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인간관계' 다. 일을 같이 하는 동료부터 앞뒤가 다른 사람, 친척들의 오지랖, 친구라서 더 깊게 받았던 상처들은 나이를 먹어도 관계란 참 힘든 거라며 한숨 쉬게 만든다. 오랜 시간 라디오 작가를 해온 저자는 그간 자신이 받았던 무례함 앞에 소심하게 굴었던 지난날을 삭제하겠다 말한다. 여리고 소심한 이들은 알 거다. 속으로 큰 소리를 치지만 현실에선 입도 뻥긋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울 때가 여러 번이란 것을. 나 역시 욕을 따발총으로 쏴대고 싶지만 결국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하소연하며 푸는 게 전부라 저자에 모습에 공감이 갔다.


나는 이제 "네가 걱정이 돼서"라는 핑계로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거부하려 한다.

정말 걱정이 된다면 그저 조용히 교회에 나가 새벽 기도 나 해주면 좋겠다.

아니, 절에서의 백일기도도 환영합니다. 정말 그것으로 족합니다. (p. 20)


은근히 나를 뒤처졌다 여기며 사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 "졸업이 늦네", "취업은 언제 하니", "다들 힘든데 참고 다니는 거야", "결혼은 해야지", "꼭 안 간다는 애들이 일찍 결혼하더라", "애는 언제 갖니?", "그러지 말고 내가 좋은 사람 소개해줄까?" 이런 말들을 건네는 인간이면 상종을 안 하는 게 답이지만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면 저자처럼 참견은 말고 기도나 해주시라 말하고 싶다. 무례함은 다른 게 아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A부터 Z까지 참견하면 그게 무례한 거다. 이런 기분은 삭제해도 좋다.


우리가 언제 잘했다는 칭찬을 원했던가.

그저 딱 한 번의 헤아림. 너의 고생을, 속상함을, 잘 해내고 싶은 부담감을, 간절함을

내가 알고 있다는 그 말 한마디면 되는 것을…….

그저 그날 내 고생을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것을…….


그러다가 또 생각해본다.

그래, 그렇게 쉬운 위로, 남에게 바라지 말고 내가 나에게 하면 되지.

내 고생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p. 68)


그러다가도 남이 주는 위로에 목매다는 슬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마음 좀 알아주지 하는 여린 마음이 불쑥 튀어나올 때, 절실하게 사람이 주는 온기가 필요하다. 그녀는 힘든 하루 끝에 탄 기차 안에서 기장님의 '수고하셨어요' 안내방송에 마음을 녹인다. 그러면서 '그래, 그까짓 위로 나에게 하면 되지'하며 힘을 낸다. 이런 마음은 저장해도 된다.


그래도 떠나보는 건 좋은 것 같아. 뉴질랜드나 호주로 어학연수를 가보는 건 어때?

구글 지도가 있으면 못 갈 데가 없어. 도착 시간이 늘어나면 반대로 걸으면 되거든. (p. 160)


일을 그만둔 동료 언니가 캐나다로 여행 가서 보내준 카톡은 그녀 마음속에 저장한다. 여행에선 조급할 게 없다. 도착시간이 늦을 뿐이니 몸이 조금 고생하는 정도다. 길치인 언니가 보낸 답장은 저자의 마음에도 와닿았나 보다. 좀 멀어진다 싶으면 반대로 걸으면 된다. 마음도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보면 된다.


마음을 '저장'과 '삭제', '보류'로 구성한 것이 재미있다. 불필요한 파일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처럼 감정도 청소가 필요하다. 앞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다면 뒤돌아 '메롱'하고 나 혼자 사이다 한 모금 마셔도 좋다. 다친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고 연고를 발라 밴드를 붙이자. 책의 페이지가 배터리 방전 상태에서 완충 상태로 늘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충전도 좋은 말을 곁에 두어 그렇게 소소하게 웃고 지나갔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