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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총을 쏴라 -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김경순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0월
평점 :
김경순 작가의 [장미총을 쏴라]를 읽었다.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사 수상작이다. 우리나라 뉴스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다른 나라 소식은 아마도 미국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뉴스 보도 중에 마치 주기적으로 우리의 가슴을 철렁 내려 앉게 만드는 비극적인 소식은 총기난사이다. 사상자가 많은 사건만 보도되서 그렇지 실제로 거의 매일 총기사고가 난다고 한다. 도대체 그런 살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된 곳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막상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룰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군복무 기간 중에 총기를 다뤄봤기 때문에 총이 가진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실탄이 지급되지 않는 평소에는 짐처럼 느껴지는 총기가 실사격시 얼마나 큰 긴장감을 조성하는지 모른다. 헐리우드 액션과 홍콩 르와르 영화처럼 자유자재로 총을 다루기는 쉽지 않다. 생각보다 반동이 꽤 커서 제대로 견착하지 않으면 과녁을 맞추기는 커녕 엄한 곳에 발사될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어마무시한 총을 사람을 향해 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제정신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주인공 한옥인은 언론고시에 도전한 삼수조차 떨어지자 울며겨자먹기로 ‘건’이라는 잡지사에 지원하게 된다. 건강의 건도 건축의 건도 아닌 건은 ‘GUN’을 뜻한다는 것을 면접을 통해 알게 된 옥인은 석달 동안의 인턴 기간을 진명유와 함께 보내게 된다. 옥인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현은 재소자와의 면담을 통해 추리소설의 소재를 얻곤 했기에 옥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처럼 평범해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두 명이나 총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인지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옥인은 자신이 두 명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으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하고 현에게 사건의 정황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기도 한다. 현이 전해주는 옥인의 이야기는 옥인이 취준생으로 간신히 입사한 비밀스러운 잡지회사 건에서 사장과 부장과 차장의 은밀한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고 총기 밀매의 중개자로 이용당하고 종국에는 길 고양이를 목표물로 한 건 배틀에서 장미총을 겨두다 실수로 과녘 가까이에 다가온 사장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발사고가 났으며 그로 인해 차장이 옥인을 밀매한 신형 K2로 겨누자 정당방위로 차장에게 총을 발사하 것으로 이해한다.
국선변호사 또한 옥인의 억울한 사정에 동감하며 백방으로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건 배틀 현장에 있었던 부장과 진명유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한 건 잡지사도 하루아침에 개인 소유로 변경되었고, 특히나 건 잡지사 시절 지하창고에 도서관처럼 진열되어 있던 많은 자료들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옥인이 사장과 차장을 죽인 장미총이 발견되지 않아 옥인은 1심에서 20년 형을 언도 받는다. 현은 옥인이 고의로 사장과 차장을 죽이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국선변호사에게 옥인이 건 잡지사를 다녔던 흔적과 건 배틀이 열리기까지의 정황들을 보낸다. 재심에서 옥인은 정황증거가 채택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고 현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며 외국으로 떠난다.
현은 옳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옥인이 남긴 기록을 살펴보다가 수년 전에 사용된 건 잡지사 영수증에 쓰인 필체와 옥인의 노트에 쓰인 필체가 같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현이 옥인의 필체를 확인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케빈 스페이시가 다리를 절다가 갑자기 똑바로 걷는 것과 '식스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유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에 견줄만큼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반전을 보여준다. 책의 띠지에 "우리 소설사는 강력한 반전(反戰) 소설과 정교한 반전(反轉)소설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라고 씌어 있는데, 옥인이 복수를 행하고도 무사히 풀려나기 위한 반전의 시나리오를 갖고 현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속였다는 것과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총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강력한 무기 소유로 평화를 유지하려는 현대 사회의 딜레마를 적절히 융화시키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