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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코의 오이시이 키친
타니 루미코 지음 / 우린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 한가정의 엄마와 부인으로 살아가는 루미코씨의 소소한 일상과 사랑이 글과 요리로 색다르게 표현될것 같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김치 낫토에 비유된 그들의 만남과 사랑처럼,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요리 테마 에세이가, 비오는 오늘의 분위기를 살려주는듯 어울렸다. 엄마 아빠를 꼭 닮은 태양이와 도윤이 두아이의 사진과 엄마 루미코씨의 주방을 감상하는 기분이 상쾌했는데, 책 한페이지 한페이지에 예쁘게 실린 정성스런 요리 사진에 그녀의 가족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그대로 보여지는듯 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소박한 식단을 차리려는 그녀의 요리 철학에 친근함이 느껴졌는데, 간편하게 오니기리 만드는 방법 등의 tip도 많아 유용했다. 잊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사각팬에 다마고야키(たまごやき), 두꺼운 일본식 계란말이를 만들어 내는것을 부러워 했었다. 어쩐지 맛은 계란찜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도톰하게 만들어내는 기술이 부러웠는데, 여전히 연습이 필요할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요리의 소스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스가 데리야키소스인데, 만들기도 쉽고 닭고기나 삼겹살도 가끔은 색다르게 즐길수 있으며 책에서처럼 간단히 덮밥으로 활용하기에도 그만이다.
미타라시당고(みたらし団子)는 후식으로도 좋을것 같은데, 소울푸드를 두 아이와 함께 만들어 가는 모습에 찹쌀과 연두부의 부드러운 식감의 느낌이 궁금해진다. 입맛없을때 가끔 해먹는 필라프와 비슷한 타키코미고항(炊き みご飯)도 눈에 띄었다.

일본요리하면 떠오르는 나베요리, 스키야키도 소개되어 반가웠는데 일본드라마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냄비·전골요리를 즐기는 모습이 따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같이 흐린날 저녁 전골요리에 술한잔이 어울릴것 같아서다. 편한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메뉴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테마키스시(てまきずし)를 보면서, 언젠가 지인이 만들어 줬던 알밥과 마끼가 생각났다. 집에서 뚝딱하고 만들어내는 솜씨에 그져 감탄했던 기억인데 갑자기 그 알밥이 먹고싶어진다. 추억이 함께하는 요리도, 새로운 요리도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크림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할 만한 해물크림스튜와 화과자점에서 봄직한 딸기모찌도 그랬고, 캐러멜바나나 아이스크림도 디저트로 만들기는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간단하고 근사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비오는날 오후에 펼쳐본 '루미코의 오이시이 키친'은 보통의 요리책과는 사뭇 달랐다. tv를 통해서 알려진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그녀가 익숙하긴 했지만, 이렇게 멋진 엄마와 아내의 모습으로 찾아올줄은 예상하지 못해서였나보다. 문득 예전 영화제목이 생각났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