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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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피디의 [아무튼, 메모]를 읽었다. 제목을 보고 메모에 대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에피소드 모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메모를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을 바라보고 삶이 주는 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깨닫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메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느냐고 저자는 권하고 있다. 사실 메모에 대한 중요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공감해왔던 바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고 좀 있다가 어딘가에 적어두어야지 생각하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그런 좋은 문장이나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나 강론을 매일 쓰던 시절에는 좋은 에피소드를 위해서 메모는 아주 중요했다. 어디선가 들은 감동적인 이야기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 기억할 수 없어 반드시 그 이야기의 출저에 대한 메모가 필요했다. 요즘은 스마트폰 덕분에 그냥 사진을 찍어 저장해 두곤 하는데, 그것도 다시 찾아보지를 않으니 그 또한 문제이다. 그래서 인별그램으로 나만의 메모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들의 주옥같은 문장을 타이핑하며 그 문장과 글귀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보려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메모해 두었던 내용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대로 살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메모의 내용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내 모습의 단 1%라도 차지할 수 있다면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고, 다른 이에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며, 나로 인해 누군가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제를 이렇게 붙인 것 같다.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 외로운 사람이 불을 켜고 책을 읽는다면 그 시간은 ‘영혼의 시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 덕분에 좋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육체적 기쁨’인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가 나를 공기처럼 에워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28)”
“다들 이 사회에 사느라 괴로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실체를 알고 싶던 말이 있었다. ‘너도 사회 나가봐라!’ 대체 사회의 힘이란 얼마나 막강한 것일까?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회는 숫자와 상식, 규율과 보고서로 가득 찬 곳이다. 숫자와 상식 규율로 모든 것이 환원될 때 우리 마음은 괴롭기 짝이 없다. 사회는 언제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괴로움을 주는 사회를 그대로 따라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사회와 좀 다른 인간이 될 필요도 있지 않을까? 다행히 사회에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수많은 능력들이 있다. 우리를 덜 우울하게 만드는 능력들이다. 상상력과 호기심, 다른 사람을 덜 수치스럽게 하는 배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개의치 않는 고독한 열정,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고 자제하는 마음... 그래서 세상은 아침에 눈뜨고 일어날 만하다.(44)”
“소득의 불안정은 꾸준히 사람을 위축시킨다. 꿈은 근심 걱정 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110)”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아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무슨 뜻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삶과 고민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죽겠는데 세상은 나의 무거움과 아무 상관 없이 왜 이리 가볍나. 나의 무거움의 가벼움이 참기가 힘들다. 이렇게 나의 무거움이 아무 가치도 없는 사회에 대한 괴로움을 저희는 반드시 만난단 말예요. 카프카의 말대로 ‘나는 나 자신에게는 너무 무겁고 타인에게는 너무 가볍습니다.’(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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