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뼈대 -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수학의 역사
송용진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송용진 지음/ 다산초당 (펴냄)






이 책에 의하면, 문명의 뼈대는 결국 수학이라는 관점이다. 저자는 수학을 문명사, 역사, 세계 문화사로 흥미롭게 풀어 서술한다. 게다가 아름다운 삽화까지 보는 눈이 즐거운 책!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시작해 유클리드의 『원론』, 아라비아와 중세 유럽을 거쳐 현대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수학이 어떻게 인류 문명의 언어로 축적되어 왔는지, 책 서론에 문명의 벽돌을 쌓아 올리는 수학자들이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무척 다정하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느끼는 점이 남달라 책이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주입식 교육, 수능 위주의 대한민국 수학교육은 어떤가? 많은 학생들에게 여전히 시험 과목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이다. 책에서 강조하듯 수학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형태를 바꿔왔고, 단순한 수 세기에서 출발해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예측하는 도구로 확장되어 왔다. 책을 통해 수학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교실에서 마주하는 개념 하나하나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데 그 점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동서양 과학 발전의 차이를 설명하는 챕터였다. 유럽이 진리 탐구를 중심에 두었다면, 일부 문명에서는 실용성 중심으로 과학이 제한되었다는 분석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연구 환경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순수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길일 수 있음을 정치인들은 왜 모른단 말인가? 어디 정치뿐인가?!! 저자의 문장은 단순한 역사 서술을 넘어 현재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의 수록 삽화와 사진 아름다운 도판이다. 최근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생성 저급한 이미지가 수록된 책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적은 비용으로 출판하려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듯싶다. 이런 책들을 보다가 간만에 제대로 만든 책을 만나는 기쁨이었다.






또한 뉴턴의 미적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결국 수학적 언어 위에서 완성되었다는 설명은 이 책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준다. 리만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많은 분량에서 언급된다. 훗날 우주의 언어가 되었다는 서술에서 수학은 어쩌면 미래를 미리 구조화하고 예측해서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린 것은 수학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또한 가장 미래적인 언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수학사 교양서이기도 하지만, 문명사이자 철학서로도 읽히는 지점이 있다.


학생들을 만나며 동시에 글을 쓰며 세계를 해석하려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단순한 지식보다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언어로 세계를 읽고 있는가, 그리고 그 언어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수학사 #문명의뼈대 #송용진 #다산초당

#인문학 #과학사 #문명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실은 없다
리사 주얼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사 주얼 저 / 장여정 역 | 북레시피 (펴냄)







저자 이름이 낯익어서 찾아보니 《엿보는 마을》, 《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은 출간 당시 인기였던 나도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영국 런던 출생의 심리 스릴러 작가 리사 주얼은 1999년 데뷔작 이후 주로 인간관계의 균열과 불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들을 쓰신 분이다. 그녀의 돋보이는 지점은 특히 가까운 관계 속에 숨어 있는 공포와 심리적 위화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며 이번 신간에서도 작가 본인의 장점을 발휘하신 듯싶다.






소설은 독자를 불편한 자리로 끌고 간다.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안전하기만 한 일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위험한 사람에게서조차 눈을 떼지 못하는 걸까. 이 소설은 바로 그 불안한 호기심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꽤 우연처럼 보인다. 인기 트루 크라임 팟캐스터 알릭스 서머는 마흔다섯 번째 생일 밤, 단골 펍에서 자신과 생일이 같은 여자 조시 페어를 만난다. ('버스데이 트윈’이라 불린다고 한다) 어쩌면 장난 같은 인연. 하지만 조시는 이상할 정도로 알릭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자신의 삶을 팟캐스트로 만들어달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시작된 인터뷰는 점점 평범한 인생담에서 벗어나 기묘하고 섬뜩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알릭스는 조시에게서 설명하기 힘든 불안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녀의 이야기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고도 강렬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인연!!!!

조시와 알릭스

심지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같다??







읽다 보면 가장 무서운 건 살인이나 범죄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실은 가장 낯선 존재일 수 있다는 공포를 건드린다.

조시는 처음부터 어딘가 이상하다. 말투도, 분위기도,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는 방식도 불편하다. 그런데도 독자는 알릭스와 함께 계속 그녀를 듣게 된다. 마치 진실을 알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이미 위험한 함정이라는 듯이.






