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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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니클라스 브렌보르 저 | 위즈덤하우스






최근 들어 ‘중독’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자주 들린 적이 있었을까.

숏폼을 보다 새벽 두 시가 되고,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배달앱을 켜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누군가의 관심을 끝없이 새로고침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중독된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고, 초자극에 맞춰 재설계된 환경이라고....





책은 크게 세 가지 중독을 다룬다.

식품, 포르노, 스크린.

“와~~ 이 셋 중 하나쯤은 이미 내 삶에 들어와 있구나.”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먼저 저자는 중독을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구조와 진화의 문제로 바라본다.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인 저자. 그는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육과 뇌의 신호 전달 체계를 연구하며, 생명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인의 뇌가 어떻게 ‘초자극’에 점령당하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추적한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탓한다. 의지가 약해서, 절제가 부족해서, 자꾸만 무너진다고.

하지만 저자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뇌는 원래 희귀한 자극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는데, 현대 산업은 그 시스템을 정교하게 해킹해버렸다고.



15초짜리 숏폼은 끝없는 새로움을 공급하고, 초가공 식품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농도의 단맛과 지방을 밀어 넣으며, 데이팅 앱은 사랑마저 슬롯머신처럼 바꿔놓았다. 어쩌면 우리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읽으며 가장 서늘했던 건 초자극은 소박한 기쁨을 망가뜨린다는 부분이었다. 예전에는 산책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고, 좋아하는 사람과 천천히 대화하는 밤이 오래 기억됐다. 하지만 자극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평범한 일상은 점점 심심한 삶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삶은 더 많은 자극을 갈망하게 되는 경험,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중독을 단순히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당신의 뇌는 지금 누구에게 점령당해 있는가라는 섬뜩한 질문이다. 불안과 공허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대신 현대 사회 전체가 어떻게 인간의 본능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구조 안에 가둬놓았는지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질문 앞에서 아마 독자들은 스스로의 하루를 돌아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집중력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 내 외로움은 어떤 산업의 먹이가 되었는지,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즐거움은 무엇이었는지를!! 의미 있게 떠올려보자, 잠시 폰을 멈추고!!


#중독을통제할수있다는착각 #니클라스브렌보르

#초자극의시대 #도파민중독 #숏폼중독

#스크린중독 #초가공식품 #현대인의뇌 #불안과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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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현주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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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버지니아 울프/ 시간과공간사 (펴냄)





여성의 창작 활동이 오랫동안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회구조적인 이유와 좀 더 세밀하게 경제적인 이유로 짚어낸 버지니아 울프의 사유는 시대를 초월한다. 대작가 브론테 자매나 제인 오스틴 역시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한 채로 글을 썼다. 가족 공동의 공간인 거실 한 쪽 구석에서....





무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성은 경제적으로 자유로운가? 역차별이라며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남성들도 종종 보이는 요즘 과연 여성들은 가사노동, 육아,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4대 보험 적용되는 육아 휴직이 가능한 직장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도 수두룩하다. 남성들은 기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 물론 가정 경제를 이어가는 부담은 엄청 크다) 주로 여성이 휴직하거나 심지어 퇴사한다. 경력 단절이라는 뼈아픈 단어를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심지어 경단녀라는 단어에서 여성인 나는 사라지고 사회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되고 무능한 내가 남는다. 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보유 여성이 맞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사유는 첨단과학 우주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것이 오늘날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서글프다.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쓰지 못했던 여성들을 상상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주디스 셰익스피어다. 재능이 있었으나 시대 때문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상징!!!





그런데 「조안 마틴 양의 일기」는 그 상상을 훨씬 더 초기의 형태로 보여준다. 아직 이론도 완성되지 않았고,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장대한 사유 체계도 형성되기 전인데 이미 스무 살의 버지니아 울프는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여성”의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니 놀랍고 또 놀랍다! 굉장히 울프적인 지점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혁명적 선언을 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여성의 침묵을 그 강요당한 시대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념비적이다.






100년이 뭔가? 불과 50년 전 우리 할머니 어머니 세대는 어떠했는가? 그들은 구조로부터 자유로웠는가? 최근에야 비혼이 당당한 자기 선택이지만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일명 :노처녀) 은 무슨 하자가 있는 여성, 집안 어른들의 근심이었다.





