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시인들의 고군부투 생활기'라는 제목부터 뭔가 흥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던것 같다. 시를 쓰는 사람에 대한 나 스스로도 몰랐던 편견 따위가 있었나보다.  예를 들면, 표면적으로는 '시'라는 목적을 위해서 내면과 현실에서 이뤄져야 하는 많은 부수적인 일들이 목적과 부합되지 못하는 괴리감을 느껴야만 하는 작가의 생활인으로서의 삶이랄까, 나름의 추측으로는 그 정도의 느낌으로 그렸었는데, 큰 의미로 보자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 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느낌이다.

읽어 가면서 더 사실적으로 보였던 표지의 추락하는 듯한 아슬아슬해 보이는 붉은 남자는 소설의 주인공 '맷'으로 한 손에는 풀을 꼭 쥐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현실은 어찌보면 늘 불안하다.  책에서는 서브프라임, 우리에게는 IMF와 경제전문가, 금융전문가 등등의 누구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국면이다.

 맷은 붕괴되어 가고있는 중산층 가정의 가장으로 위기가 오면 그렇듯 부인인 리사와의 관계도 부부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해 무기력하고 우울한 방관자로 보여졌다.  부부 혹은 연인들이 힘들때 왜 서로에게 더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으로 일관해 왔는지에 대해, 제스 월터는 이 소설에서 '자신감의 상실'이라고 답해주고 있다.  힘들어 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했던것이 자신감의 상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마음으로 누군가를 의심하게 된다는 것은 끔찍한 불행의 시작으로 그는 결국 자신감 상실이 가져온 또 하나의 선물인 불안감까지를 키워내, 리사의 온라인 행적을 쫓고 그녀의 옛남친까지 찾아내 망상을 증폭시킨다. 웃어야 할지, 질투란 정말 사람을 유치한 극적인 바보로 만들수 있나 보다. 어찌보면 이런 면이 로맨틱 코미디적인 요소가 되어 그들 부부의 사적인 이야기속에 숨겨져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녀의 현재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험까지를 포함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풀죽어 있는 모습이긴 해도 어쨌든 맷은 리사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46세의 맷, 어느날 갑자기 표지처럼 일탈일지 희망일지 모를 풀을 잡게 되어 버렸다. 야밤에 다음날 아침 아이들(테디&프랭클린)에게 줄 우유를 사러 세븐일레븐에서 말이다.

잠깐씩 보여지는 그와 가족들의 관계, 치매가 진행중인 아버지와의 남자끼리의 유머 혹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일과 사랑스러운 테드와 프랭클린과의 대화속에서 그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넘치는 가정적인 사람임을 알수 있었다.

그런 그가 반복해서 밤에 우유사는 외출을 시행하며 '슬리퍼 형씨'가 되어, 풀(마리화나)의 유혹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혹은 헤어나오지 않았던 이유에는 현실에서 맛보지 못하는 새로운 관계와 과시욕도 한몫 했다고 보여진다. 지쳐있던 자신을 누군가 알아주고 인정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눈물겨운 일인가, 아마 그런 부분이 그의 마음을 열게 했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내심 맷이 그 모험에서 승리하기를 바랬다. 승리란 무엇인가, 즐기는것 이상이어야 한다.  아마 나의 내면에도 새로운 관계와 과시욕이 쌓여 있나보다.  그런 나의 바램에도 맷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아직도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는 또 어떤 변신을 해낼지 아슬아슬한 그의 모험이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흥미로웠던 대목이다.  나도 가끔을 일탈을 꿈꾼다.  그것이 내게 약일지, 독일지 모르는 일탈...,  제발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

너무나 멋졌던 영화 '오 그레이스', '아메리칸 뷰티'를 떠올리며 두 영화를 섞어놓는 상상까지를 해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올지 모르겠다.  이소설은 블랙 코미디 영화 한편을 신나게 감상한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책으로 언론인 출신 작가, 제스월터의 멋진 글들과 실랄한 유머와 재치가 마구마구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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