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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맛, 파리 - 문화와 역사가 담긴 프랑스 요리에 탐닉하다
민혜련 지음, 손초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프랑스의 오트 퀴진은 재료를 물에 첨벙 넣어 진하게 끓인 스튜요리를 좀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급으로 올라갈수록 스튜 요리는 드물다. 중세의 라구Ragout 같은 조리법으로 모든 재료를 섞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도록 오래 끓이는 잡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급 요리일수록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 먹는 사람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저 입에 넣기만 하면 되게끔 주방에서 완벽하게 손질해서 섬세한 소스와 함께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본문 92p 발췌 -
위의 글은 책에서 발췌했지만, 읽기전 기존에 프랑스 요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 혹은 편견들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이다. 많이 화려할것 같고, 맛도 중요한 만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리라는 생각과 다른 한쪽으로는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에 대적할 만한 요리인 푸아그라가 상징적으로 떠오른다는것이다. 세계 3대 진미중 프아그라, 송로버섯이 함께 실려 있어 덕분에 푸아그라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덜어낼수 있었다.
프랑스를 미각의 시점으로 바라본 테마가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제목처럼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바게뜨빵 혹은 레몬향이 향긋한 쿠키 마들렌 정도일까, 프랑스의 식문화를 접해본 적은 없지만 영화 '쥴리&쥴리아'를 보면서 2002년을 사는 쥴리가 쥴리아의 프랑스 요리에 도전하는 모습에 예쁜 그릇들과 프랑스 요리가 무척 매력적이라 느꼈었다.
가정에서 고추장, 된장을 만들듯 프랑스식 햄으로 가정에서 건조 숙성과정을 거치는 장봉을 만드는 과정을 관심있게 읽었다. 치즈를 만들면서 거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일년 내내 먹기위해 무말랭이를 매달아 놓듯 비슷한 집안에 걸어놓은 모양이 낯설지 않다. 어렸을때 독일에서 돼지로 햄을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본적이 있다. 익숙한 햄만 생각해서 낯설기도 하면서 신기했는데, 그런 모습이 프랑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던것 같다.
읽다보면 테린, 파테라는 생소한 이름이 자주 나온다. 생선, 해물, 야채로 다져서 익히고 겉을 젤리로 굳혀서 모양은 내는 요리라는데 푸아그라와 연어로 재료를 바꾸기도 하고 프랑스에서는 대중적인 요리인것 같은데 설명만으로는 부족한듯 해서 더욱 궁금하다. 그리고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 요리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와인, 레드와인을 선택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해산물요리, 육류요리를 다 소화하는 레드와인이 있다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배고픔의 본능에서 미학적 쾌감, 귀족문화와 문화적 탐식, 자연환경의 요인 등을 이야기 하며 가을의 외로움에 취해버린 독자에게 사디즘, 사랑, 문화, 자연의 카테고리의 맛을 선물해주었다. 일상에 배어있는 '즐기면서 먹는것'의 즐거움과 까다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식사예절의 간극은 어떤걸까 좀 더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 대표 요리라 할만한 프랑스 요리와 기원의 이야기 그리고 어딘가 생동감이 넘치는 사진들이 그들의 삶 그리고 문화문화와 감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