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1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이른 아침 꽃잎 우에 맺힌 맑은 이슬을 보셨습니까?

    당신은 꽃잎 우에 맺혀 있던 두 이슬방울이 구을러

    하나의 구슬로 합쳐질 때

    아침 해빛에 반짝이는 령롱한 무지개빛을 보셨습니까?

    바로 사랑이란 그림으로 그릴 수 없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그 이슬방울의 령롱한 무지개빛과 같은 것입니다.

   

    -2005. 11. 23. WED. AM 2:39

    -황진이 1,2 - 홍석중

 

    문학과제 두번째 책. 홍석중의 황진이.

    북한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기회라 감회가 새로웠다.

    너무나도 반가운 게...그래도 아직까진 언어가 많이 바뀌지는

    않았구나...두음법칙이나 자음동화가 잘 이루어져 있지 않아

    우리나라 책과는 사뭇 다르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북한...역시 우리나라다.ㅋ

    전경린의 책과는 기본스토리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매우 놀랐다는....ㅡㅡ;

    전경린의 책에 너무 푹 빠져 소설이라는 개념을 망각한 채

    읽었던 것. 하여간......ㅡㅡ;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의 고유어가 풍부하게 살아있어

    한장 한장의 언어가 예술이라는 점이다.

    너무 생소한 단어는 주석을 찾아가며 읽어야 했지만

    그 수고로움이 번거롭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단어가 많다.

    그래도 나는 역시 전경린의 황진이를 더 추천하는 바이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자의 시각에서 본 그녀의 책이 나한테

    더 도움이 많이 되어서 그런가보다.

   

    북한 소설로는 최초로 국내 만해 문학상을 수상한

    홍석중의황진이.

    우리 재미있는 문학 교수님덕에 좋은 작품 많이 보게 되는구나..

    처음에 투덜댄 거 죄송해요.^^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이고

    지나가버린 어제는 언제나 그리운 것.

    아,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정다운 자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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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2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저는 천하의 남자를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 자애할 수 없었으니.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죽거든 금수도 관도 쓰지 말고

       옛 동문 밖 물가 모래밭에서 시신을 내버려서

       개미와 땅강아지. 여우와 살쾡이가

       내 살을 뜯어 먹게 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저를 경계 삼도록 해주세요.

 

       -2005. 11. 23. WED. AM 1:48

       -황진이1.2 -전경린

 

       우리 문학 수업 중간고사 과제이다.

       전경린의 황진이와 홍석중의 황진이를 읽고 비평문쓰기.

       아니....그 많고 많은 책들 중에.....왜 하필 황진이냐고....

       것두 1.2권 나눠있으니 총 4권...ㅡㅡ; 이걸 사 말어???

       중간고사 끝나자마자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일주일동안

       이 4권을 붙잡고 아웅다웅 해야만 했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부터 큰 고비였으니...

       이 작품에 대해 기대란 처음부터 없었을 수 밖에...

       사람이란 그런거다.

       '기대'라는 게 처음부터 엇갈리게 만든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 다른 작가의 황진이를 읽고

       그다지 감흥받은 게 없어서 더 냉담했었다.

       그런데 똑같은 인물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

       오히려 일주일동안 황진이한테 빠져버렸던 것이다.

 

       이 나라에선 여자는 몸 팔아 자식 낳아가며

       얹혀 사는 수밖엔 없으니,

       죄 많은 황씨 댁에 얹혀 처녀귀신이나 되지요.

       혼인 안 한다고 노처녀를 나라에서 잡아가면

       순순히 잡혀가는 수밖에 없고요.

 

       나라에선 암수 짝을 지어 백성을 부지런히 만들어야

       병사도 뽑고 종도 부리고 기생도 만들고 세금도 걷고

       수탈도 해서 수지가 맞을 테니 말이에요.

       돼지 장수가 암퇘지 접붙이지 않고 평생 놀리겠습니까?

