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스윙 -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윙을 떠올린다 아무튼 시리즈 31
김선영 지음 / 위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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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님의 [아무튼, 스윙]을 읽었다. 아무튼 시리즈 31번째 책이다. 춤에 대해 문외한인 관계로 스윙이라니, 정말 아무튼 시리즈에 걸맞는 소재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현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대학교 입학 후 우연한 계기로 스윙을 배우게 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다시 스윙에 빠져들게 된 경위를 맛깔나게 전해준다. 그녀가 10년간 스윙을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그 보편적이면서도 너무나도 개별적으로는 특별한 상황들은 스윙이라는 춤이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 좋아할 수 있는 부류의 취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스윙을 즐기는 저자의 삶 뿐만 아니라, 런던과 미국에서까지 스윙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울 뿐이다.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쉽지 않고, 아니 낯선 사람들과 함께 배운다는 것 자체를 그리 즐기지 않다보니 새로운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지난한 과정들이 상상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반복된 패턴으로 인해 삶의 반경이 너무나도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이라면 그저 학창시절 캠프파이어를 하다가 포크 댄스 스텝을 밟아본 정도, 또는 한 잔 걸치고 노래방에서 정신줄을 살짝 놓았던 몇 번의 기억들을 제외하고는 섣불리 넘 볼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가을에 나답지 않게 청년 축제에 직장인 밴드로 찬조 출연하자는 후배의 달콤한 속삭임에 덥썩 넘어갔다. 처음 그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밴드 연습을 하면서부터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처음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보니 이게 노래방에서 부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점 주눅이 들어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오랜만에 잡은 악기 연습에 매진하는 후배들을 보니 내가 그들의 노력을 망칠까 하는 두려움도 점점 커져갔다. 드디어 디데이 우리 밴드의 차례가 되었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그래도 열심히 연습한 덕분인지 큰 삑사리 없이 공연을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서 ‘아 이맛에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구나’라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중에 공연영상을 들어보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모니터 스피커의 소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음정이 몹시 불안한게 느껴졌다. 뭐 아무튼 그때 첫 번째 곡은 조용한 노래로, 두 번째 곡은 조금 신나는 ‘딜레마’라는 생활성가를 불렀는데 역시나 청년들이 다 아는 노래인지라 후렴구에서는 멋진 떼창을 해주었다. 공연을 마치고 축제를 주관했던 후배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 전했다. 청년들이 하는 말이 이렇게 신나는 노래를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끝까지 부르는 사람은 처음봤다고 말이다. 그게 나의 컨셉이었다고 둘러댔지만 귓등으로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름 발박자는 맞췄는데... 쩝~~

“그때까지 내가 무언가를 그렇게 은밀하고 대범하게 결정한 적이 없었다. 공간 시간에 노래방에 갈지 빵집에 갈지, 학교 모임이 끝나고 밥을 먹을지 술을 먹을지, 친구를 만나 홍대에 갈지 압구정에 갈지를 정할 때 한 번도 단호하지 못했다. 나는 엠티에 가고 싶은데 나 말고 또 누가 갈까, 난 여길 가고 싶은데 친구는 다른 델 가고 싶으면 어쩌지, 내가 먼저 내 의견을 말해도 될까 주저하느라 별것도 아닌 일들이 늘 조심스러웠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면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태도가 배려나 양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줄만 알았지 그게 미덕이 되지는 않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기에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하면서 살았(고, 아직도 조금은 그렇)다.(24-25)”
“사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정과 마음들이 활자의 힘을 빌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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