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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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의 에세이 [양식당 오가와]를 읽었다. 몇 년 전에 강의록 번역을 하다가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이 나와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고전이나 유럽 작품이 아니라 일본의 현대 소설을 스페인 교수는 왜 언급했던 것일까 궁금해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했었는데, 그 이후에 나온 [츠바키 문구점]이나 [반짝반짝 공화국]은 꽤 인기가 생겨난 것 같다. 이번 에세이는 저자가 [츠바키 문구점]을 쓰고 출판된 무렵의 1년 동안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오가와 이토는 펭귄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편과 유리네라는 이름의 하얀색 몰티즈와 살고 있다. 그래서 에세이에는 펭귄과 유리네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독일 베를린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아마도 매해 여름을 그곳에서 보내는 것 같다. 제목에 양식당이 붙은 것으로도 예상해 볼 수 있듯이 저자는 소소히 음식도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세이 중간 중간에 이런 저런 음식을 만들어 먹고 큰 기쁨을 누리는 저자의 소박한 삶은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아! 나도 그렇게 제철 음식을 간간히 만들며 살고 싶다’라는 소망이 솟구치게 만드는 에너지를 전해주지만, 그게 말처럼 잘 안되니 문제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소소한 일상의 단편들이 사실 실제로 매일 살아보려고 하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았기에, 그의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걱정거리와 고민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나를 떠나지 않을 것들이라면 필요한 순간에 그것들을 나에게서 좀 멀리 떨어뜨리는 방법, 이왕이면 그 고민과 걱정들을 다스릴 정도의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방법을 매일 매일 마주치는 소소한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오가와 이토가 유리네와 함께 산책하며 전해준다. 

“신문에 실린 모리 쿠미코 씨 인터뷰를 읽고 아침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밀라노 음악대학에 유학 간 모리 씨. 하지만 문득 돌아보니 그날그날 주어진 일만 간신히 해내는 날들. 일본인인 자신이 과연 오페라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모리 씨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되지 못할 것 같아요.’
약한 소리를 하는 모리 씨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생활해봐. 돌아와서 아버지한테 스파게티 두세 가지라도 만들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잖냐.’
이 말에 모리 씨는 어깨 힘을 뺐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느라 버둥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술집 아저씨와 대화를 하고,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요리를 배우는 동안에 이탈리어가 점점 늘었다.(13)”
“내가 지향하는 것은 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인간관계에도 틈을 만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물건은 계속 늘어나니 의식해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물건은 손에 넣지 않는다,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인생에 덧붙이지 않는다, 이런 의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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