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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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출리아라키(지음)/ 은행나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피해자’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놀란다. 피해와 가해, 연민과 권력, 공감과 조작이 서로 얽혀 있는 우리 사회의 민낯.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를 누가 쓸 수 있는가, 누구의 말이 믿음으로 승인되는가의 문제다.








도둑맞은 피해자성에 대해!! 책은 마치 고발하는 듯한 논조로 말한다.

여성의 고통이 ‘과잉’이라 조롱 받던 시대를 관통하며

이제는 남성 권력이 ‘피해자’로 자신을 포장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피해의 언어는 여전히 힘의 언어이며, 누가 그 언어를 독점하느냐에 따라

사회는 쉽게 방향을 바꾼다. 특히 sns의 시대 진리는 위조되기도 한다.




이 책은 여성주의 독자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피해자 되기’를 멈추지 말라.

사회가 지워온 여성의 고통, 성소수자의 고통, 인종적·계급적 억압의 체험을 말하고 기록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다.

둘째, ‘피해자 행세’에 속지 말 것.

가해자가 자신의 눈물을 무기로 삼을 때, 그 연민은 또 다른 폭력의 서막이 된다.










저자가 보여주는 사례가 흥미롭다—브렛 캐버노의 ‘억울한 눈물’과 그에 연민을 보내는 대중의 모습은

남성 눈물의 정치학이 어떻게 진실을 뒤집는지를 드러낸다.

그 장면을 읽으며, 나는 글쓰기가 얼마나 쉽게 ‘가해자의 서사’로

전도될 수 있는지도 떠올려봤다.




한 줄 소개

피해자의 언어를 되찾는 투쟁의 서사










#가해자는모두피해자라말한다 #릴리출리아라키

#여성주의읽기 #피해자성의정치학 #윤리적글쓰기

#홍성수추천 #김정희원추천 #김인정추천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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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 코드블루의 여명
박세정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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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박세정 장편 실화소설/ 북스타 (펴냄)






이 소설이 불편한 이유는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씀이 너무 와닿는다.

사람들은 빨리 잊는다. 지나간 과거에 대해 불과 몇 년 전의 일인데 벌써 아득하다.





마스크 착용의 일상, 그 불편함에 대해.... 누군가가 속절없이 죽어나가던 시기, 나의 존경하는 대철학자 아감벤 선생님이 【얼굴없는 인간】 에서 말씀하신 익명성에 대해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개인의 자유, 관계, 공동성이 희생되고 있으며, 이는 단지 보건적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철학적 사안이라는 점이 이 소설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마치 오마주 하는 느낌이랄까..... 하 ㅠㅠ

인간의 얼굴이 사라진 시대를 “예외가 규칙이 된 세계”로 정의했다. 팬데믹 동안 인간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국가와 제도는 생명을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와 관계를 봉쇄했다. 그때 아감벤이 말한 “얼굴 없음”은 단지 물리적 가림이 아니라, 책임을 지우지 않는 익명성의 체계화를 뜻했다.

소설은 이 익명성의 내부를 해부했다고 생각한다.








응급·외상체계의 설계자이자 기록자인 박세정 저자는 생명을 다루는 조직이 얼마나 자주 그 얼굴을 감추는지 보여준다. 누군가는 “위에서 결정했다"라고 말하지만 여기서 위란 무엇일까?

실체 없는 관료적 신이다. 그러나 죽는 것은 누가 죽는가? 우리 일반인이다. 실체인 존재들 ㅠㅠ




소설 속 TF 팀 역시 그 예외상태 안에 산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구호 아래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발언을 검열하고, 입을 다문다. 침묵이 안전이 되고, 책임을 피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그렇게 생명을 위한 체계는 어느새 생명을 소거하는 시스템으로 변한다.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우리가 입을 다물면, 환자는 숨을 멈추게 된다..........라는 문장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말하는 존재로만 인간이다...

과연 생명을 지키는 것은 누구인가. 소설에는 가명과 실명이 교차된다. 어쩜 인간이 이럴 수가 싶은 인물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인물이 있다. 한 세대가 지나고 미래인들이 역사를 심판할 때 과연 누구를 존경하고 누구를 비난할 것인가? 그 답은 이미 보인다....








응급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거의 이틀 밤 자지 못하던 날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방송에서 '블루코드'라는 것을 들었는데

생전 처음 듣는 단어였음에도 느낌으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 ㅠㅠ 웅성웅성 소리가 나고 위층에서 달려가는 소리가 벽 전체에 울렸다...... 하나의 생명이 꺼지려는 순간이다 ㅠㅠ 이 소설에도 블루코드가 언급된다. 2019년 윤한덕 센터장의 과로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저자는 본질을 묻고 있다.








소설이지만 사회고발서이자 사회비평서이기도 하다.



#거버넌스, #박세정,

#장편실화소설, #대한민국생존드라마,

#코로나19, #응급외상체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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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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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벤 매킨타이어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이제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 분야 전문가들이 세계대전사를 쓰는 시대다.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

겪어보지 않은, 자료와 기존 생존자들 인터뷰와 증언, 세계대전을 겪어본 작가들의 저작물을 통해 학습된 내용의 재해석과 창조의 시대라 할 수 있을까?....... 내게 1, 2차 세계대전사란 늘 궁금하고 흥미진진한 대상이다. 집착이라 싶을 만큼 이 시기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전 세계가 동시에 미쳐있던 광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십 년 먼저 태어났을 내 모습이기도 하다.

나치에 맞선 저항, 콜디츠의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계급, 갈등, 연대와 배신, 내부고발자, 수용소의 생활은 외부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먼저 콜디츠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찾아봤다.

