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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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업하면 가장 선호하는 종류는 카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거리 곳곳마다 신상 카페가 보일 정도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 다음으로 많이 먹는 것이 커피라지만 이 정도로 커피에 대한 소비가 늘었나 싶을 때가 있다. 한 번쯤 낭만적인 상상으로 '카페에서 일하는 나'를 떠올릴 때가 있다. 그 안에는 '나만의 공간'이란 의미가 부여된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과 상상과는 괴리가 있듯 로망 있는 직업은 바리스타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구대회 바리스타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 세계로 커피 여행을 다녀온 후, 주택가에 작은 카페를 오픈한다. 로스팅을 직접 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그는 각종 강연과 심사위원, 커피에 관한 글 투고까지 아주 바쁘게 커피에 대한 애정을 쏟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철학은 '무조건 맛있는 커피'. 아무리 SNS로 이쁜 인테리어와 보기 좋은 음료 사진 흘러넘쳐도 결국 맛으로 판가름이 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번화가가 아닌 위치에 카페가 자리해 있단 점과 좁은 공간 때문에 생각처럼 사람이 모이지 않자 그는 품질은 그대로 유지한 채, 1000원 아메리카노라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 커피는 많이 팔면 이윤이 남기 때문에 사람들이 싼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먹으면 이를 계속 찾는 충성고객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가성비 좋은 커피는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지만, 이 카페 안은 느리게 움직여요. 세상에서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내 커피로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손님이 있으면 마감 시간이 넘어도 손님이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p. 87)

 

그가 이렇게 생각하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건, 일본에서 핸드드립을 시연하는 여행을 다닌 것이다. 위 말은 그렇게 방문했던 카페의 주인장이 한 말이다. 일을 하기 위해 마시고, 휴식 시간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 마시고, 맛을 음미하기 위해 마시는 커피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녹아있다. 카페를 가는 이유는 머무르기 위해서이다. 머무르며 대화를 하고, 책을 읽고,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며 지친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이러한 특성을 아는 주인이라면 손님들은 그 카페의 단골이 될 것이다.

 

카페 창업에 관심 있다면 커피를 좋아해서 바리스타를 꿈꾼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창업에 필요한 요소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설마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었던 부분도 있다. 상표권이 그 예였는데 나는 상표를 출원하는 비용이 몇십만 원이 드는 줄 몰랐다. 좋은 원두를 고르는 법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 등도 아낌없이 풀어내니 나도 그동안 가려운 부분이 싸악 사라졌다. 좋은 커피를 만들고 마시고 싶은 마음이 이뤄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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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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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황선미 작가의 동화를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마당을 나온 암탉>, <푸른 개 장발> 등 여러 동화를 쓰시고 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수많은 책들은 그녀 손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말을 찬찬히 읽어보면 스토리의 탄생은 그녀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했고 동경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마당을 나온 암탉>을 닳도록 읽었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가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몰랐다. 제목처럼 그녀는 익숙한 길 뒤편의 이야기인 '나'라는 자아의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내 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라면 산다는 게 얼마나 쓸쓸한 노릇인가. 최선을 다했어도 인생이 풀리지 않았던 엄마 아버지와 나는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많이 다른가. 한 끗 차이구나. 누가 누구를 동정하고 성공과 실패로 가름할 수 있나. 산다는 게 뭘까. 꿈을 이룬다는 게 뭘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p. 67)

 

그 시작에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그 시절 장녀가 짊어져야 했던 서러움과 외로움, 없어서 더는 내게 돌아오지 않던 기회 같은 '결핍'의 요소들이 있다. 그녀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나 역시 공감했고 여전히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결국 싫어하는 자리로 올 때의 허무함과 허탈함이 뭔지 알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이 책은 작가 황선미를 벗어난 인간 황선미의 이야기다. 누군가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 어느 학교의 교수, 이국에서 참석한 한국작가 대표가 아니라 익숙해지지 않는 좌충우돌의 삶에서 주저앉는 사람이 있다.

 

