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최종목적을 찾기 위한 사랑의 길

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이경 작가의 [소원을 말해줘]를 읽었다. 다산북스 매3소 마지막 책이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머무는 D구역은 피부에 허물이 생겨 덮히는 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살고 있다. D구역에 살던 사람들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아니면 감염된 이들이 모여 D구역이 생겨난 것인지 소설의 말미에 진실이 밝혀진다. 그녀라고 지칭되는 주인공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파충류 사육사로 동물원에서 일하다가 그만 산사태로 동물원의 동물들이 사라지고 잡히는 과정 속에서 일자리를 잃고 만다. 그녀 또한 허물이 생겨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방역 센터를 통해 허물을 벗는다 하더라도 이미 허물이 생긴적이 있다는 기록이 남는 주홍글씨로 어느 곳에서도 쉽게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녀는 후리, 김, 뽀쪽 영감과 함께 방역 센터에서 허물을 벗기 위한 치료를 받게 된다. 그곳에서 강제로 어딘가 끌려가는 척과 마주치게 되고, 방역 센터에는 무엇인가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허물을 벗고 방역 센터를 나온 그녀, 후리, 김은 롱롱이라는 거대한 뱀이 허물을 벗을 때 허물을 입게 된 사람들도 허물을 벗을 수 있다는 전설을 믿고, 버려진 궁에 머문다는 뱀을 찾으러 나선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궁의 아궁이에 실제로 롱롱이 있었다. 그녀는 사육사로서도 처음보는 크기의 뱀에 놀라며 처음으로 핸들링을 시도하며 롱롱을 밖으로 이끌어 낸다. 그녀 또한 허물을 벗기 위해 롱롱이 허물을 벗는 순간을 기대하며 롱롱을 척이 일하는 헬스장으로 데리고 간다. 척은 그녀의 믿음은 허황된 것이라 비판하며 뭔가 숨기고 있다. 결국 롱은 김이 일하는 타이어 센터로 거처를 옮기고 많이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척이 숨기고 있는 것은 방역 센터의 공박사가 피부암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사람들이 티 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했다는 의심이다. 의심은 점점 증폭되어 그녀는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사실임을 확인하게 되고 공박사와 마주하게 된다. 공박사는 자신의 의도를 태연하게 설명하며 롱롱이 프로틴을 먹고도 허물을 벗으려 하는 시도를 통해 피부암 치료제의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와 롱롱은 방역 센터를 탈출하게 되고, 롱롱이 허물을 벗기 위해서는 약간의 염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롱롱의 탈피를 위해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간절히 염원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롱롱의 먹이가 되어준다. 그 순간 공박사는 다른 도시에서 실험을 제개하면 된다는 혼잣말로 생체 실험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최근 연예 기사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콘스탄틴' 영화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며 다시 한 번 그러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천사와 악마의 대결이라는 진부한 플롯에서 악을 저지른 사람이 갱생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스스로 깨달아가며 마지막 순간에 'Sacrifice'라고 외치며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몹시도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그녀'도 처음에는 단순히 허물을 벗기 위한 개별적 시도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타이어 속에 머물며 간절히 소원을 비는 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몰아놓고도 당당한 공박사의 몰염치함을 바라보며 그녀는 그녀가 바라는 진짜 갈망이 무엇인지 롱롱을 타고 도시를 넘나들며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한 유일한 길은 바로 '자기희생'이라고 그녀가 롱롱의 입속으로 들어가며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