콜비츠 Colditz는 독일 라이프치히 근처 절벽 위에 세워진 중세 성채였다. 11세기부터 존재한 이 성은 원래 왕족의 사냥터이자 요새였다고 한다.

나치 집권 이후인 1939년부터는 연합군 포로를 위한 특별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평범한 포로가 아니라,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한 장교들, 귀족 출신 혹은 전쟁 영웅들....

가장 탈출이 가장 불가능한 곳이면서도,

탈출 시도가 가장 많았던 곳이라는 아이러니. 책 서장의 도면과 그림을 보니 더 기괴하고 섬뜩하다.









군의 명예를 지키려는 독일 장교들이 제네바 협약을 ‘군인으로서의 자존심’으로 여겼기에,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예의’와 ‘명예’라는 이상한 평화가 존재했다.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인간은 끝내 어떤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책이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들의 방어기제는 ‘평범한 척’하는 것이었다. 정신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비정상 속의 정상성을 연기했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다움을 지켜준 마지막 가면이었다

이곳에서는 모형 비행기를 제작하고, 사제 로프와 복장을 이용한 시도가 이어졌다고 한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저자 매킨타이어의 시선은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첩보사 연구의 대가라고 한다. 영국인 저자로써 콜디츠 신화가 영국 중심 서사에 의해 미화된 점을 비판적으로 해체한다. 콜디츠의 사람들은 ‘용감한 영국인’이 아니라, 절망과 두려움을 안고도 유머와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쓴 모든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계급, 인종, 젠더, 성적 정체성의 문제까지 교차하며 결국 전쟁은 인간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바로 이런 점이 내가 세계대전을 읽고 또 읽는 이유다.



한 줄 소개 :


강한 자들을 특별히 영웅적인 존재로 보는 기존의 역사책을 다시 쓰는 존엄의 기록.











#콜디츠, #벤매킨타이어, #열린책들,

#세계대전기록, #전쟁이후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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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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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짧은 낮잠 같은 사랑....

마쓰이에 마사시/ 비채 (펴냄)





추석 무렵에 읽은 소설인데 이제서야 리뷰를 .....

작가는 말한다. 오감이 가장 섬세하게 살아있는 때가 연애의 순간이라고


그런 연애하고 계시나요??




누군가의 불행을 조목조목 빌어본 적, 불행의 대가로 내가 몇 배 더 아프더라도 너희는 철저히 망가지길.....

악마가 가져간 영혼.....



남의 사랑은 말하기 쉽고 정작 내 사랑은 어렵다. 사랑을 잃고 둔감해진 사람, 사랑을 시작하며 세상의 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한 사람. 그들의 이야기가 눈발처럼 얇게 겹겹이 쌓인다.

연애의 중심에는 늘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의 결이 있다.

마쓰이에는 그 결을 문장으로 애틋하게 잡아두는 작가다....



한 단어로 쓰자면? 아련함이랄까...

잡을 수 없는 것을 간신히 붙잡아 본 적, 처음부터 안될 사랑에 대해 지독하게 아팠던 사랑.

지구 반 바퀴를 돌다 와도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 사랑은 그런 것이다. 아무 말 ㅎㅎㅎ




#가라앉는프랜시스,

#마쓰이에마사시,

#비채,

#연애스토리,

#사랑이야기,

#남의불행을빌어본적,

#간절히망하길,

#연애소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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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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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의미들: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 마음의 상처를 언어로 빚는 법, 사별의 슬픔을 의미로 옮기는 법






수잰 스캔런 지음/ 엘리 (펴냄)










글을 쓰면서 내 감정·언어·작업 태도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읽기와 쓰기의 관계는 운명이다. 저자의 고통을 언어로 전환하는 감정적 기술은 본받을 만하다.

읽기란, 절망 속에서도 언어를 손에서 놓지 않는 행위다.

그 손끝에서 삶은 다시 의미가 된다.



미친 여자로 불리던 시간 속에서 실비아 플라스와 버지니아 울프를 읽은 저자.... 그 문장들로 자신의 언어를 다시 세웠다 ㅠㅠ 아! 실비아 플라스는 내게도 너무 슬픈 이름 ㅠㅠ 읽기의 회복기, 혹은 문학으로 숨을 잇는 법에 대한 고백서이기도 하다. 흔히 작가들이 그렇듯, 저자는 고통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 고통을 언어의 자리로 옮겨와 창작의 연료로 삼는다. 이런 점 배우고 싶다 ㅠㅠ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인가!! 단순히 위안이 아니라, 자기를 다시 재구성하는 창조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저자에게 읽기란 치료의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문장을 읽고 쓰는 순간에만 나를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ㅠㅠ 회복을 향한 사유,

읽는 동안 내 안의 낙인들이 서서히 의미로 바뀌었다. 플라스와 뒤라스, 울프와 함께 한 가을 ㅠㅠ 우리는 미쳐버린 세계 속에서도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남는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의미들’이 아닐까?!!!!!!!!!!!




한 권의 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누군가에게 말하는 한 방식이다.” (p.184)




기억은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 매번 다시 쓰이는 서사이기도 하다^^ 얼마나 아름다운 재료인가!!! 글쓰기는 기억의 복원보다 의미의 재구성이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려 하는가, 혹은 무엇을 잊지 못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 문장이 시작된다.







마음의 고통을 통해 새로이 배우는 언어의 이름,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버지니아 울프의 딸이요, 실비아 플라스의 존재들이다. 이제 더 이상 슬픔을 낙인찍지 말고 창작의 동력으로 삼아야겠다 ....




#의미들 #수잰스캔런 #읽기의치유 #문학으로회복하기

#미친여자의재전유 #버지니아울프의딸들

#읽는사람의존재증명 #엘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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