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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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희 번역가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읽었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본 이름일 수 밖에 없는, 더군다나 하루키 매니아라면 더욱 더 이분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귀국을 하고 갑작스럽게 강의를 시작해야해서 급하게 강의록을 만들게 되었다. 기존에 출판된 책으로 강의를 하자니, 너무 오래되었고 구태의연해보여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배운 내용과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로마에서 들은 강의록을 토대로 번역을 하게 되었다. 사전을 찾으며 정독을 하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는데, 우리말로 바꿔 그것도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대충 할 수는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 특히나 번역은 그냥 이나라 단어를 저나라 단어로 바꾸는 단계가 아니라, 의미와 뉘앙스를 전달해야 하기에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의록을 번역하면서 점점 의문가는 내용들이 많아지다보니, 관련된 다른 서적들을 공부해야만 했다. 대체 이 내용이 여기서 왜 나오는거야? 단지 내용을 번역해서 나눠주기만 하면 조금 수월하겠지만, 그 강의록을 토대로 수업을 진행해야하니 번역된 내용의 근거와 부연설명을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다. 얼마나 지난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지 일주일 내내 준비를 해도 5장 이상을 나눠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첫 학기 강의 때에는 신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쪽대본이라고 들어봤냐? 나는 쪽강의록을 준비하느라 강의 직전까지 번역하고 왔으니 오늘 이것만 배우면 강의 끝이다.” 학생들이라 뭐가 좋은지 나쁜지 그저 일찍 끝나면 환호성을 지른다.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그동안 이 지난한 작업을 무려 28년째 해왔고, 무려 300권의 책을 번역했다고 한다.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언어에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났다 하더라도 웬만한 끈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생계가 달려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탁월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동안 저자의 번역물만 보다가 직접 쓴 에세이를 읽으니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걸어온 자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스스로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말하지만 외로움을 견디는 데는 누구보다 자신있는 삶을 사랑하는 저자의 당당함과 내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나 그동안 번역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전해주니 소개된 책들을 찾아보게 되고, 장바구니에 열심히 넣어두게 된다. 오가와 이토, 미우라 시온, 무레 요코 등 이들의 신작이 궁금해진다. 
“내 일상은 늘 그렇지만 바쁘면서도 무료하다. 메일 한 통, 카톡 한 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전화는 싫어해서 잘 받지 않는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메일이 올 텐데’하고 송구스러워하며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일은 없다. 많아 봐야 일과 관련된 메일 다섯 통 이하다. 태생이 집순이인데다 직업까지 마감, 마감하는 일이다 보니 인간관계 황폐하다. 외출 준비의 귀찮음보다 외로움이 낫지, 나쁜 일로 연락 오는 것보다 휴대전화 조용한 게 낫지, 즐겁고 신나는 일 없지만 심심했던 어제처럼 별일 없는 오늘이 낫지. 내일도 무료한 오늘과 같은 날이면 좋겠고, 다음 달도 밍숭맹숭했던 이번 달과 같은 달이면 좋겠어.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차피 내 성격이나 직업이 달라질 일은 없으니, 집순이에게 최적화된 사고방식이다. 존재감 없던 어린 시절부터 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굴려 온 행복회로인지도 모른다.-에필로그 중에서(24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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