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의 진화 - 최초의 이민부터 워킹 홀리데이까지 호주 이민사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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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송지영 지음/ 푸른숲(펴냄)










왜 그들은 호주로 떠났을까? 무려 150년 동안 이어진 호주 이민사!! 호주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를 이주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처음 호주 땅을 밟은 이름 없는 두 인물에 대해 존 코리아와 김호열의 삶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는 때로 개인의 기록보다 불투명할 때가 있다. 존경하는 최영미 시인이 말했다. 개인의 기록물이 때로 더 진실에 가깝다고!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한 사람이 국경을 넘어간다는 건 단순한 이동에 그치고 마는걸까? 그 시대가 품고 있던 절망과 희망, 기회와 배제, 그리고 생존의 문법이 전부 담겨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1876년 조선 말기를 살던 17세의 소년이 호주 골드러시를 향해 배를 탔다. 그가 남긴 기록은 단편적이고 희미하다. 심지어 출신국가에 일본이라고 쓰여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다들 기피하는 일이었다. 양털을 깎고, 선원으로 일하며, 어디에도 환대받지 못한 채 버틴 삶. 그러나 저자는 그 가느다란 사료들을 붙들고 추적한다. 결핵으로 입원했던 병원 기록, 출생지가 ‘Japan’으로 적혀 있던 이유, 그리고 그가 스스로 붙인 이름 “Korea”.

그 모든 조각이 모여, 비로소 ‘최초의 재호한인’이라는 존재가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참으로 마음 아픈 순간이다.






한 개인이 무언가를 성취했다기보다는, 그저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전설이 되는 삶이 아닐까!!

여기서 우리는 또 한분의 개인을 만나게 된다. 김호열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분. 1921년, 일본 여권을 들고 호주 입국 신고를 할 당시에 기록을 보면 국적: Corea / 인종: Corean이라고 적혀있다. 무려 1921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며 자신을 조선인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작은 혁명에 가까운 것 아닌가!!!!! 그런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새삼 놀라게된다.

저자는 이 사례를 ‘초국사적 연구’라고 정의한다.

국경이라는 경계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지, 또 개인이 그 국경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지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기록이 왜 중요한가?!

역사는 늘 그렇게 작은 시작에서 출발하기때문이다.

이민의 역사는 곧 청년의 역사다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또 다른 그림자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미쳐 살펴보지 못했던 개인들의 여정, 그리고 그 여정이 모여 만들어낸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이민을 성공 혹은 실패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기존 이민 관련 서사 혹은 좀 더 다른 이야기이지만, 해외로 팔려나간 또다른 형태의 이민 즉 입양관련 서사도 그렇다. 입양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고국을 찾을 때 극적인 장면위주로 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 치가 떨린다.







그저 흥미 위주로 보도 할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 대한!! 그 안에 담긴 정체성, 생존, 선택, 문화, 시대의 압력을 하나의 거대한 문화지형으로 읽어내야 한다. 먼저 태어난 이들에 대한, 그래서 나보다 먼저 고통을 겪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이자 배려일 것이다.

그들이 한국인이다. 국경을 넘어간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시대를 살아낸 한국인의 내면을 만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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