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를 읽다
권선희 외 지음 / 득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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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지음)/ 득수 (펴냄)




안토니오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너무 익숙한 음악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중 하나가 아닐까?


봄의 새소리, 여름의 폭풍, 가을의 수확, 겨울의 떨림까지. 우리는 오래전부터 사계를 계절의 배경음처럼 들어왔다. 그런데 책은 음악을 듣는 대신,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마냥 음악을 해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음악이 각자의 내면에서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상실을, 또 누군가는 견디는 시간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책은 비발디를 읽는 동시에, 저마다 자기 자신의 계절을 읽게 만드는 책!



이 책은 사계를 그저 아름다운 음악만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계절을 통과하며 느낄수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우리 삶과 밀착시킨 느낌이다. 소설가 4명, 시인 3명의 앤솔러지, 작가들은 계절을 단순히 풍경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계절 속에 숨어 있던 인간의 감정과 균열, 오래 붙들고 있던 상처와 시간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여기서 봄은 마냥 찬란하지 않고, 겨울은 끝이 아니다. 어떤 계절은 관계 속에서 무너지고, 어떤 계절은 끝내 버티며, 또 어떤 계절은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는 듯이...



특히 김서령의 「내 봄 어디 갔어」는 봄이라는 계절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린다. “니네 집…… 진짜 깬다.”라는 짧은 문장이 주는 여운. 소설에서 나는 준호 성격이 속시원해서 좋았다. 누군가에게 봄은 시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도대체 결혼이란 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반면 권선희의 시 「강」은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도 흐르기를 멈추지 않는 생의 감각을 붙든다. “강이 몸을 푸는 봄까지 살아볼 작정”이라는 문장은 겨울의 끝에서 겨우 희망을 건져 올리는 사람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바다가 따라 젖었지

사랑이란 젖은 음표들이 부는 계절이 되었지 p39



책을 덮으며 다시 〈사계〉를 듣고 싶다. 익숙했던 선율 사이로 누군가의 외로움, 흔들리는 관계, 끝내 살아내려는 마음이 스며든다. 어쩌면 이 책은 음악을 문장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음악 속에 숨어 있던 인간의 시간을 꺼내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각 계절마다 소설 한 편과 시 세 편이 그리고 비발디 사계 음악에 대한 해설이 있다. 개인적으로 황종권 시인의 사랑 시가 마음에 남는다.












먼저 여기 소개된 시인들은 대중적으로 아주 널리 알려진 스타 시인이라기보다는, 한국 문단과 지역 문학·시단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중견/기성 시인이신 듯싶다. 이 책의 구성이 더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아주 유명한 이름값만 모은 앤솔러지라기보다 “각자의 결이 뚜렷한 작가들”을 모아서 비발디의 〈사계〉를 서로 다르게 번역해낸 프로젝트가 아닐까?


오히려 그래서 더 문예지 같은 감성과 발견의 재미가 있었다. 이 시리즈는 꾸준히 출간된다고 알고 있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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