그곳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괜한 두려움을 안겼다. 그들도 나를 경계하며 지나쳤고 나 역시 의심을 안고 지나쳤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두려움은 온몸의 감각을 깨울 수밖에 없다. 낯선 길과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내가 어린애처럼 세상을 보고 작은 것도 기쁘게 관찰하도록 해주었다.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의 왼쪽에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왜 나는 한가지 길밖에 몰랐을까. 익숙하고 편리한 게 전부가 아닌 줄 그때 이미 알았으면서 나의 오른쪽이 무너지고 있는 줄은 이렇게 몰랐다니. (P. 148)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자주 포기하고 싶고, 화려한 겉과 달리 여물지 못한 자존을 가진 사람이 서있다. 그녀의 빈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안다. 결국 그 손은 그녀 스스로 맞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짜증 나고, 발전은 더디어도 일어서서 나아가야 하는 게 삶의 기능이니까. 완주는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아프게 깨달을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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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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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보노보노>가 숲속 친구들과 함께한 이야기들로 재구성되었다. 어릴 적, 티브이에서 방영할 때는 귀여운 숲속 친구들의 일상 이야기로 만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대사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보노보노의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워 혼자 잠에 들어야 하는 보노보노는 외로움은 무엇인지, 진짜 혼자가 되는 것이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포로리는 며칠 뒤에 방문해야 하는 삼촌 집에 가기 싫어 일찍 걱정을 한다. 이런 고민들은 평소에도 내가 하는 고민과 같아서 보노보노를 만든 작가는 자신의 물음을 그림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혼자서 자는 거랑 혼자라고 생각하며 자는 건 다르구나.

 

 

 

너부리: 너, 삼촌네 집에 언제가?

포로리: 내일모레.

너부리: 자, 내일모레 일이 지금 여기에 있어? 모레 일 따위 네 머릿속에만 있다고.


 

실제로 '이가라시 미키오'는 한국 독자들, 그중 한국 청년들에게 '바르게 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일본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앞이 안 보이는 길을 달려가는 우리에게 '별거 아니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삶인 것 같아'라고 생각되는 평범한 삶을 잘 살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그가 말하는 바름은 괜찮음이다. 좋고 나쁘고를 가르지 않는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삶, 아직 체감하기 힘들지만 너부리가 포로리에게 했던 말처럼 머릿속으로만 잔뜩 생각하는 버릇은 버리는 게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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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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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사랑받는 카카오 프렌즈가 말랑한 에세이로 나타났다. 최근에 미키마우스, 앨리스, 보노보노 등 여타 캐릭터 에세이와 비슷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이 집필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라이언은 그의 글에 걸맞은 이모티콘처럼 적재적소에 귀엽게 배치되어있다. 그가 쓴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 위로와 공감을 전달한다. 예전보다 깊어진 시선으로 일상 곳곳을 어루만지다 보니 나도 같이 성장해 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중 '무표정'에 관한 글이 와닿았다. 기쁨, 슬픔, 환희, 괴로움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알게 모르게 남들이 보기 좋아하는 감정으로만 나를 포장한다. 그것이 사회생활임을 잘 알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를 지우고 가면을 쓰는 행위이기 때문에 벗어버리고 싶은 답답한 심경이 치고 올라올 때가 있다. 무표정은 보편적인 나의 얼굴이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차분함을 잃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 억지로 웃지 않는 나를 대변해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화났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일희일비하며 오르락 내리락을 감당하는 것보다 무심하게 적정선을 맞추는 건 표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런 면을 잘 이해해준 것 같아 기뻤다.

 

진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사이, 그런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만 남는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표정까지 참견하는 마음은 뭘까.

무표정한 사람을 왜 냉소적이고, 영혼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걸까.

 

모두가 늘 생글생글 웃으며 사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짓는 표정은 무표정인데

내가 아닌 누군가가 아무 표정 없다 해서 기분까지 지레짐작해 어설픈 조언을 할 필요도 없다.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무표정 속에 감춰진 다양한 감정선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가까운 존재로 남을 수 있을 테니. (p. 25)

 

그는 별거 없던 하루, 그저 흘려보냈던 하루에는 자신을 스스로 토닥여 달라고 말한다. 참 많은 일들이 오고 갔지만 지친 하루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 일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별 같은 존재를 절대 잊어버리지 말라고, 마음을 채우고 공허를 덜어내라고 말한다. 받는 응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응원하는 1호 팬은 '나'라는 걸 절대 잊지 말라고 여러 번에 걸려 이야기하는데 최근에 낮아졌던 자존감이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이제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사람은 나 자신이다.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걸 알아줄 사람도 나 자신이다. 어른이 되었어도 세상은 여전히 불안하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자신을 그렇게 응원해주어야 한다. 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이렇게 지켜봐 줄게, 하고. (p. 161)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만 생각할 수는 있다. 나침반을 잃어버려 이리저리 표류하더라도 밤하늘에 떠있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찾아갈 수 있다. 먼 곳의 행복이 아니라 현재의 기쁨, 오늘의 무사함을 기원하며 따라가다 보면 버겁던 하루는 이미 벗겨진 채로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시간이 흐르는데 왜 나만 제자리일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만 좋아하는 것, 나를 지켜주는 것을 생각하면 버틸 힘이 생긴다. 꽉 막힌 도로에서 현기증이 든다면 그처럼 벨을 눌러 일단 내려보자. 일단 걷다 보면 찬 공기에 정신이 깨고, 어디든 정류장이 있다. 그곳에서 내 버스를 타면 된다.