특히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트루 크라임 콘텐츠’ 시대의 불안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삶을 콘텐츠로 만드는 순간,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침범일까. 알릭스 역시 조시를 경계하면서도 “좋은 이야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 욕망이 결국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갈지 알지 못한 채로.

















작가는 원래도 관계의 균열을 굉장히 잘 쓰는 작가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인간 심리의 찝찝함을 좀 더 세밀하게 서술한다. 『그때 내 딸이 사라졌다』에서는 상실과 집착을, 『위층 가족』에서는 가족이라는 공간의 불안을, 내가 읽은 『엿보는 마을』에서는 시선과 질투를 파고들었다면, 『진실은 없다』에서는 사람은 정말 타인을 알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를 묻는 듯싶다.






운명 같았어요. 하늘의 계시 같았죠. 그게 나한텐 터닝 포인트였어요. 이제 내 관점에서 내 목소리로 내가 아는 진실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P116






무엇보다 무서운 건 조시가 완전히 비현실적인 괴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는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사람 같다. 그래서 더 오싹하다. 리사 주얼은 늘 인간 내면의 균열을 과장된 공포보다 일상의 틈에서 끌어내는 데 능한 작가다. 평범한 대화, 집 안의 공기,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 같은 것들이 서서히 독자를 조여온다.






우리는 정말 진실을 원하는가 아니면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원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소설







#진실은없다 #리사주얼 #심리스릴러 #트루크라임

#스릴러소설 #북레시피 #심리공포 #미스터리소설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질문의 밀도 - 대화가 깊어지고 관계가 단단해지는 소통의 기술 7
김윤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윤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오히려 질문이 위로가 되다니 궁금한 마음에 펼친 책이다. 우리는 보통 위로란 다정한 말이나 공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괜찮아질 거라는 암시, 시간이 약이라는 식의 표현을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해 온 위로들이 때로는 상대의 마음에 닿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사람을 가장 깊이 움직이는 건,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려 애쓰며 건네는 질문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 궁금해서 저자 이력을 찾아봤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대화법이나 화술 강의만으로는 나오기 어렵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제로 오랫동안 기업 강연과 코칭 현장에서 사람들의 말과 관계를 다뤄온 분이었다. 삼성, LG 등 다양한 기업에서 소통 강연을 진행했고, 말마음 연구소를 운영하며 일대일 코칭도 이어왔다고 한다. 또한 『말 그릇』 시리즈로 이미 유명하신 분이다.





진짜 공감은 모르는 상태에서 알아가는 것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니!

심지어 대학 때 교육 심리학 수업에서 들은 칼 로저스 선생님의 이론 아닌가!

질문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제대로 질문하기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질문은 답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확인하거나 판단하거나, 때로는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던져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질문은 기술 이전에 태도를 말한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 재빨리 조언하기보다 조금 더 머물러 들어보려는 자세 말이다. 읽다 보면 “좋은 질문”이란 결국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문은 존중의 표현이다 p47


저자는 상황별 질문의 예시를 통해 실제 관계 속에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을 서술한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상처받고, 왜 대화가 어긋나는지를 오래 관찰한 사람의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저자가 문제를 ‘말 부족’이 아니라 질문의 실종에서 찾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늘 말은 많지만 정작 상대의 마음을 향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듣기보다 설명하고, 이해하기보다 조언하려 한다는 부분에서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끝난 뒤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최근 질문에 대한 고민이 많다.

저자는 책에서 수많은 질문법을 소개하는데 그중 나는 GROW 질문법을 메모하며 읽었다. 단순히 질문을 많이 던지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스스로 들여다보도록 돕는 대화의 흐름이라 볼 수 있다. 먼저 Goal 단계에서는 “당신은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는다. 이어 Reality 단계에서는 현재의 감정과 현실을 함께 바라본다. 그리고 Options 단계에서는 섣부른 조언 대신 스스로 가능한 선택지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마지막으로 단계에서는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직접 선택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이 질문은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마음을 열게 한다고 하니 당장 써먹어 보자~~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건 최근 내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가족, 친구, 동료처럼 오래 안다고 생각하는 사이일수록 우리는 질문을 생략한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 익숙함 속에서 관계가 메말라 간다고 말한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어?”, “요즘 가장 힘든 건 뭐야?” 같은 작은 질문 하나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할 수도 있다고. 이 부분 공감한다.

