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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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을 읽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기욤 뮈소의 신작이 출간되었는데, 2021년 말에는 신작 소식이 없어서 궁금하던 차에 새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소설을 마주하게 되었다. 원작도 작년에 출판되었는데 1년도 안 되어 번역본인 우리말로 출판되는 걸 보니 우리 나라에서 기욤 뮈소의 인기는 꽤 대단하고 한류 덕분인지 종종 우리 나라가 언급되곤 하는데 이번 작품에도 제주 귤차가 나와서 반가웠다. 출시 예고 내용에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여인이 센 강에서 알몸으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보고 이번에는 어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종이 여자]를 계기로 기욤 뮈소의 전작을 거의 다 본 것 같은데 그의 소설에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판타지가 자주 삽입되어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소설에서는 센 강에서 발견된 알몸의 여인은 사망한 여인이 되살아나거나 도플 갱어도 아닌 너무나도 사실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작품은 강제 휴직 위기에 처한 록산 몽크레스티앙 경감과 그의 상사인 소르비에 대장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록산은 상궤를 벗어나는 사건들을 담당하는 부서로 좌천당해 그곳에서 전임자였던 마르크 바타유라는 강력계 형사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록산이 새로 부임한 곳인 기이한 사건들을 담당하는 부서이기에 센 강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여인이라는 소재는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부서가 더 이상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센 강에서 발견된 여인은 경찰 간호실에서 빈틈으로 노리고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인이 차고 있던 레조낭스 시계는 엄청난 고가이며 원래 주인이 마르크 바타유 형사의 아들인 라파엘 바타유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사건에 흥미를 갖게 된 록산은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비공식적인 수사를 이어간다. 센 강에서 발견된 여인의 머리카락과 소변으로 DNA 검사를 의뢰하게 되고 놀랍게도 그 여인은 이미 1년 전에 항공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피아니스트 밀레나 베르그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죽은 사람이 되살아 난 것일까? 아니면 시신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일까? 록산은 수사를 통해 밀레나 베르그만이 사망한 것이 확실하며 그녀와 라파엘이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렇다면 라파엘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이번 작품은 특이하게도 추리의 묘미를 더하기 위해서인지 등장 인물의 사진을 넣었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신문 기사에 나온 밀레나의 사진은 19세기 프랑스에서 죽은 여인의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데스 마스크를 떠서 집에 걸어두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를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록산의 추리와 수사가 지속되는 동안 마르크의 딸이자 라파엘의 여동생인 베라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한 사람의 잘못과 실수가 나비효과가 되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보여주었다. 라파엘은 평소와는 다르게 일찍 집에 돌아와 엄마가 바람피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생각으로 상대방인 치과의사 남자에게 협박문이 담긴 편지를 보낸다. 누군가 자신들의 불륜을 알게되었다는 사실에 혼비백산한 라파엘의 엄마는 어린 딸 베라는 차에 태우고 유치원에 내려주지 않은 채 뜨거운 태양아래에 방치하여 죽게 만든다. 이후 마르크와 라파엘이 어떻게 삶을 견뎌냈을까? 라파엘은 아버지 마르크가 폐암에 걸리고도 항암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하자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여인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밀레나라는 거짓말을 덧붙인다. 아버지가 치료를 받고 삶의 의지가 생겨나자 라파엘은 연극 배우를 통해 밀레나의 대역 연기를 부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밀레나의 동성 애인이었던 연주가는 라파엘의 거짓말 때문에 자동차로 카페를 들이받아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고 록산은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이들의 악한 의도가 마지막 희생 제물로 라파엘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맺어졌기에 혹시 다음 작품이 아직 생사가 결정되지 않은 라파엘과 마르크와 갸랑스 드 카라덱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기대된다. 총을 맞기 전까지 이미 세상을 떠난 여동생 베라와 대화하는 라파엘의 심리적인 불안 상태는 독자들을 마음 아프게 하며, 나의 작은 실수와 잘못들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해 준다. 후편이 나온다면 라파엘이 베라를 잃은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본다. 

“아버지가 가끔 슬픔의 심연 속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게 오히려 삶을 지키는 안전판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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