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말하기를 말하기 -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0년 6월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었다.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의 진행자로도 유명한 저자는 강연자로서 진행자로서 말하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솔직 담백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전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통해서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매력을 충분히 보았기에 이번 산문집도 무척이나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던 모습에서 어떻게 대중 강연까지 할 수 있는 말하기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나도 수많은 강의와 강론 덕분에 많은 이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장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제대로 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때 강의와 강론을 망칠까 두려움에 휩싸이곤 한다. 이 책의 부제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이기 때문인지, 오래전 강론을 마치고 충격적인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거저 주어진 또렷한 음성 덕분에 신자들 앞에 서게 되면서부터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듣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정확한 딕션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했음에도 이어진 칭찬에우쭐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내 발음이 어떤지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강론 경력이 몇년이나 지난 어느 날, 꽤 많은 처음 만나는 청년들 앞에서 평소보다 조금 더 긴 강론을 하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미사를 마치고 ‘그래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단념하며, 미사에 참석한 청년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어떤 청년이 정말 대놓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혹시 외국에서 살다 오셨나요? 발음이 교포 같아서요.” 

정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니 내가 그렇게 어눌한 발음으로 여지껏 강론을 해왔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되는 모함이 아닐까? 저 청년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아 나를 망신주기 위해서 그렇게 질문한 것은 아닐까? 뒷풀이에서도 영 기분이 좋지 않은게, 그동안 나름 자부심을 갖었던 영역에 큰 스크래치가 생긴 것만 같았다. 이후 그 말을 잊고 지내다가 우연한 계기에 내 강론을 누군가 녹음한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순간 나를 교포 취급했던 그 말이 떠오르며 얼굴이 벌개지고 내가 이렇게 엉기는 발음으로 원고를 읽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지만 자신의 말히기 모습과 음성을 녹음과 녹화를 통해 다시 보고 듣게 되면 무척이나 어색하고 ‘저게 진짜 내 목소리라고?’라는 반응이 저절로 나온다. 나는 지금까지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를 내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른 내 목소리를 나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면 어떤 발음이 부정확한지, 녹화된 강의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제스추어를 반복하며 행동하고 어떤 반복된 접미사나 감탄사를 사용하는지 알게 된다. 일명 모니터링이라고 하는 과정은 심히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조금 낯두껍게 반성하는 시간은 좀 더 나은 화자로 성장하게 해 줌은 명확할 것이다. 

“스마트폰 탄생 이후 모두가 자기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중심이 따로 어디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갈수록 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동안 지식이라고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이 지식의 범주로 들어온다. 현시대의 지성에는 여러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능력과, 내가 알고 있던 게 다른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능력 또한 포함된다. 거기에는 평등에 대한 예민한 저울과 같은 감각이 필요하다.(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