질문 이전에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진짜 호기심과 기다림이다.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위로의 말을 너무 많이 연습해왔지만, 정작 누군가를 궁금해하는 방법은 오래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

추천합니다






#질문의밀도 #김윤나 #소통의기술 #대화법

#질문하는법 #관계의기술 #심리도서

#자기계발 #말그릇 #책추천

#독서기록 #관계회복 #위로의기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스터플롯 -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이야기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인성 저 | 나비클럽







독서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는데 오히려,

쓰고자( 단순 책 출간 욕구) 하는 사람은 많아서 작가들이 넘쳐나는 시대







이 책은 과연 동시대 사람들은 어떤 감정 구조 속에서 이야기를 소비하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작법서나 글쓰기 책을 자주 접하는 나로서는 단순한 이론서보다 훨씬 실전적인 자극을 주는 경험이었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지 기승전결 플롯 위주의 책과 사뭇 달랐다. 책을 읽으며 지금 청소년들이 어떤 불안과 욕망 속에 살아가는지를 먼저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의 핵심은 ‘마스터 플롯’이다. 저자는 인간이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이야기의 원형이 있으며, 시대마다 그것이 변주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를 고전 신화나 문학 이론에만 가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웹소설의 회귀·빙의·환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밈 문화, 소년만화, 일본 호러까지 모두 연결해 읽는다. 덕분에 독자는 “아, 요즘 독자들이 왜 이런 서사를 좋아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 창작의 관점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장과 8장, 그리고 9장이었다.

저자는 오늘날의 회귀·빙의·환생 서사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존엄이 무너진 세계에서 다시 명예를 회복하려는 욕망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입시, 외모, 계급, SNS 평가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청소년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실패한 현재를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지금의 청소년 서사에서도 반복되는 감정이다. 결국 회귀물의 판타지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아니라 어쩌면 다시 인정받고 싶은 욕망 아닐까?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5장 「호러 장르와 공포의 사회학」이다. 그동안 장르 소설과 공포 영화들을 재미 위주로만 접해왔다면, 이 장은 그 익숙한 공포를 전혀 다른 층위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무심히 지나쳤던 설정과 장면들이 사실은 사회의 불안과 고립, 공동체 붕괴의 감각을 압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익숙했던 작품들이 저자의 해석을 통과하며 낯선 얼굴로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했다. 읽다 보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공포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가 숨기고 있는 감정을 가장 예민하게 드러내는 장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또한 ‘숏텀 피드백 시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짧고 강한 자극, 빠른 보상, 태그처럼 소비되는 장르 감각 속에서 독자들은 긴 호흡보다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기대한다. 지금 시대의 독자들이 왜 그렇게 읽게 되었는지 사회적 환경과 연결해 설명한다.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는 고민하게 된다.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와 오래 남는 이야기는 어떻게 내 키보드 위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최근 쓰다 막힌 부분이 있어 꽤 고민 중이라서...






4장의 ‘한과 유대’ 분석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 서사의 핵심 정서를 ‘한’으로, 일본 서사의 핵심 정서를 ‘유대’로 설명하는데, 이를 각각 오징어 게임과 귀멸의 칼날로 비교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청소년 소설 역시 결국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 친구 관계, 가족,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이 책은 현대인들이 왜 공동체에 목말라하면서도 동시에 공동체를 두려워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장르 서사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웹소설, 만화, 밈, 예능 프로그램 같은 대중문화 안에서 동시대의 감정을 읽어 내려 한다. 그래서 읽다 보면 창작자로서 용기를 얻게 된다. 청소년 소설 역시 교훈보다, 지금 시대 청소년들의 수치심과 욕망, 소속감과 고립감을 얼마나 정확히 포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책은 꽤 많은 작품과 개념을 빠르게 오간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잘 모르면 약간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창작 노트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이 설정을 청소년 서사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예를 들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학교 경쟁 구조를 결합하거나, 밈 문화 속 정체성 놀이를 성장 서사와 연결하는 식이다.



