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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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영 님의 [Georgia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를 읽었다. 우리에겐 ‘그루지아’로 더 잘 알려진 나라로, 예전 소비에트연방 곧 소련해체 이후 독립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지도를 찾아보니 정말 유럽도 아닌, 아시아도 아닌 경계상에 위치한 나라였다. 여행기를 읽으며 아마 교통이나 여러 숙박시설 등이 더욱 발전한다면 엄청난 여행객이 몰릴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친절히 소개한 비용은 유럽 어느나라보다 훨씬 저렴하여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란 예상과 더불어 생각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불편한 점들은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기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부터 시작하여 카즈베기, 시그나기, 메스티아를 소개한다. 사실 다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고 전혀 접해보지 못한 낯선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프롤로그에서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 마시러 오는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러 오고, 스페인 사람들이 춤을 보러 온다는 곳(5)”으로 소개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 곳으로 그려진다. 

특히나 ‘시그나기’에 대한 내용에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옛적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프랑스인이 조지아의 작은 마을 시그나기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조지아에 놀러온 이웃 나라 러시아 여인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프랑스 화가는 자신의 재산을 탈탈 털어 그녀에게 바칠 장미꽃 백만 송이를 준비했는데... 과연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 주었을까? 이루지 못한 그의 사랑을 담아낸 도시, 시그나기.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를 만든 러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그 노래를 리메이크했으니... 이야기를 들려준 조지아 친구 바초와 러시아 친구 사샤와 다냐, 그리고 한국인인 나와 제이는 ‘우리들이 이렇게 만난 건 운명인 거야.’를 외쳤다.(137)”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곳에서 만들어진 전설이 노래가 되고 그 멜로디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추억이 되어버리는 인연의 고리를 앞으로도 모른척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조지아는 남한보다 작은 나라임에도 기차를 타면 상당히 긴 시간을 탈 각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그디디 열차는 주간이든 야간이든 6시간에서 9시간은 타고 이동해야 하는 말로만 들어도 피로가 엄습해오는 조금은 열악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기차’라는 탈것이 주는 희미한 낭만에 대하여 -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설렘,. 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몇 걸음. 다른 여행자들의 어깨와 배낭에 닿은 시선. 창밖의 풍경을 담겠다는 의지. 사소한 시간의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기차여행을 떠난다.(155)”

책을 덮으며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열고 짐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현실은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예약해 놓은 비행을 취소하며 쓴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는.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그냥 그렇게 벌어진 일에 대하여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게 때로 삶이라는 걸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도 말도 안되는 일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견뎌온 수많은 이들의 일상을 안다고만 말했을 뿐 진짜로는 모른척 하고 싶었던 날들이 왠지 모르게 조지아의 풍광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하며 떠올랐다. 어쩌면 그게 여행의 힘이고 직접 가보지 않아도 알아야만 하는 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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