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수록작에는 강화길 [음복],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김봉곤 [그런 생활].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김초엽 [인지 공간], 장류진 [연수], 장희원 [우리의 환대]  이렇게 일곱 작품이다. 이미 다른 작품을 통해서 만나본 작가들도 있었고, 이번에 처음 읽어본 작가들도 있었다. 나중에 심사위원들의 평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첫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그리고 당연히 그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등단하지 10년 미만의 작가들의 모음집이기에 그런지 몰라도 단순히 소설 속의 세계로만 그려볼 수 없는 현시대의 많은 문제들이 직, 간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특히나 젠더와 퀴어, 자기결정권과 같은 주제들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있고 그러한 주제들에 대한 언급이 터부시되던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꼰대로 취급되어버린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내 문제가 아니면, 또 나와 관련된 가족이나 지인의 문제가 아니라면 소위 급진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소수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아주 오래전에도 이런 문제와 논쟁은 소수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통적인 관습과 문화에 길들여진 사회적 흐름이 도덕적 선과 가치를 만들어버리고 그러한 배경에 자동적으로 이득을 얻는 지위에 탑승한 이들은 그 체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차별과 편견으로 계급을 나누고 갈등을 부추겨왔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의 귀결점은 당연히 고착화된 선과 가치에 대한 전복을 종용한다. 전통적 가족 구성과 사랑에 대한 부정과 인간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주장은 앞으로 더욱 더 세차게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집의 소재로 쓰인 이야기들은 허무맹랑한 소설 속의 가상의 세계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언젠간 나에게 다가올 일들의 파급효과를 미리 맛보게 해준 것 같아 그냥 맘편히 읽을 수 만은 없었다. 어딘가 뜨끔한 구석이 보이고, 어딘가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어딘가 그냥 망연자실 넋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너와 내가 있을 것 같아 조금은 겁이 난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75)”
“생존의 외상은 깊어, 요즘에도 내가 디딘 땅이 실은 허상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리라는 진실이 끝내 밝혀질 것이라는 부적절감에 휩싸이고 하니까요.(180)”
“요즘 소설 외에 관심을 갖는 또하나의 분야는 장애학이다. 장애학에서는 몸의 손상이 장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상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구조가 장애를 만든다고 말한다. 특정한 형태의 몸에 맞추어 설계된 세계가 어떤 종류의 몸을 장애화하는 것이다.(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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