「조안 마틴 양의 일기」 후반에 주인공이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난다. 단순한 부녀의 대화 이상이 담겨 있다. 딸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애정을 보내는 아버지 세대의 격려가 돋보인다. 억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래된 시대의 복합적인 얼굴이 아닐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조안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단순히 자신을 막아서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이미 시대의 한계 속에 갇혀 늙어가는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울프는 평생 아버지의 거대한 지성과 권위 아래에서 영향을 받았고, 동시에 그것을 넘어야 했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존경과 억압이 동시에 얽힌 존재였다. 여성을 가두었던 것은 단지 악의적인 남성 개인만이 아니라, 여성의 가능성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대 전체였기 때문이다. 사랑은 있었지만 이해는 부족했고, 애정은 있었지만 자유를 줄 수는 없었다.





여성은 왜 끝내 자기 삶의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는가....

그 질문은 미완의 형태지만, 조안의 흔들리는 목소리 속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본다.





#버지니아울프 #자기만의방

#조안마틴양의일기 #시간과공간사

#여성문학 #여성주의문학 #고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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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 I LOVE 스토리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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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보물창고(펴냄)








뉴베리상을 3번이나 수상한 작가!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야기는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질문의 중심에는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가 있었다. 무려 세 번이나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어린 독자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았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소설은 페리스와 그가 지구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의 대화로 시작된다. 유령이 무섭지 않다는 할머니는 오히려 모욕이나 수치심이 더 무섭다고 대답한다. 어른이 되고 보니 공감되는 말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 p 13






동생을 세포 수준으로 이해한다는 페리스의 아빠, 무서울 만큼 미스터리한 존재인 동생 핑키, 숙모를 염탐하라고 보내는 테드 삼촌,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견디는 밀크 선생님, 할머니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부이 할아버지, 그리고 끝내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유령까지. 『패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의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기묘하고 엉뚱하다. 마치 현실과 우화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사람들 같다.




특히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실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죽음을 견디고, 누군가는 가족 안에서 이해받지 못하며, 또 누군가는 떠나간 존재를 여전히 기다린다. 그러나 작가는 각자의 슬픔을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 엉뚱한 대사와 예상치 못한 장면들 사이로 삶의 온기를 스며들게 만든다. 인간은 이상할 만큼 슬프고, 동시에 우스울 만큼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닌가!











어휘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나 마찬가지란다. 삶의 모든 순간은 적절한 때에 올바른 단어를 아는 것에 달려있다 p 25







뉴베리상은 미국 도서관 협회(ALA)가 1922년부터 수여해온 미국 아동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라고 한다. 한 해 동안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국 아동문학 작품”에 주어지며, 단순히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문학성과 인간에 대한 통찰, 어린 독자의 감수성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흔히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크며, 수상작들은 세대를 넘어 고전처럼 읽힌다는데 왜 세 번이나 상을 수상하셨는지 깨닫게 되었다.







제목처럼 사랑 이야기이지만, 흔히 떠올리는 로맨스와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 가족 안에서 서로를 견디는 방식, 삶의 슬픔 속에서도 다시 웃게 되는 순간들까지 포함한 더 넓은 의미의 사랑 이야기다. 타깃 독자는 어린이를 향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어른들이 잃어버린 감정들이 숨어 있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라고 책이 말해주었다.




#페리스이건사랑이야 #케이트디카밀로 #뉴베리상

#아동문학 #성장소설 #힐링소설 #책추천 #북스타그램

#독서기록 #문학추천 #에드워드툴레인의신기한여행

#생쥐기사데스페로 #초능력다람쥐율리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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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에서 국선으로 - 국선변호사의 사건 노트 : 법정에는 늘 사정이 있다
김민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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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민경(지음)/ 하움출판사 (펴냄)








13년 차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의 기록이라는 부제, 국선 변호인은 들어봤지만, ‘국선 전담 변호사’라는 존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법은 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막상 내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이상 법정이라는 공간을 떠올릴 일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법정 공방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법에 대해 무지한 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일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하나씩 알게 되는 것들. 법은 그런 영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은 멀게만 느껴졌던 법의 세계를 우리 가까이로 끌어온다. 이 책은 법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법속에 놓인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쓰인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변론은, 법정이 단순히 판결을 내리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진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의 말은 논리이면서 동시에 서사이고, 차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느껴졌다. 정말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 이야기가 언급된다. 그러나 책 속 사건들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순간의 선택, 짧은 판단 착오, 혹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들. 그렇게 누군가는 피고인의 자리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법을 먼저 배우고 사람을 나중에 배웠다는 저자의 문장은 그 겸손함에 읽는 독자마저 겸손하게 만든다.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가능성의 문을 열어두는 일이라고 한다,

