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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의 식재료를 꺼내고, 화장품으로 단장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에 들어서고, 회사에서 컴퓨터를 하고, 집에서 tv를 보고,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분이다.
이렇듯 실생활에 너무나 밀접한 모든 것들, 인류와 함께 발전해 온 주변 대상에 대한 다른 시각이 펼쳐진다.
어렸을 때 부터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이 있다. 한가지 사물을 계속보고 있으면 어쩐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대상이 아닌듯 전혀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 제목을 읽으며 그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우리에게 너무나 유용한 물건이자, 존재로서 인류의 발자취를 표현하는 그 사물들의 민낯이라, 어쩌면 당연시 되었던 쓰임의 용도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인데, 얼마나 색다르고 재미있는 다른 해석이 나올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익히 알던 내용도 있고, 많은 설 중에서 유력한 설을 꼽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실려있는 책이다. 사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맞물려 그대로 세계사이기도 하다.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을 볼 때 처럼 여성을 해방시켜준 많은 물건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특히나 세탁기를 인류의 멋진 발명품이라 생각했던 내게 면도기의 색다르게 다가왔다. ‘상처와 피의 역사’라 불리는 털과의 전쟁이 그렇게나 힘들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메이블린의 마스카라를 쓰면서 동생을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포크의 역사가 사실은 의외였다. 그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에서, 과거의 사악한 쇳덩이, 악마의 도구라는 악명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시대에 변화에 따라 그 흉물스런 물건은 사치품이자 부와 신분의 상징이 된다. 19세기 넘어서야 대중적이 되었다니, 집의 두갈래 포크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만드는 힘이 책속에 있었다.
콘플레이크와 일본식 돈까스의 탄생 배경이 종교적 관념의 시작이라는 것, 캘로그 박사와 포스트잇의 포스트박사의 인연 등 의외의 스토리를 알 수 있었다.
은밀한 것들, 익숙한 것들, 맛있는 것들, 신기한 것들, 재미있는 것들의 분류만 보아도 거의 모든 테마를 아우르는 것 같다. 그것을 하나하나 나열하기에 책이 모자랄 지경이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창조해 내는 것에는 누군가의 연구가 있고, 지금의 결과물을 볼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군가의 스토리가 있다. 신용, 포르노 등의 관념적인 정보, 삼성 핸드폰의 화형식처럼 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그 과정과 이야기 흥미롭다. 가끔 무언가에 집중이 안될 때 사고 전환용으로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