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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현주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버지니아 울프/ 시간과공간사 (펴냄)
여성의 창작 활동이 오랫동안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회구조적인 이유와 좀 더 세밀하게 경제적인 이유로 짚어낸 버지니아 울프의 사유는 시대를 초월한다. 대작가 브론테 자매나 제인 오스틴 역시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한 채로 글을 썼다. 가족 공동의 공간인 거실 한 쪽 구석에서....
무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성은 경제적으로 자유로운가? 역차별이라며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남성들도 종종 보이는 요즘 과연 여성들은 가사노동, 육아,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4대 보험 적용되는 육아 휴직이 가능한 직장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도 수두룩하다. 남성들은 기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 물론 가정 경제를 이어가는 부담은 엄청 크다) 주로 여성이 휴직하거나 심지어 퇴사한다. 경력 단절이라는 뼈아픈 단어를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심지어 경단녀라는 단어에서 여성인 나는 사라지고 사회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되고 무능한 내가 남는다. 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보유 여성이 맞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사유는 첨단과학 우주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것이 오늘날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서글프다.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쓰지 못했던 여성들을 상상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주디스 셰익스피어다. 재능이 있었으나 시대 때문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상징!!!
그런데 「조안 마틴 양의 일기」는 그 상상을 훨씬 더 초기의 형태로 보여준다. 아직 이론도 완성되지 않았고,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장대한 사유 체계도 형성되기 전인데 이미 스무 살의 버지니아 울프는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여성”의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니 놀랍고 또 놀랍다! 굉장히 울프적인 지점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혁명적 선언을 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여성의 침묵을 그 강요당한 시대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념비적이다.
100년이 뭔가? 불과 50년 전 우리 할머니 어머니 세대는 어떠했는가? 그들은 구조로부터 자유로웠는가? 최근에야 비혼이 당당한 자기 선택이지만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일명 :노처녀) 은 무슨 하자가 있는 여성, 집안 어른들의 근심이었다.
「조안 마틴 양의 일기」 후반에 주인공이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난다. 단순한 부녀의 대화 이상이 담겨 있다. 딸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애정을 보내는 아버지 세대의 격려가 돋보인다. 억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래된 시대의 복합적인 얼굴이 아닐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조안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단순히 자신을 막아서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이미 시대의 한계 속에 갇혀 늙어가는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울프는 평생 아버지의 거대한 지성과 권위 아래에서 영향을 받았고, 동시에 그것을 넘어야 했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존경과 억압이 동시에 얽힌 존재였다. 여성을 가두었던 것은 단지 악의적인 남성 개인만이 아니라, 여성의 가능성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대 전체였기 때문이다. 사랑은 있었지만 이해는 부족했고, 애정은 있었지만 자유를 줄 수는 없었다.
여성은 왜 끝내 자기 삶의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는가....
그 질문은 미완의 형태지만, 조안의 흔들리는 목소리 속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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