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차 여행 - 작은 증기기관차부터 초호화 특급열차까지, 낭만 기차 여행 20
윤창호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기차란 시간과 기억, 그리고 노스텔지어와 통하는 오브제이다. 동시에 타고 달리는 그 자체로 훌륭한 하나의 여행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둔탁하고 묵직한 금속음과 중저음의 긴 경적소리,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화를 감상하면서 식사할수 있는 레스토랑의 독특한 분위기가 스낵카트의 먹을거리 등 신기하게도 세상의 모든 기차여행에는 고통의 프레임이 있어서 어디에서나 친숙한 느낌을 가질수 있다. 

- 서문에서-

 

작년 12월 이후 서울을 벗어난 기억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 여유없이 보냈던 요즈음이지만, 책으로라도 한숨 돌려볼수 있으려나 기대를 갖고 펼쳐봤다.  유럽과 대륙의 멋진 경관을 관람할수 있는 긴시간의 기차여행을 테마로 한 여행서적으로, 여행지에서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근사한 풍경의 엽서가 책에 잔뜩 실려있는 느낌으로, 책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너무 멋졌다. 

책에 담긴 양쪽페이지에 꽉차는 자연의 모습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알프스의 하늘과 붉은색 기차가 설원을 달리는 빙차특급열차의 풍경, 화려할거라고 생각했던 유럽 소도시 산촌의 모습은 그대로가 한폭의 그림이었다.  어린시절 tv에서 보았던 스위스 기차여행이 떠올랐다. 높은 산기슭까지 열차가 다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바로 그곳이 아닐까 생각되면서 신기했다.    

의외의 곳에서 아주 익숙한 풍경을 봤는데, 스위스를 한번에 보는듯한 골든 패스라인에서 소개된 휴양지 몽트뢰에서였다. 9세기 이후 레만호를 지키고 있다는 시옹성의 모습이 몇년전 십자수로 수놓아서 기억에도 생생한 'Mountain Chateau'의 이미지와 흡사해서 놀라웠다.  불어권이니 고성을 의미하는것 같아서 같은 곳이 아닐까 추측해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지붕까지 유리로 꾸며졌다는 골든패스기차의 파노라마칸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산의 풍경은 얼마나 환상적일지 상상해본다. 

밀라쿤데라의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기억하는 도시,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노선도 매력적이다. 비엔나의 슈테판 성당, 빈 근교의 베토벤의 산책로도 멋지지만 부다페스트의 일상의 사람들 냄새가 편하게 느껴질것 같다.  영화 '하트비트'를 보면서 캐나다의 퀘백이 궁금했었는데, 책에서 캐나다 속 유럽으로 칭하면서 몬트리올, 오타와, 퀘백을 소개했던점이 반가웠다.  안데스 고산기차여행은 차창밖의 장쾌한 산맥과 평원을 바라보는 13시간의 긴여정을 말해주는데 고대 잉카문명의 미스테리함을 느껴볼수 있을런지 궁금하다.   

세계여행이라면 뭔가 현실감이 떨어졌달까, 그다지 상상도 안해본것 같다.  오래전에 읽었던 쥘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 정도일까, 하지만 읽어가며 기차가 데려다 주는 그림같은 곳들의 경치에 반해 언젠가는 접할 멋진 여행도 꿈꿔본다.  처음엔 멋지게 보이는 분위기의 로맨틱한 유럽에만 눈길이 갔는데, 세계 곳곳의 개성있고 유서깊은 도시들의 여행정보 팁까지 얻어가며 조금 욕심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부모님과 함께하고푼 여행은,'꿈의 기차'라 불리는 블루트레인을 타고 편하고 근사한 열차의 경험과 사바나 야생의 동물을 보는것과 아름다운 항구 케이프타운의 나들이를 해보고 싶은 것이고, 친구와는 노르웨이 피오르 기차를 타고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동화속의 그림같은 마을들과 베르겐의 풍경, 중세 유럽의 정치를 물씬 느껴보고 싶다.  고가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책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오랜 교통수단인 기차여행만의 로맨틱한 매력을 함께 느껴보며, 열차는 지금도 추억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문화코드로 발전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이 또 많은 이들을 '쉽지않은 미래 여행지 선정'의 행복한 고민에 빠뜨리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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