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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나를 물들이다 - 법정 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한 사람들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스님이 떠나신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둘째를 낳기 위해 친정에 있을 당시 그때도 '마지막 마무리'를 읽고 있던 참이었는데 둘째 낳기 딱 십일전 3월 11일에 입적하셨다. 우둔한 독자인지라 '마지막 마무리' 를 볼 때야 스님이 편찮으시단 걸 알았고 아이 낳으면 꼭 찾아가기라 다짐하고 있었다. 난데없는 스님의 입적 소식에 얼마나 눈물을 쏟아냈는지 모른다. 주위에선 부모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그리 슬피 우냐 했지만, 뵙고 싶어도 더이상 뵐 수 없다는 사실과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스님의 글을 볼 수 없음에 가슴이 푹 꺼지는 느낌을 받았드랬다.
종교를 떠나 스님은 내게 또 다른 스승이자 삶의 안식처요, 바른 길의 선구자셨다.
사람마다 각자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틀리다. 내가 바라봤던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한 부분이 있는 반면에 전혀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모아 한데 묶으면 오롯한 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게 실제 본인과 과연 얼마나 많이 일치할까?
스님과의 연이 닿은 분들의 글을 보면서 이렇게 한결 같으신 분이 있을까 싶어 놀랍기도하고 우리 곁에 진짜 부처가 왔다가신 것 같아 찌릿한 소름이 돋기도 한다. 작년에야 찾아갔던 '길상사'! 향냄새 그윽하고 목탁소리 요란한 일반 절과는 달리 뜨내기 손님들의 쉼터 같은 느낌이요, 과장하자면 관광지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그게 또한 '길상사'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짧게나마 스님의 뜻도 모든 이의 쉼터같은 도량을 생각하신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워낙 유명한 유래가 있는 절이라서 그런지 나무 하나하나, 조각 하나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았고 눈안에 가득 담고 싶었다. 법당 앞에 서 있는 범상치 않은 '관세음보살'상!
이 책에 등장하는 교수이자 조각가이신 최종태님이 스님의 부탁을 받고 3일만에 조각한 조각상이란다. 천주교의 성모와도 닮아 있는 듯하지만 눈빛의 너그러움은 관세음보살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슨 종교가 됐건 간에 그 가르침엔 다름이 없다고 늘 말씀하신 스님.
그 길상사에도 스님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겨두시지 않고 스님의 짧은 글귀만이 나무와 어우러져 군데군데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생전에 강직하고 꼿꼿하셨던 스님은 속세를 등지고 산속에 운둔만 하고 계셨던 분은 아니었다. 말이 아닌 글을 다룰 줄 아셨던 분이기에 의식있는 정치와 사회로 나아갈 것을 요구했고 또 아닌 일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셨다. 살림이 어려운 절이나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운영비나 장학금을 지원해 주시기도 하셨다. 소리없이 실천 하신 이 모든 일들이 그분의 도움을 받았거나 또는 그 뜻을 아는 사람들이기에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인으로서의 스님의 모습은 언제 강직하고 꼿꼿하셨기에 사가와의 인연은 어떠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사촌동생 박성직님이 스님의 노모를 20년 가까이 모셨다고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세인이라 스님의 입장보다는 사가의 어머님 마음이 먼저 헤아려진다. 일찍 여읜 남편과 출가한 아들! 종교에 귀의했다고는 하나 그 강직함 뒤로 어찌 부모자식간의 끈끈한 정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나 사촌동생이 당신의 노모를 모셔야하는 미안함과 끊을 수 없는 속세의 인연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다.
마지막 스님을 찾은 병실에서 스님이 손을 꼭 잡아주셨다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아니 흘릴수가 없었다.
스님은 가셨지만 그분의 글과 그분의 행동과 업적은 영원할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무소유'의 진짜 의미는 '가지지 않는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이들이 기억하는 스님의 모습은 남들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글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무소유를 실천 하신 분이다.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우리를 알아야 한다. 스님은 가시고 없지만 그분의 글은 대대손손 남을 것이며 언제나 그 누군가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달 같은 해, 해 같은 달'
산너머로 넘어가는 불그스름한 해를 보고 하신 말씀이란다.
"스님! 정말 그립고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