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는 말】 익숙한 세계를 진화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기

자연스럽다는 말 - 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익숙한 세계
이수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수지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말 중 하나,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과연 자연스러움이란 뭘까?

저자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는 깊은 이야기들을 책에서 서술한다. 발상 자체가 내겐 흥미로웠다.

저자는 자연, 인간, 사회라는 세 가지 거대한 물음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의 언어에 감춰진 편견과 환상을 해체한다.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것은 이 ‘자연스럽다’는 말이 실은 인간 중심적 시선이라는 점이다.

책은 ‘자연에 대한 물음’, ‘인간에 대한 물음’, ‘사회에 대한 물음’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우리가 보통 따로 생각하는 이 주제들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그리고 다시 그 이해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저자는 말한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야만 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열린다. 동물들의 동성애를 ‘비자연적’이라 치부하던 시선, 인공과 자연을 선악으로 나누려는 착각, 자연 속 질서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는 어리석음까지, 모두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감춘 함정일 수 있다는 말.

특히 ‘인간 본성’이라는 신화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정당화해왔던가!! 이건 나도 느끼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여자답게, 남자답게, 혹은 모성애는 본능이다 이런 말들... 인간 본성이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다층적인 현상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다.

이런 자연스러움의 치부에 대해 진화학의 시선으로 다시 묻는 저자의 태도는 놀랍고 기발하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를 자연적 필연으로 보는 시선은 얼마나 얕은 시선인지 깨닫는다. 오히려 우리는 협력과 돌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임을, 진화가 말해주지 않는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 와닿는다.

마지막으로, 자연을 ‘절대적 진리’나 ‘답’을 주는 권위로 삼지 말자고 말한다.

불확실성과 겸손을 배워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 시대 꼭 필요한 성찰이 아닐까! 과학의 언어를 빌려 사회의 통념을 비판하지만, 그 언어마저도 인간의 문화와 권력에 묶여 있다는 점을 우리는 깨닫는다.

과학이라는 영역을 넘어 우리 삶과 관계, 그리고 언어의 세계를 다시 읽는 문학 같은 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쉽게 썼던 단어!! 자연스러움’이라는 익숙한 말이 전보다 더 깊고 넓은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사회가 정해준 기준 혹은 삶의 편견을 벗어나 좀 더 따뜻하고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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