 서수지 역 · 사람과나무사이






나는 이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를 차례로 읽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와인을 통해 역사를 풀어내겠지”라고 예상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와인의 이미지는 어떤가? 프랑스가 떠오르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물론 와인의 나라는 프랑스 이에도 많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었다 우리는 와인을 취향의 영역으로 소비한다.





산지, 빈티지, 향의 노트.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와인이 아니라 ‘통제와 확장’의 도구로서의 와인을 알게 된 점이다. 포도밭은 곧 영토였고, 세금은 곧 권력이었다는 것을 게다가 항구는 곧 제국의 목줄이었다. 와인은 식탁 위에 있었지만, 결정은 언제나 권력자의 손에서 내려졌다. 내가 흥미로웠던 지점 나는 특히 이런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와인이 사랑받은 이유는 맛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와인은 비교적 안전한 음료였고, 종교적 상징이었고, 외교의 매개였고, 무역의 핵심 상품이었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접했다.

한 잔의 술이 군사 전략과 해상 무역, 종교 의식, 식민지 확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와인을 둘러싼 선택은 누가 바다를 장악하는가의 문제였다.

또한 누가 세금을 걷는가의 문제였다.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역사는 “위대한 결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소비와 수요가 만든 결과라는 점이다. 참으로 흥미로운 소재다.

사람들이 매일 마신 것이 결국 세계를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것들은 훗날 어떤 권력 지도를 만들게 될까? 라는 의문을 떠올리며...

와인은 취향이지만 동시에 구조이기도 했다. 역사에 관심 많은신 분, 세계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로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세계사

#역사

#사람과나무사이

#세계사를바꾼와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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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 사고 - 제3의 선택으로 세상을 바꾼 이노베이터들의 생각법
로저 마틴 지음, 범어디자인연구소 옮김 / 유엑스리뷰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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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왜 우리는 늘 둘 중 하나를 포기하려 할까 《통합적 사고》



로저 마틴/ 유엑스리뷰(펴냄)



이 정도면 현실적인 선택이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한 적은 없는가?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상상력을 멈춘 변명은 아니었을까. 책은 이런 지점을 냉정하게 짚어낸다.

통합적 사고는 무엇일까?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아니라 더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 같다.


‘통합적 사고’, ‘생성추론’, ‘인과모델링’ 같은 단어들은 처음 읽을 때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다가 멈추고, 내가 이해한 언어로 다시 정리해봤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건 이것 아닐까.

왜 꼭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책 초반에 언급된다. 양자택일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뛰어난 리더는 완전히 다른 두 아이디어를 동시에 붙들고, 거기서 새로운 답을 만들어낸다고....


우리는 보통 선택 앞에서 이렇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안정적인 길 vs 내가 좋아하는 길 혹은 비용 절감 vs 품질 향상 내지는 빠른 실행 vs 완성도 높은 준비 그리고 대부분은 이렇게 고민하다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을 문제 삼는다. 왜 포기부터 하냐고 말한다.


통합적 사고는

A냐 B냐가 아니라 A와 B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제3의 답을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 부분 읽으며 우리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구조를 현실이라고 믿지만 저자는 그것을 단지 ‘모델’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단순화해서 만든 틀. 그리고 우리는 그 틀 안에서만 고민한다. 어쩌면 통합적 사고는 틀 안에서 더 잘 선택하는 능력이 아니라 틀 자체를 의심하는 태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 교육이 늘 말하던 창의적인 사고는 틀 밖에서 나오지 않는가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개념도 많고, 사고를 계속 요구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나는 너무 빨리 타협하려고 애쓰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된다. 통합적 사고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능력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훈련 가능한 사고법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책은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지 말라고 말해준다.

이 책은 리더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 기획을 하는 사람, 혹은 삶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사람에게도 유효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대신 새로운 답을 설계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결정의 수준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내게 유용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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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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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박상진 지음/ 문예출판사





감각적인 빨간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지옥의 불길 같기도, 아직 식지 않은 심장 같기도 한 색. 그 위에 얹힌 삽화는 오래된 회화의 숨결을 불러오면서도 묘하게 오늘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고전을 해설하는 책이기 전에, 우리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묻는다.


왜 이 시대에 여전히 단테의 신곡인가? 이 질문을 머리에 두고 읽은 책이다. 내 주위에도 많은 분들이 《신곡》을 ‘언젠가 읽어야 할 책’으로 미뤄둔다. 방대하고, 어렵고, 중세의 종교적 세계관을 알아야 할 것 같다고들 한다. 그러나 박상진 저자의 언어로 다시 만난 《신곡》은 앞서 말한 풀지 못한 숙제가 아니라 질문이 된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남게 하는 걸까....

신곡을 타 출판사 번역으로 여러 차례 접해온 내게 이 책은 용기, 연민, 사랑, 폭력, 분노 같은 16개의 키워드를 통해 단테의 여정을 비교적 친절하게 따라가게 해준다. 지옥·연옥·천국이라는 장대한 무대는 결국 인간 내면의 지도가 아닐까? 우리는 이미 각자의 지옥을 통과하고 있고, 작은 연옥을 견디며, 가끔은 아주 잠깐의 천국을 맛본다. 그게 인생이다.


단테가 길 위에서 마주한 수많은 인물들은 특별한 성인이나 악인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와 닮은 얼굴들이다. 사랑과 질투 사이에서 흔들리고, 정의를 말하면서도 타협하고, 분노를 정당화하다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존재들.





고전을 고전 그 자체의 텍스트 해석에만 그치지 말자는 생각이다. 오늘날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혹은 내 주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 눈을 길러준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책 속 문장들은 선명한 해답을 주기보다 생각하게 한다. 잘못된 선택은 고칠 수 있으나, 잘못된 중립은 고쳐지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오래 남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안함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태도라는 것. 단테가 살아 있는 몸으로 지옥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실천은 살아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구원은 앉아서 막연히 기다리는 은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성을 발휘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선택이라는 통찰이 필요한 시기다. 그 어느 때보다!

고전을 낮은 문턱으로 끌어내리면서도 그 깊이를 훼손하지 않는 데 있다. 원문 번역과 해설, 그리고 회화 작품들이 함께 엮이며 《신곡》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테의 언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사유를 모두 한 데 모아주는 책이다. 설명을 듣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모닥불 옆에 앉아 조용히 사유를 건네받는 기분이 든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빛을 받으면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돌아보는 것. 잘못을 고치고, 선택하고, 다시 걷는 것.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확신한다. 신곡을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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