 

       사실 읽은지가 좀 돼서 그 감동이 아직까지 살아있진 않지만

       ㅡㅡ 한가지 확실한 건 여자라면 한 번 쯤은 읽어봐야 할

       소설인 것 같다.

       여자의 자리에 대해서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보는 기회라고나 할

       까... 나는 옛날에 정말 심하게 보수적인 사람이었던지라

       많은 것을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기회가 되었었다.

       여자가 아닌 여장부가 될 수 있는 기회..잡고 싶지 않은가??

 

       내 평생을 다 훑어 모아도

       너와 함께한 지난 넉 달간의 기쁨만 못하며.

       앞으로 사는 보람을 다 합쳐 모아도

       너와 보낸 지난 넉달만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 어찌 너를 잊겟느냐?

       생감함도 관계이니, 너를 오래 생각하리라.

 

       우리는 대부분 황진이 하면.

       화담 서경덕 선생과의 진한 우정과 사랑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에선 시선에서 빗겨간 그외의 인물과의

       사랑담화를 싣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전경린에서는 이사종과의 사랑. 홍석중에서는 놈이와의 사랑.

       이런 것들이 황진이라는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보게 한 것 같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그녀가 요부가 아닌 조선시대의 여장부였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

 

       저마다 일에는 목숨 걸어야 하는 구석이 다 있는 법이니.

       너는 목숨을 걸고 마음을 한곳에 매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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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1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저는 천하의 남자를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 자애할 수 없었으니.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죽거든 금수도 관도 쓰지 말고

       옛 동문 밖 물가 모래밭에서 시신을 내버려서

       개미와 땅강아지. 여우와 살쾡이가

       내 살을 뜯어 먹게 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저를 경계 삼도록 해주세요.

 

       -2005. 11. 23. WED. AM 1:48

       -황진이1.2 -전경린

 

       우리 문학 수업 중간고사 과제이다.

       전경린의 황진이와 홍석중의 황진이를 읽고 비평문쓰기.

       아니....그 많고 많은 책들 중에.....왜 하필 황진이냐고....

       것두 1.2권 나눠있으니 총 4권...ㅡㅡ; 이걸 사 말어???

       중간고사 끝나자마자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일주일동안

       이 4권을 붙잡고 아웅다웅 해야만 했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부터 큰 고비였으니...

       이 작품에 대해 기대란 처음부터 없었을 수 밖에...

       사람이란 그런거다.

       '기대'라는 게 처음부터 엇갈리게 만든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 다른 작가의 황진이를 읽고

       그다지 감흥받은 게 없어서 더 냉담했었다.

       그런데 똑같은 인물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

       오히려 일주일동안 황진이한테 빠져버렸던 것이다.

 

       이 나라에선 여자는 몸 팔아 자식 낳아가며

       얹혀 사는 수밖엔 없으니,

       죄 많은 황씨 댁에 얹혀 처녀귀신이나 되지요.

       혼인 안 한다고 노처녀를 나라에서 잡아가면

       순순히 잡혀가는 수밖에 없고요.

 

       나라에선 암수 짝을 지어 백성을 부지런히 만들어야

       병사도 뽑고 종도 부리고 기생도 만들고 세금도 걷고

       수탈도 해서 수지가 맞을 테니 말이에요.

       돼지 장수가 암퇘지 접붙이지 않고 평생 놀리겠습니까?

 

       사실 읽은지가 좀 돼서 그 감동이 아직까지 살아있진 않지만

       ㅡㅡ 한가지 확실한 건 여자라면 한 번 쯤은 읽어봐야 할

       소설인 것 같다.

       여자의 자리에 대해서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보는 기회라고나 할

       까... 나는 옛날에 정말 심하게 보수적인 사람이었던지라

       많은 것을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기회가 되었었다.

       여자가 아닌 여장부가 될 수 있는 기회..잡고 싶지 않은가??

