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스타터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요즘 들어 미래를 그린 판타지 소설과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더 깊이 있어진 작품들 덕분이다. ‘스타터스’도 입소문으로 익히 알고 있던 작품이다.

승자없는 생화학전이 끝난 후, 젊은 10대와 노인들이 뿐인 세상이 그 무대가 된다.

로마 신화에서 신조차 질투했다는 인간의 ‘찰라의 아름다움’이 나이든 인간의 욕망의 대상이 된다. 나이듦은 결코 죄는 아니지만 젊음으로 갖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에 10대의 몸을 빌리는 수요자가 된다. 가능하다면 수요는 항상 존재할 것 같은 사업이다.

몸을 렌탈하는 쪽에 마음이 갈지 빌려주는 쪽이 될지는 독자의 마음이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신데렐라를 연상시키는 10대 소녀 켈리다.

알지 못하는 엔더가 나와 몸을 공유하고 있다니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의 일들이 얼마나 걱정될까. 그리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렌탈된 시간의 나를 기억하는 이들과의 미스터리한 대화들은 더 더욱 미궁속이다. 기억을 상실해서 그 부분을 퍼즐처럼 채워가는 스토리는 익숙하지만 ‘스타터스’와 같이 내 몸이 공유된 시간의 공백을 채워가는 것, 의식이 온 오프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외모도 스팩이라는 말도 이제는 진부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몸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것 같다. 그런 예상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렌터로 의심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 컴퓨터 시간에 선생님과 나눈 얘기들이 생각났다. 미래의 세상에 없어지는 직업, 생겨나는 직업 등등의 얘기 끝에 결국은 인조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이 올텐데, 그런 꼴을 보기 전에 신인류로 태어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몸을 렌탈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상상,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몸보다는 두뇌를 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되지만 그런 시대가 도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 지배 당하는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계급들 안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 읽으면서 어쩌면 인간은 기술이 발전되는 어떤 상황에서도 더욱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려 애쓰며 살아게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니러니함으로 다가왔다.

상상력안에서 킬링타임용으로 흥미롭게 볼 수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최근에 본 영화 ‘헝거게임’과 비교하기도 하고 ‘은교’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우울한 미래를 그리면서도 인간적인 것을 놓치지 않은 부분에서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흥미롭게 그려질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