 

한 시간 남짓 낯선 곳을 걷고 나니 마음속에 꽉 막혀 있던 무언가가 풀리는 듯했다.

동시에 이대로 휩쓸려 흘러만 가다가는 내 인생에서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그날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숨을 고른 후에 나 자신에게 묻기로 했다.

너 지금 어디로 가고 있냐고.

 

하루가 저물기 전, 그 질문이 떠오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p. 255)

 

'늦어도 괜찮아'라고 자주 되뇐다. 나는 그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혼자 나자빠져 아파하고 있을게 분명하니까. 각자의 걱정이 잘 풀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이대로도 괜찮다는 위로를 이 책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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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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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인간관계' 다. 일을 같이 하는 동료부터 앞뒤가 다른 사람, 친척들의 오지랖, 친구라서 더 깊게 받았던 상처들은 나이를 먹어도 관계란 참 힘든 거라며 한숨 쉬게 만든다. 오랜 시간 라디오 작가를 해온 저자는 그간 자신이 받았던 무례함 앞에 소심하게 굴었던 지난날을 삭제하겠다 말한다. 여리고 소심한 이들은 알 거다. 속으로 큰 소리를 치지만 현실에선 입도 뻥긋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울 때가 여러 번이란 것을. 나 역시 욕을 따발총으로 쏴대고 싶지만 결국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하소연하며 푸는 게 전부라 저자에 모습에 공감이 갔다.


나는 이제 "네가 걱정이 돼서"라는 핑계로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거부하려 한다.

정말 걱정이 된다면 그저 조용히 교회에 나가 새벽 기도 나 해주면 좋겠다.

아니, 절에서의 백일기도도 환영합니다. 정말 그것으로 족합니다. (p. 20)


은근히 나를 뒤처졌다 여기며 사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 "졸업이 늦네", "취업은 언제 하니", "다들 힘든데 참고 다니는 거야", "결혼은 해야지", "꼭 안 간다는 애들이 일찍 결혼하더라", "애는 언제 갖니?", "그러지 말고 내가 좋은 사람 소개해줄까?" 이런 말들을 건네는 인간이면 상종을 안 하는 게 답이지만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면 저자처럼 참견은 말고 기도나 해주시라 말하고 싶다. 무례함은 다른 게 아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A부터 Z까지 참견하면 그게 무례한 거다. 이런 기분은 삭제해도 좋다.


우리가 언제 잘했다는 칭찬을 원했던가.

그저 딱 한 번의 헤아림. 너의 고생을, 속상함을, 잘 해내고 싶은 부담감을, 간절함을

내가 알고 있다는 그 말 한마디면 되는 것을…….

그저 그날 내 고생을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것을…….


그러다가 또 생각해본다.

그래, 그렇게 쉬운 위로, 남에게 바라지 말고 내가 나에게 하면 되지.

내 고생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p. 68)


그러다가도 남이 주는 위로에 목매다는 슬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마음 좀 알아주지 하는 여린 마음이 불쑥 튀어나올 때, 절실하게 사람이 주는 온기가 필요하다. 그녀는 힘든 하루 끝에 탄 기차 안에서 기장님의 '수고하셨어요' 안내방송에 마음을 녹인다. 그러면서 '그래, 그까짓 위로 나에게 하면 되지'하며 힘을 낸다. 이런 마음은 저장해도 된다.


그래도 떠나보는 건 좋은 것 같아. 뉴질랜드나 호주로 어학연수를 가보는 건 어때?

구글 지도가 있으면 못 갈 데가 없어. 도착 시간이 늘어나면 반대로 걸으면 되거든. (p. 160)


일을 그만둔 동료 언니가 캐나다로 여행 가서 보내준 카톡은 그녀 마음속에 저장한다. 여행에선 조급할 게 없다. 도착시간이 늦을 뿐이니 몸이 조금 고생하는 정도다. 길치인 언니가 보낸 답장은 저자의 마음에도 와닿았나 보다. 좀 멀어진다 싶으면 반대로 걸으면 된다. 마음도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보면 된다.


마음을 '저장'과 '삭제', '보류'로 구성한 것이 재미있다. 불필요한 파일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처럼 감정도 청소가 필요하다. 앞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다면 뒤돌아 '메롱'하고 나 혼자 사이다 한 모금 마셔도 좋다. 다친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고 연고를 발라 밴드를 붙이자. 책의 페이지가 배터리 방전 상태에서 완충 상태로 늘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충전도 좋은 말을 곁에 두어 그렇게 소소하게 웃고 지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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