 

       내 평생을 다 훑어 모아도

       너와 함께한 지난 넉 달간의 기쁨만 못하며.

       앞으로 사는 보람을 다 합쳐 모아도

       너와 보낸 지난 넉달만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 어찌 너를 잊겟느냐?

       생감함도 관계이니, 너를 오래 생각하리라.

 

       우리는 대부분 황진이 하면.

       화담 서경덕 선생과의 진한 우정과 사랑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에선 시선에서 빗겨간 그외의 인물과의

       사랑담화를 싣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전경린에서는 이사종과의 사랑. 홍석중에서는 놈이와의 사랑.

       이런 것들이 황진이라는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보게 한 것 같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그녀가 요부가 아닌 조선시대의 여장부였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

 

       저마다 일에는 목숨 걸어야 하는 구석이 다 있는 법이니.

       너는 목숨을 걸고 마음을 한곳에 매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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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거꾸로읽는책 3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로 다른 사상과 견해를 자유롭게 토론함으로써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이는

민주주의를 가꿀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진짜 민주주의 사회에 살게 된다면

얼치기 역사학도가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같은 책이

서점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서문을 쓰게 된 것을 진심으로 슬퍼한다.

역사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정치권력이 제멋대로 통제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토론을 억압하는 풍토가 사라져 아무도 이 책이 전하는 '지적반항'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05. 10. 25. TUE. AM 10:53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정말 나는 무식한 인간이라는 자책을 끊임없이

해야만 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동아리 회장님의 추천이 없었다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

읽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께서 지나가듯 언급해 주셨었거나

뉴스에서 떠들어대니까 표면상으로만 알고 있었던 세계적 사건들.

그 자세한(한권의 책으로 그렇게 자세하다고 말할 것 까지는 없으나 그나마 나에게는 엄청난 지식의 축척이 된)

내막을 알고나니 그나마 이 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 지도가 그려지는 듯 했다.

이름만 들어보았던 말콤X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배경,

아...그놈은 나쁜놈....이라고만 알았던 히틀러의 성장배경,

일본인들의 역사왜곡이 어떤 의미에서 큰 문제를 가져다 주는지,

후유증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는 베트남 전쟁의 배경,

4.19혁명이 가져다 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던 위대함,

20세기의 종언 독일통일의 배경, 자유의 나라라고 믿어왔던

프랑스의 드레퓌스사건, 중화 인민 공화국을 낳은 현대의 신화 모택동이 이끈 홍군의 전설까지......

생판 몰랐던 사건의 열거가 아닌 내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있던

..그리고 평소 궁금해했으나 게을러서 알아보지 못했던 사건들의

내막과 그에 대한 감동적인 해석이 곁들여 있어

읽는 내낸 지루함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주된 사건들의 실상을 알게됨으로써

다른나라를 동경하는 사대주의와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국수주의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돼......"

 

나는 어렸을떄부터 수업시간에 종종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아왔다.

그래서 어렸을때는 정말 왜 우리나는 이러지.....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결론은... 나는 우리나라를 좋아하고 있다.

세계 어느 선진국이고 후진국이고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었고

군부세력이 날뛰지 않았던 나라도 없었으며

오히려 우리나라만큼 민중의 세력이 컸던 나라도 드물거라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 험난한 역사가 없이는 훌륭한 나라를 만들 수 없는

것이고 선진국이라고 해도 위대한 역사가 없이는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세계 강대국으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서 납김치. 기생충김치에 난리를 피우고 있지만....ㅡㅡ;;)

홍군을 이끌었던 모택동의 정신이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계를 알기전에 우리나라를 알아야 올바른 정신으로 남의 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고 무조건 남의 것이 좋다는 썪어빠진 사대주의로부터 벗아날 수 있을 것이다.

 

며칠전에 헬스장에서 2002년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묶어서 한시간동안 방영해주는 것을 넋놓고 보고있었다.

