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리에서처럼 뉴욕에서도, 그는 관찰을 하기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상빼가 뉴욕보다도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 뉴요커」다.  1925년에 창간된 이 주 간지는 시사 문제를 적절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하는 풍자화의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 뉴요커」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을 맞추다 보니, 상빼는 수년간 자신의 노하우를 갈고 닦을수 있었다.  (중략)... 그의 그림은 오히려 시와 현실이 은근히 뒤섞이는 분위기를 응축하여 전달하고, 거의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삶과 죽음의 고나념이 담긴 것들에 대한 한 예술가의 우수 어린 교감을 말해준다.       

         

                                               - 마르크 르카르팡티에( ‘텔레라마’ 전 편집장)의 글 중에서 -

 

 

 

 

'뉴욕스케치'를 보면서 따뜻한 그의 그림에 익숙해지기도 했었다. '뉴욕의상빼'에서는 일상의 모습과 사회 풍자적 유머가 어떻게 다가올지 흥미로웠다.

마르크 르카르팡티에(‘텔레라마’ 전 편집장)와의 인터뷰글로 “그가 말을할 때 마치 그림 주위에 여백을 두듯 말 주위에도 여백을 준다"는 표현처럼, 상빼의 성향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물을 많이 머금은듯 편하고 가벼운 수채화의 색채와 무심해 보이기도 하고 쉬었다가 가볍게 흐르기도 하는 외곽선의 일러스트가 상빼 그림에서 느꼈던 개인적 감상이다. 특징적 작품으로 다가왔던 것과는 다르게, 그에 내면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는 것같아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와 작품, 그리고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느낌이다.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 그의 감성처럼 부드러운 터치로 그려지고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 작품은 뉴요커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회색의 높은 빌딩도 그의 그림안에서는 또 다른 멋으로 표현되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때 그때의 묘사가 색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외곽선이 굵게 표현되기도 하고, 가는선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주제에 따라 그림의 주인공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확실하게 포커스를 맞추는 그림도 있다. 그리고 또한 색감의 선택이 탁월하다고 느껴졌다. 커다란, 뉴욕의 멋진 건물들이 그의 작품에서 새로움으로 태어나는듯 하다. 처음 본 순간부터 뉴욕이 좋았다는 말처럼, 그림에서 화자의 애정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때 마다 도시는 또 색다른 표정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하지 않은 비슷한 색들이나 모노톤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의 말처럼 원색적인 도시, 뉴욕을 그려내기에는 조금 밋밋한 느낌도 있을법 하다.

잡지사’뉴요커’와 뉴욕, 그리고 그와의 인연, 어떤 곳이던 그곳 특유의 감동을 받는 것이 중요한 감성임을 알 수 있다. 장소를 서울로 바꿔본다면, 상빼가 서울에 방문한다면 경복궁, 청계천의 모습은 그의 눈에 어떻게 비춰지고 그의 작품에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 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준하는 멋진 서울의 공간도 그의 작품에 표현되길 기대해 본다.

삽화 작업이 또 얼마나 섬세함을 요하는 일인지 그간의 소통의 이야기, 감성적이면서도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성향도 엿볼수 있었는데, 두툼한 그의 작품집을 감상하면서 여백의 평화로움,풍경의 아름다움 조차 상빼화시켰음에 매료되어 보는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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