책은 이야기 구조를 분석하는 동시에 지금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불안한가를 묻는다. 내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청소년 소설의 영역, 어쩌면 바로 그 불안을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청소년 문학을 사랑한다.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창작자는 결국 동시대 사람들이 아직 제대로 말하지 못한 감정을 이야기로 써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마스터플롯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비유한다. 그런데 그 비유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방울을 다는 일처럼 느껴졌다. 내가 세계를 바라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 그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 그리고 글쓰기는 그 낯선 자기 인식을 끝내 외면하지 않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글쓰기에서 나 역시 그 질문을 붙들어보고 싶다. 길고 외롭고 때로는 버거운 과정이 되겠지만, 끝내 도전해 보고 싶다.


#마스터플롯 #박인성 #나비클럽 #문화비평

#서사분석 #청소년문학 #청소년소설 #장르문학

#웹소설 #스토리텔링 #창작공부 #글쓰기책 #서브컬처

#호러문학 #소년만화 #회귀물 #콘텐츠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발디를 읽다
권선희 외 지음 / 득수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정호 (지음)/ 득수 (펴냄)




안토니오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너무 익숙한 음악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중 하나가 아닐까?


봄의 새소리, 여름의 폭풍, 가을의 수확, 겨울의 떨림까지. 우리는 오래전부터 사계를 계절의 배경음처럼 들어왔다. 그런데 책은 음악을 듣는 대신,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마냥 음악을 해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음악이 각자의 내면에서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상실을, 또 누군가는 견디는 시간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책은 비발디를 읽는 동시에, 저마다 자기 자신의 계절을 읽게 만드는 책!



이 책은 사계를 그저 아름다운 음악만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계절을 통과하며 느낄수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우리 삶과 밀착시킨 느낌이다. 소설가 4명, 시인 3명의 앤솔러지, 작가들은 계절을 단순히 풍경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계절 속에 숨어 있던 인간의 감정과 균열, 오래 붙들고 있던 상처와 시간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여기서 봄은 마냥 찬란하지 않고, 겨울은 끝이 아니다. 어떤 계절은 관계 속에서 무너지고, 어떤 계절은 끝내 버티며, 또 어떤 계절은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는 듯이...



특히 김서령의 「내 봄 어디 갔어」는 봄이라는 계절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린다. “니네 집…… 진짜 깬다.”라는 짧은 문장이 주는 여운. 소설에서 나는 준호 성격이 속시원해서 좋았다. 누군가에게 봄은 시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도대체 결혼이란 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반면 권선희의 시 「강」은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도 흐르기를 멈추지 않는 생의 감각을 붙든다. “강이 몸을 푸는 봄까지 살아볼 작정”이라는 문장은 겨울의 끝에서 겨우 희망을 건져 올리는 사람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바다가 따라 젖었지

사랑이란 젖은 음표들이 부는 계절이 되었지 p39



책을 덮으며 다시 〈사계〉를 듣고 싶다. 익숙했던 선율 사이로 누군가의 외로움, 흔들리는 관계, 끝내 살아내려는 마음이 스며든다. 어쩌면 이 책은 음악을 문장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음악 속에 숨어 있던 인간의 시간을 꺼내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각 계절마다 소설 한 편과 시 세 편이 그리고 비발디 사계 음악에 대한 해설이 있다. 개인적으로 황종권 시인의 사랑 시가 마음에 남는다.












먼저 여기 소개된 시인들은 대중적으로 아주 널리 알려진 스타 시인이라기보다는, 한국 문단과 지역 문학·시단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중견/기성 시인이신 듯싶다. 이 책의 구성이 더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아주 유명한 이름값만 모은 앤솔러지라기보다 “각자의 결이 뚜렷한 작가들”을 모아서 비발디의 〈사계〉를 서로 다르게 번역해낸 프로젝트가 아닐까?


오히려 그래서 더 문예지 같은 감성과 발견의 재미가 있었다. 이 시리즈는 꾸준히 출간된다고 알고 있다. 기대된다.



#비발디를읽다 #득수읽다시리즈 #사계 #비발디

#클래식문학 #음악과문학 #시와소설 #책추천 #감성리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