저 빨간 물결이 우리나라의 힘이며 우리나라의 자랑이 아닐까..

난.... 대한민국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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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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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시간의 경과이며, 슬픔의 색채였다.

 

슬픔이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단지 엷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것으로 위로 삼을 뿐이다.

저들의 슬픔에 비하면 나의 슬픔이란 이 얼마나 치졸한 것인가.

근거도 없고. 저들처럼 부조리함에 뿌리를 둔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게 지나간다.

다만 어느 쪽이 대단하게 깊다 할 수는 없다.

모두 공평하게 이 광장에 있다.

나는 상상했다.

 

-불륜과 남미 - 요시모토 바나나

-2005. 10. 01. SAT. PM12:27

 

점점 일본소설에 빠져든다.

마음을 착 가라앉게하는 묘한 느낌.

아끼고 아끼고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오랫동안 이 기분을 즐기고

싶었는데 분량도 얼마 많지 않아서 결국 끝을 보고 말았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중에 단연 최고다.

중간중간에 툭 튀어나오는 강렬한 느낌의 삽화도 마음에 든다.

아르헨티나의 절경을 찍은 사진들은 또 어떻고...

비가 추적추적오는 깜깜한 밤에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정열의 남미.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란다.

다양한 유적과 살아 숨쉬는 자연과 울고 웃고 얘기하는 사람들.

열정에 넘치는 탱고 쇼와 화려한 기타의 선율.

내가 그녀를 따라 아르헨티나에 갔다 온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는 이가. 아르헨티나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한

나처럼 아르헨티나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어쩌다 같은 장소에 들렀을 때.

'아, 그 얘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이쯤에 있으려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날

내가 먼저. 가령 오늘 죽었다면 그는 둘이서 살며 정든 그 방에서

계속 살아가리라. 그는 나의 기척이 구석구석 스며 있는 그 거실에

서. 매일 아침 커피를 끓이리라. 둘이 몫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몫.

그 커다란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남편은 늘 냉장고에서 꺼낸 병에서

커피 가루를 덜어 필터에 담는다. 그 모습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상상했다. 내가 맛있다고 해서. 남편이 항상 커피를 끓여준다.

하지만 내가 없으면 칭찬해 주는 이 하나 없는데도, 그 방에서 그 빛

속에서 음악을 쾅쾅 틀어놓고 말없이 맛있는 커피를 끓이리라.

그 광경에. 가슴이 메었다.

그리고 올해 오늘 이 밤. 어렸을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로 가슴이 멜 수 있는, 이런 순간이 내 인생에 찾아왔다는 것이 그

저 한없이 기뻤다.

 

 

 



 

 

-플라타너스

남편에게 주려고 계란빵을 사고. 누나에게도 선물용을 사 싸드렸다.

중요한 것은 식욕이 아니라, 신경을 써주는 마음이다.

생활에서 그런 것이 사라지면 사람은 점점 탐욕스러워진다.

사람이 마음속의 어둠을 드러낸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눈을 돌려버리기는 쉽지만

더욱 깊은 곳에는 갓난아기처럼 사랑스러운 것이 숨어 있다.

 

 

 




 

-창밖

그와 공유한 몇 안 되는 내 기억 속에서.

아침 일찍 일어난 그는 늘 저런 자세로 창밖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광경에 약하다.

그를 좋아하게 된 것도.

저런 포즈를 곧잘 취하는 사람이란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등을 구부리고. 무릎을 껴안고.

유리창에 얼굴을 들이밀듯 앉아 있는 저 자세.

 

왜 잊고 있었을까.

왜 소중한 것들은 다들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일까.

 

 

 




 

-하치 하니

세계 어디를 가든 같다.

엄마의 냄새.

조금은 비릿하고, 무겁고, 달콤하고, 한없이 깊다.

역시 엄마는 어느 나라에서나 엄마고,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나는 엄마가 되는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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