자백이든, 부인이든, 침묵이든, 혹은 어떤 선택이든—

그 사람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다음을 보태는 일 p14






증거는 차갑고 사람은 뜨겁다. 둘 사이의 다리를 만드는 일, 그게 내 직업 변호사가 하는 일이다 p 96



우리의 사법에 대해 불신하는 분들이 많다. 사법에 대한 불신, 나도 그러했다. 뉴스 속 판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납득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법은 너무 멀리 있고, 법 전문은 딱딱하며,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법정은 완벽한 정의가 실현되는 공간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최선의 결론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장소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은 분명 차갑다. 증거와 논리, 절차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차가운 구조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 모든 것을 다루는 존재는 결국 사람이다. 실수하고, 망설이고, 때로는 후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변호사는 증거와 감정 사이를 오가며, 서로 다른 언어를 번역하듯 연결한다.





그래서 법정은 단순한 판단의 공간이 아니라, 이해를 시도하는 공간이 된다. 지난번에 라디오에 출연하신 그분인가 싶은데 김민경 변호사님 가시는 길을 응원하고 싶다.




누군가의 선택을 변호하고, 누군가의 고통을 설명하며, 말로 다 담기지 않는 사정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그곳에서 법은 차갑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결국 뜨거운 인간이다.





#사선에서국선으로 #김민경변호사 #법정에세이

#국선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법과사람

#사법불신 #법의온도 #증거와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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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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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유진 지음/ 빅피시 (펴냄)









인류는 어쩌다 멸종에 실패하고 오늘까지 살아남았을까? 이런 도발적이고 흥미진진한 서두로 책을 넘기다 보면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살아남았을까라는 질문에 도착한다. 과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은 당연한 걸까?

책은 첫 장부터 과거를 낭만에서 끌어내려, 고통의 현장으로 되돌려 놓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서문에서 인류의 역사는 화려한 성공의 기록보다는 수없이 반복된 처참한 실패의 기록이라는 문장이 와닿는다.






우리는 역사 속 많은 장면을 복원하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18세기 유럽, 왕과 귀족, 화려한 의상, 우아한 궁정 문화. 미술품과 예술들은 지금 우리 일상에 힐링으로 작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에 마치 도전이라도 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장면을 언급할 수 있다. 자주색과 금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벤치에 앉았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는 세계. 이곳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는 뭘까? 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통제의 언어다.






이어지는 악명 높은 사건. 한 번의 수술로 환자, 조수, 관객까지 세 명이 사망한 ‘사망률 300%’의 수술이라니 정말 충격이다. 또한 초상화로 만나는 여왕의 얼굴. 납과 수은으로 빚어낸 하얀 얼굴. 엘리자베스 1세의 화장은 어떤가? 그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자, 시대가 강요한 가면이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이 부분에서 책은 묻는다. 외면의 완벽함을 위해 내면의 건강을 희생하는 선택은 개인의 욕망일까, 아니면 시대의 요구일까. 위 질문은 고리타분한 과거에 속해 있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삶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안전이 비교적 최근의 과학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떤가? 하루 10시간, 많게는 12시간 노동을 감당하던 열 살의 광부들.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이름 아래, 아이들은 위험을 ‘당연한 것’으로 배워야 했다.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았던 이유는 많은 사진과 그림들, 참고 자료가 책의 가치를 더한다.


책을 읽기 전 단순히 흥미로운 역사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과거의 기이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되묻게 만든다.





우리가 누리는 위생, 의료, 안전, 인권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희생 끝에 간신히 남겨진 결과물이라는 점. 책을 덮으며 제목이 왜 ‘멸종 실패기’인지 이해하게 된다. 인류는 위대한 존재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없이 잘못된 선택과 잔혹한 조건 속에서, 우연과 고통을 통과하며 겨우 지속된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현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기르게 한다.







#인류멸종실패기 #유진작가 #빅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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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의역사 #의학의발전 #산업화그늘 #노동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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