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 톨스토이의 《참회록》 러시아어 완역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충우 옮김 / 대경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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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대경북스(펴냄)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의 대작 전쟁과 평화 시리즈 전 4권을 읽고 난 뒤에 만난 참회록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톨스토이가 1870년대 후반 겪은 실존적 위기를 기록한 일종의 고백문이다. 그는 정교회 신앙 안에서 자라났지만, 청년기에 접어들며 그 믿음을 잃었다고 한다. 


 그 모든 성취 한가운데서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그를 괴롭혔나 보다. 당대 작가로 꽤 오래 사신 편이고 다작을 하시고 ( 이 부분은 아내이신 소피야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원하는 것을 다 이루신 분인것 같은데도 고민이 많으셨나보다.



톨스토이는 악필이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을 일일이 손으로 옮겨 쓰고 출판사에 보냈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 역시 소피야가 아니었다면 과연 ....? 그녀는 단순한 ‘작가의 배우자’를 넘어 그의 삶과 작품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녀는 톨스토이의 원고 정리, 교정, 출판 관리 담당하고 가계 재정 운영까지 책임졌으니 톨스토이의 대작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헌신이 결정적이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톨스토이가 집필에 힘썼듯이 만약 소피야가 소설을 썼더라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많은데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보면,

어떤 신앙이 누구에게 어떠한 답들을 주었는지 간에, 신앙이 주는 답은 사람이라는 유일한 존재에게 무한의 의미를 부여한다 p96라는 부분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삶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예술조차 더 이상 그를 붙들어주지 못한다. 그의 나이 쉰 살쯤 자살이라는 유혹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이어서 자신을 무한의 일부로 놓았다. 그리고 페이지 123에서 그는 자신이 자살로부터 구원받았다고 썼다. 종교적인 부분에 의지하여 죽음 충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회복되었나보다. 모든 심리학적 병증이 그렇지 않은가...




《참회록》은 종교적인 교리를 설파하는 책이 아니라, 한 인간이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숨을 배우는 기록이다. 위대한 작가의 내면이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흔들렸다는 사실이 독자들에게 오히려 위로가 된다. 기존 내가 만난 러시아 문학이 늘 그래왔듯, 이 책은 인간 존재의 극단을 통과해 끝내 희망의 불씨를 건져 올린다.




20세기 초·중반에 소개된 일부 해외 번역본은 러시아어 원전이 아니라 영어·독일어 중역 과정을 거친 경우가 있었다. 특히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삭제·축약·의역이 이루어진 판본도 존재했다. 이번에 출간된 러시아어 완역판은 검열이나 2차 언어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어 원문을 직접 번역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작을 쓴 거장의 고백은 진실하게 느껴진다. 대작가로 추앙받는 분이지만 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이 주는 위로다.



러시아 문학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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